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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법인택시회사 (유)대림교통에서 정년을 넘긴 택시노동자 4명이 지난 7월 1일 일방적인 퇴사통보를 받은 가운데, 전북지방노동위원회 화해조정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복직이 되지 못해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 대림교통분회’ 소속 택시노동자 4명은 지난 6월 말, “촉탁계약을 거부했으니, 7월 1일부터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는 내용의 통보를 회사 게시판을 통해 전달받았다. 그리고 7월 1일자로 이들 노동자들에 대해 사측은 배차를 정지하였고, 현재까지 배차를 받지 못해 해고와 같은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6월 29일, 회사측 공고문

 

이들 노동자는 각각 62세, 63세, 66세, 76세로 정년 60세가 넘었다. 그리고 모두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다.

 

노조 조직변경 이후 촉탁계약 요구 빈번... 노조, 고용불안 이유로 거부
정년 넘겨 근로 중 정년 넘겼다는 이유로 해고는 부당해고라는 대법원 판례 있어

 

대림교통분회 고영기 분회장은 “보통 택시현장의 경우 정년을 넘기더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관례였다”며 “노동 자체가 워낙 강도가 높고, 저임금 등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젊은 노동자들이 드물며 이직률 또한 높아 노동자를 구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림교통분회에 따르면 대림교통 역시 정년이 넘은 상황에서 입사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노조가 지난 2008년 전북택시일반노조로 조직변경을 한 이후, 2010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면서 정년을 넘긴 노동자들에 대한 촉탁계약 요구가 빈번하였다. 대림교통은 현재 공공운수노조와 기업별 노조로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고 있다. 촉탁계약 요구는 복수의 노조 조합원에게 있었으며, 기업별 노조 조합원은 촉탁계약에 서명했다. 기업별 노조와 맺은 촉탁계약 내용은 현재 알려지지 않았다.

 

(유)대림교통 사장은 “기업별노조와 촉탁계약 관련하여 합의를 하여 규칙을 만든 것이다.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이후, 맺은 단협이기에 공공운수노조 역시 지켜야 한다”며 “기업별노조 조합원들 중에 정년 넘긴 분들과 계약을 맺었다. 이들과 다른 계약을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제시된 촉탁계약서 내용이 사실상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 수준의 계약이라 이를 거부해왔다.

 

대림교통분회 고영기 분회장은 “사측이 촉탁계약을 요구하고 이를 거부했다고 배차를 빼는 등의 해고 조치는 공공운수노조에 대한 명백한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노동자는 7월 말,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이 구제신청을 제기하면서 “정년을 이유로 퇴사를 통보하는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정년을 이유로 해고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2003년 대법원 판례도 있다. 당시 대법원은 “근로자가 정년이 지난 후에도 사용자의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여 온 경우, 사용자가 단순히 당해 근로자가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관계를 해지할 수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민주노총 대림교통분회 소속 4명의 노동자는 이를 근거로 그동안 많게는 7년에서 1년을 기간 대한 정함 없이 고용관계를 유지하였기에 대법원 판례에 비춰 정년을 이유로 해고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것.

 

▲대림교통분회 소속 조합원 피켓시위<대림교통분회 제공>

 

전북지노위, 화해 중재하며 화해조서 작성
노사 양측 합의... 그러나 사측 촉탁계약서에 화해조서 내용 담지 않아

 

전북지노위는 이런 이유로 제기한 노동자들의 구제신청에 대해 9월 말 심문회의를 열고, 당사자 간 화해를 중재하고 화해조서를 작성하여 노사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화해조서에는 △정년퇴직(해고)을 취소하고 그 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 지급할 것 △복직한 날로부터 촉탁계약직 전환에 합의할 것 △근로조건은 소속 노조의 다른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합의 할 것 △근로자들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취하할 것 △사용자는 촉탁계약 이후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자격상실 사유가 없으면 촉탁계약을 자동갱신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화해조서를 정리하면, 노사 양측은 기존의 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취소하고 복직하는 날짜로부터 촉탁계약으로 전환하되, 근로조건은 기존 노조와 동일한 처우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른 특별한 사유 없는 한 고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화해조서는 법적 효력과 구속력을 가진 것으로 강제집행도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9월말 작성된 화해조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사측과 해당노동자들은 촉탁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촉탁계약서 내용에 대한 공방만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생계는 더욱 위협받고 있다.

 

사측은 9월 합의 이후 ‘기간이 있는 계약’과 ‘근로계약 위반 시 사용자 일방의 통보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등 화해조서와는 달리 고용불안을 불러올 수 있는 촉탁계약서를 제시하였다.

 

대림교통분회 고영기 분회장은 “사측의 계약서는 그동안 노동자들의 연차를 전면 부정하는 것으로 근속수당, 상여금, 퇴직금 등 모두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상당히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해고의 경우, 화해조서를 통해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를 못한다고 합의했는데, 사용자 일방의 계약해지를 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작성한 것은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역시도 9월에 합의한 화해조서를 근거로 촉탁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회사 측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사측이 제시한 촉탁근로계약서에 대해 노조에서 의뢰하자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조사관이 수정을 지적한 조항들

 

그러나 이후 사측이 제시한 촉탁계약서에는 일부 화해조서 내용을 담았으나, 기존의 근속연수가 인정되지 않는 “계약 한날로부터 촉탁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다”는 문구를 고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화해서는 화해서대로 효력을 유지하는 것이며 촉탁계약은 회사의 표준양식에 의거 상호 날인하도록 하는 것이다”며 촉탁계약서에 화해조서 내용을 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유)대림교통 사장은 “촉탁계약 기간이 만료되었다고 이 분들과 계약을 끝낼 생각은 없다”며 “계약서는 계약서고, 화해서는 화해서다. 화해서를 지키지 못하면 문제를 제기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미 7월 이후, 한 차례 해고를 경험한 상황에서 고용불안을 불러올 수 있는 사측의 촉탁계약서에는 합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림교통분회 고 분회장도 “화해서에 나와 있는 복직한 날이 아닌 계약 한날로부터 촉탁계약을 전환하게 되면 해당 노동자들의 1년 급여가 2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택시노동자들에게 엄청난 것”이라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촉탁계약을 해도 이전과 변함이 없다는 사측의 주장대로라면, 갑자기 왜 촉탁계약을 제시하면서 사용자 일방의 통보에 의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냐”고 따져 물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림교통분회는 10월 말, 재차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다시 전북지노위에 제기하여 현재 심문회의를 기다리고 있다.

 

심문회의는 대략 12월 초로 예정되어 있어, 그 때까지 4명의 노동자들의 실직상태는 계속될 상황에 놓여있다.

 

민주노총, “법적 효력 있는 화해조서대로 촉탁계약서 제시해야”

 

민주노총 전북본부 법률지원센터 한태희 노무사는 (유)대림교통 사건에 대해 “사측에서 공공운수노조 대림교통분회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면서 “조합원들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들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고 풀이 했다.

 

한 노무사는 “구제신청을 통해 부당해고로 판단되어 이행하지 않으면 최소 노동자 1명당 500만원, 모두 합쳐 2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 수 있다”며 “법적 효력을 지닌 화해조서를 내용으로 하지 않는 촉탁계약서를 계속 제시하는 것으로 볼 때, 사측이 이행강제금을 면하기 위한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년퇴직을 처리하고 촉탁직으로 재고용 할 수도 있지만, 이 사업장의 경우 그동안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정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해고할 수는 없으며, 촉탁계약을 할 경우 화해 조서를 기본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 대림교통분회 조합 사무실<대림교통분회 제공>

 

해고 기간 길어지면서 노동자들 생계 어려움 처해

 

7월부터 실직 상태에 놓인 노동자들은 실업급여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한 노동자의 통장 잔고는 100만원이 전부였다. 그 통장의 8월 잔고는 1,000만원으로 임금을 받지 못해 그동안 모아 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당 노동자는 “생계의 어려움을 말로 어떻게 풀 수 있나”면서 “조합원들이 조금씩 모아준 투쟁기금으로 밥값만 겨우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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