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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양심수를 비롯한 재소자를 ‘알몸 검신’해 인권 유린 논란이 되었던 전주교도소가 당시 ‘알몸 검신’ 대상자였던 양심수의 서신을 검열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에 서신을 검열 당한 이병진(40) 씨는 인도 정치 전문가로 지난 2009년에 20대 인도 유학 시절 두 차례 북한을 다녀온 것이 문제가 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석방 모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이후, 법무부에서 개봉 대상자 범위 축소했는데”

전주교도소, "개구리 등 일부 은유적 표현이 북한 찬양으로 해석될 우려 있다"

 

‘양심수 정치학자 이병진 석방 추진 모임’(이병진 석방 모임)은 27일 오후 전주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수 이병진 씨에 대한 서신 검열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서신불허 처분 및 검열대상자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전주교도소는 지난 11월, 양심수 이병진 씨의 서신을 검열하여 발송 불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를 항의하던 과정에서 ‘이병진 석방 모임’은 양심수 이병진 씨가 ‘서신검열 대상자’로 지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에 검열과 함께 방송 불허 조치가 취해진 서신은 지난 5월부터 월간지 [작은책]과 1년 계약을 맺고 자신의 살아 온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한 원고들 중 2회 분이었다. 이병진 씨에 따르면 이 원고에는 20대 당시 ‘방북’과 관련하여 “북경에서 평양에 들어가는 과정과 평양에서 이북 동포들이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는 내용과 <평양 개구리, 남쪽 개구리와 똑같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대동강 변에서 개구리 잡으면서 민족적 동질감을 느꼈다”는 등의 개인적인 감상들을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주교도소 관계자는 “이병진 씨는 북한을 들어간 것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이라면서 “개구리와 같은 은유적 표현들과 내용들이 북한 체재를 찬양하는 표현으로 사회에서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해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이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전주교도소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현재 문제가 된 서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주교도소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병진 석방 모임’은 “법률에 근거가 있다 할지라도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면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다고 입증할 만한 명백한 근거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주교도소의 서신검열에 대해 행정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형집행법)에는 재소자들에게 ‘통신·비밀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서신 무검열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단, ‘수용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서신을 검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주교도소는 내부적으로 이병진 씨를 ‘서신검열 대상자’로 분류하여 형집행법 43조에 따라 서신을 검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병진 석방 모임’은 “헌법재판소는 최근 통신·비밀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모든 재소자들에게 발송 서신을 개봉해서 제출하도록 한 형집행법 시행령(제65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후 법무부는 마약류 및 조직폭력 사범, 같은 교정시설에 수용자에게 보내려는 서신, 규율위반 등의 대상 수용자에 한해서만 서신 개봉을 할 수 있도록 축소했는데, 이병진 씨를 비롯한 양심수들을 서신검열 대상자로 묶어 모든 서신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병진 석방 모임’, 국가 상대 행정소송 결정

 

‘이병진 석방 모임’은 행정소송 의사를 밝히면서 전주교도소가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와 핵심 증거물인 발송 불허된 원고를 변호사에게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전주교도소는 “행정소송 등 민사와 관련한 소송으로 인한 변호사 접견의 경우 판례에 따라 기결수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제가 된 원고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되면 법원의 절차에 따르면 그 때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행정소송 ‘이병진 석방 모임’의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재홍 변호사는 “민사 소송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도소에 수용 중인 사람에 대해서는 특별히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교도소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의 경우 공격과 방어에 대해서 비밀이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변호사가 따로 접견이 되지 않고 일반 접견을 통해 준비하기 때문에 시간 제약도 그렇고 비밀도 보장되지 않아 소송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되는 원고에 대해서도 “편지 내용이 형집행법 43조 5항 3호의 기재 이유로 발송을 거부하였는데, 이번 소송의 핵심은 과연 그 내용이 법령에 저촉되는지 따지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그 내용이 저촉되는지 선임을 위해 검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소송 제기 전에 알지 못하고 재판을 진행한다면, 행정소송이지만 준비하는데 상당부분 제약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병진 석방 모임’도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변호사 접견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4월에는 ‘이병진 석방 모임’에서 전주교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있었던 전주교도소 내 ‘알몸 검신’ 사실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인권유린이라고 강하게 규탄한 바 있다. 당시 이병진 씨와 재소자에 대한 ‘알몸 검신’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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