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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들이 모여서 함게 나가자/변산의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무엇이 두려우랴 출정 하여라/영원한 반핵투쟁 승리를 위해/나~가 나~가 군청을 향해/출정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반핵출정가)

 

 

2003년과 2004년, 전라북도 부안땅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 ‘반핵출정가’가 2012년 2월 14일 부안에서 다시 힘차게 불렸다. 수많은 연인이 거리에서 초콜릿을 나누는 ‘발렌타인데이’, 적어도 부안군민에게 2월 14일은 ‘발렌타인 데이’보다는 ‘민주주의의 새 역사’가 쓰인 날이다.

 

▲2004년 부안주민투표 당시 포스터

 

2004년 2월 14일, 전라북도 부안에서는 풀뿌리 자치가 권력의 횡포에 맞서 조금 특별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부안 핵폐기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가 그것이다. 총 유권자 52,108명 중 37,540명이 투표하여 72.04%라는 대통령 선거에 비견되는 투표율을 기록, 이중 34,472명(91.83%)가 반대하여 부안 핵폐기장 유치를 무산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부안 주민투표’가 올해로 8주년이 된다.

 

8년이 지난 현재, 주민의 판단이 옳았다.

 

14일, 부안예술회관에서는 ‘2.14 부안주민투표’ 8주년 기념식이 성대하게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는 2시 반핵광장에서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3시 30분 기념식까지 당시 주민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부안군민 300여 명과 함께 진행되었다.

 

▲당시를 회상하며 많은 주민들이 감동에 눈물을 흘렸다.

 

정진용 부안군민회의 상임대표는 기념사를 통해 “당시 주민투표가 있기 10일 전부터 눈이 내렸다. 그 눈풍 속에서 부안 주민들은 부안 구석구석 찾아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고, 부안군청의 무력화 시도도 극복해냈다”면서 “절대다수 군민의 힘으로 부안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끝내고 평화를 찾아냈다”며 8주년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작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이 있었다”면서 “여전히 정부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면서 핵발전을 거두고 있지 않다. 이제 정부는 부안의 교훈을 받아들여야 한다. 삼척, 영덕, 부산, 밀양 등에서 제 2의 부안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며 “죽음의 핵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절대 안된다”면서 정부의 핵발전 정책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정진용 상임대표에 이어 연단에 오른 좋은교회 황진영 목사는 “8년 전, 부안사람들이 오만에 눈이 먼 이들에게 당한 뼈를 깍는 아픔과 그 나무에 열린 열매가 바로 2.14 부안주민투표이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2.14 부안주민투표는 세 가지의 숙제를 우리에게 주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나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아들을 이끌고 와 투표를 했다. 그 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둘은 당시 상황이다. 부안을 둘러싸고 짓누른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을 기억하여 앞으로 이러한 일들이 또 일어났을 때를 예방해야 한다.  셋째는 사랑이다. 우리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며 비록 십자가의 고통을 받아도 사랑해야 할 것은 사람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안주민투표는 그 민주주의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2.14 부안주민투표 당시 주민투표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으며, 현재 녹색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연결하여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시간도 가졌다.

 

하 변호사는 “처음 사무처장 제의를 맡았을 때, 막막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을 만나면서 꼭 해야하는 일이고,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의지가 강했다”고 당시 주민투표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가 강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당시 하승수 변호사를 비롯하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40여 명의 변호사가 참여하여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하 변호사는 “최근에 핵발전 등 환경의제를 다루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핵발전인지, 폐기인지 묻고자 한다”고 최근 활동도 소개했다.

 

 

풀뿌리 자치가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 민주주의의 한 획을 긋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당시 부안 핵폐기장 유치 철회 활동을 하다 부상까지 당했던 주민들도 함께했다. 자신을 ‘부안 곰소 빨강아줌마’로 소개한 주민은 “전경한테 부안 핵폐기장 반대활동을 벌이다 이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면서 “당시 주민투표를 통해 핵폐기장 반대의 여론을 확인했을 때,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당시 전경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는 주민은 부러진 이빨을 보여줬다.

 

당시 주민투표는 전국적으로도 큰 이슈였다. 서울에서 심장수술을 받고 입원했던 할머니는 아들이 살고 있는 부안땅을 지키겠다며 투표 당일 서울에서 내려와 투표를 하기도 했고, 서울에서 일을 하는 한 남성은 아버지가 사는 부안에서 핵폐기장은 안된다며 휴가를 내고 투표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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