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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부당해고로 노동자가 죽었는데... 신성여객은 사과조차 없다"

[인터뷰] 793일 만에 진기승 열사 명예 회복 위해 곡기 끊은 남상훈 지부장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7.08 19:07

정확히 793일 만에 다시 곡기를 끊었다. 남상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지역 버스지부장이 지난 7월 3일부터 민주노총 지도부 2명과 함께 전주시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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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단식에 들어갔다”

70년대 초 시외버스 안에서 표를 받는 승무원으로 시작해 87년 전북고속 정식 기사로 입사한 남상훈 지부장은 청춘을 모두 버스에서 보냈다. 청춘을 모두 보낸 버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뒤늦은 투쟁. 그는 2010년 1차 버스파업부터 지금까지 지도부의 위치에서 투쟁에 나서며 모두 4번의 곡기를 끊었다. 

마지막으로 곡기를 끊었던 지난 2012년 3월 15일 3차 단식투쟁은 전북고속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시작했다.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도 불구하고 무려 49일간 단식을 벌였다. 단지 노조를 인정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자는 소박한 요구였지만, 49일간 곡기를 끊고 1평 남짓 작은 농성장에 몸을 의지해야 했다. 

그러나 49일의 단식농성은 성과 없이 끝났다. 회사는 끝내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했고, 정신이 혼미해지기를 반복하는 건강 이상으로 119의 도움을 받아 농성장에서 내려와야 했다. 단식의 후유증도 컸다. 이가 모두 빠졌고, 지역에 아픔을 나누던 치과의사의 도움으로 임플란트 치료를 통해 치아를 어느 정도 복원했다.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 

마지막 단식농성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났고, 후유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남상훈 지부장을 7월 7일 밤 전주시청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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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훈 민주노총 전북지역 버스지부장 <사진 출처 - 민주노총 전북본부>

“3번째 단식을 한 것이 벌써 2년 전 일인가? 당시에는 성과 없이 끝났지만, 이번에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단식에 들어갔다. 노조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나는 따를 뿐이다”

이번에도 2년 전 전북고속 문제로 단식하던 상황과 비슷하다. 신성여객은 부당해고에 분노하며 자결을 선택하고 끝내 숨을 거둔 진기승 열사 대책 관련 전주시의 중재안을 거부했다. 7일 오전에는 지역신문에 호소문을 발표했다. “2010년 12월부터 민주노조의 파업으로 많은 불편을 (전주 시민들에게) 드렸으며 파업, 폭력, 파괴 등으로 회사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면서 사실상 민주노총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사측의 전주시 중재안 거부, 적반하장이다” 

단식 5일차에 접어든 7일 오전에 발표한 사측의 호소문에 대해 남 지부장은 한 마디로 정리했다. 

“호소문으로 노조 탄압을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탄압하다가 이제 권리를 주장하니 폭력이라고 하고 파업만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말이 되나. 진기승 열사도 부당해고라는 노동 탄압으로 회사가 죽인 것 아닌가” 

신성여객은 호소문을 통해 진기승 열사의 죽음에 대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고인이 죽음을 결심하게 된 부당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고 진기승님께서 불행하게 유명을 달리하신 경위와 원인을 떠나 이같은 불행한 사태에 대해 회사로서는 머리 숙여 송구스러운 뜻을 전한다”<신성여객 호소문 중 일부>  

진기승 열사는 2012년 말 해고됐다가, 2013년 2월 복직 명령을 받았고, 3월 재차 해고됐다. 신성여객은 해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절차를 밟기 위해 복직과 해고를 반복했다. 작년 3월 재차 해고 처분을 받기 한 달 전, 노사는 파업관련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해고 기간이 길어지고 올 초부터는 사측 관리자들의 회유를 받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복직을 위해 사업주의 집을 찾아 무릎을 꿇으라는 굴욕적인 제안도 받았다. 노조는 사측이 진기승 열사에게 행한 징계와 회유는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측의 진정어린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부당해고로 노동자가 죽었다. 신성여객은 책임져야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진기승 열사가 목을 매고 사경을 헤매던 5월 1일, 신성여객의 해고 징계가 정당하다고 결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신성여객은 보름이 지난 5월 중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항소를 포기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남상훈 지부장은 그래서 더욱 신성여객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항소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깨닫고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누가 죽으라고 했냐는 말을 유족들 앞에서 하며 상처를 주고 도저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을 지금 사측이 하고 있다. 진기승 열사 죽음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가 있어야 모든 대화가 가능하다” 

버스파업 과정에서 100여 일 가까이 단식을 한 남 지부장이지만, 단식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남 지부장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진기승 열사의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현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죽어도 7일장을 한다. 그런데 진기승 열사는 30일 넘게 장례를 못 치루고 있다. 노동탄압에 죽어간 노동자가 사측의 사과와 책임 거부 등으로 장례를 이렇게 오랫동안 치루지 못한 사례가 대한민국 노동사에 없다고 한다. 정말 너무한다. 신성여객의 부당해고로 죽은 것 아닌가”

곡기를 끊은 지 벌써 6일차, 사측은 중재안 거부 이후 8일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전주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신성여객의 납득할 수 없는 중재안 거부에 부분파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신성여객 불매 투쟁과 함께 서울에 있는 신성여객 사업주의 아들(과거 사장으로 재직)이 운영하는 회사 등에서 집회 투쟁을 벌이고 있다. 

“30년 가까이 버스현장에 있으면서 내가 노예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그 전에는 몰라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 하면서도 몰랐다. IMF 때는 회사가 어려워 임금도 받지 않고 일했다. 이제는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 그것이 진기승 열사의 뜻이 아닌가”

노예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마음, 어쩌면 진기승 열사의 한과 만나는 지점이다. 그래서 남 지부장은 열사 투쟁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고 단식에 들어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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