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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현장] 세월호 추모와 생환기원 전주 촛불

"슬픔과 함께 분노를 거리에서" ... 5월 2일 저녁에도 시민 촛불 열린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5.01 05:27

세월호 참사가 보름이 지났지만, 정부의 초기대응 과정에서 문제점이 여러 가지 밝혀지고 구조작업에 있어 거짓 해명 등이 계속되자 희망을 바라는 이들의 마음이 분노가 되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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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전북지부와 전주 시민 약 500여 명이 4월 30일 저녁 세월호 추모 거리 촛불에 함께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는 30세월호 참사 생환기원 및 추모 범시민사회단체 촛불문화제가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개최됐다. 전교조 전북지부가 주관한 이번 생환기원 촛불문화제에는 약 5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날 촛불문화제 분위기는 슬픔과 분노가 교차했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도 표현했지만, 남은 실종자들의 생환을 기원하는 희망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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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촛불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참가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문화제 끝 무렵, 세월호가 침몰할 무렵 선체 내부 영상이 상영되자 곳곳에서는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슬픔에 말을 잇지 못하는 발언자들도 있었다.

 

윤종광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박근혜 정부가 지금도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34일 수학여행 길지 않은 자유와 해방감에 들떠있었을 학생들이 지금 어둠 속에서 어른들의 거짓말에 죽어가고 있다. 참담하다며 슬픔을 표현했다.

 

이어 윤 본부장은 이제 온 국민이 슬픔을 넘어 분노를 표현하고 실천해야 한다면서 거짓말 정권 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려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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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단에 선 발언자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정부의 대응에 실망감을 표현했고, 이 사회 구조의 모순이 드러났다면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을 만들어 펼치기도 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전주지회 최선희 대표는 세월호 참사가 보름이 지나고 일상생활에서 무뎌지는 것을 느껴 너무 슬프다면서 더 이상 이런 참사와 죽음이 반복되면 안 된다. 그래서 이 참사를 잊어서는 안되고 하나되어 많은 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한 전교조 조합원은 한 아이의 아버지와 항상 정직하라고 가르친 교사로서 이번 참사에 대해 어떤 말도 하기가 힘들다. 큰 책임감을 느끼며 사죄의 마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다면서 세월호 구조 과정을 보면서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한 일들이 연상됐다. 마치 학교가 침몰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침통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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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문화제 현장에 임시로 마련된 분향소에서 자신의 촛불을 켰다.

 

익산 진경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최정윤 학생은 손글씨로 적은 추모글을 낭독하여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윤 학생은 어른들의 말을 믿고 따른 단원고 학생들,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연인, 순식간에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 무고하게 죽은 희생자분들에게 저희가 대신 죄송합니다며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통감했다.

 

한편, 오는 금요일(2) 저녁 7시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는 자발적인 시민들이 주관하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추모 및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촉구하는 시민 촛불이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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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전주 시민들은 5월 2일 저녁에도 한옥마을 경기전 앞에서 촛불을 들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전주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추모 및 생환기원 문화공연을 펼칠 계획이다. 이 촛불을 준비고 있는 한 시민은 세월호 침몰 사고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중적 위험사회 대한민국을 성찰하는 자리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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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믿어요" 주최측은 참가자들이 노란 리본에 메시지를 담은 것을 문화제 현장에 길게 나열했다. 


익산 진경여고 2학년 최정윤 학생 적은 추모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익산 진경여고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저희는 이번에 사고를 당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입니다. 꽃다운 나이에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린, 어른들의 말을 믿고 따른 단원고 학생들,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연인, 순식간에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 무고하게 죽은 희생자 분들. 저희가 대신 죄송합니다.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세월호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아픈데 어떻게 잊겠습니까. 평생 잊지도 않고 기억 속, 마음속에 두고두고 떠올리겠습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사건에 책임자는 선생님의 말, 선장의 말을 잘 듣고 방에 가만히 앉아있던 단원고 학생들도 아니고, 방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한 뒤 도망쳤던 무책임한 선장도 아니라 바로 어쩔 수 없었던 어른들이라고...

 

다음생에 무능력하고 못난 어른들 만나지 말고 부디 하고 싶은 것들, 못다한 꿈 이루시고 좋은 기억만 가지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부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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