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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한진중공업, 장기휴업 강제발령...현장 죽이기 심각

강정주(금속노동자)( newscham@newscham.net) 2012.05.01 00:48

“영도가 죽음의 공장이 되고 있다.”


차해도 한진중공업지회장은 4월 26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조선업종 3대요구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가 잘 나갈 때 현장에는 7천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있었다. 잔업 특근을 안하면 시말서를 써야 했던 때도 있었단다. 하지만 지금 영도조선소에는 현장 노동자가 1천 명도 채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회사가 6백 명 넘게 휴업 조치를 한 상태라 조선소에는 140여 명의 노동자만 남아 있을 뿐이다.

 

차 지회장은 “지금 회사는 공장을 정상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합의를 한 뒤 회사는 곧이어 12월 1일 휴업을 단행했다. 첫 대상자는 파업에 끝까지 동참했던 지회 조합원 2백 여 명이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6개월 휴업을 얘기했다. 회사 얘기대로라면 한 달 뒤에 복귀해야 하지만 회사는 어떤 협의나 복귀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 휴업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기약없는 휴업”이라는 것이 차 지회장의 설명이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가 2월 23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신관 앞에서 주주 현금배당과 임원 고액 연봉지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출처: 부산양산=유장현(금속노조)]


그 뒤로도 휴업 조치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지금은 현장에 지회 조합원이 단 두 명 남았다. 한진중공업에는 올 해 초 복수노조가 설립됐다. 회사는 복수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에게는 ‘복수노조 조합원은 휴업 안보낸다. 휴업 보내도 기간을 두 달만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들도 차례차례 휴업 대상자가 돼서 공장을 떠나야 했다.

 

기약없는 휴업, 공장 떠나는 노동자들

 

최근 회사의 행태는 조합원들에게 회사가 영도조선소를 폐쇄하려 한다는 의혹을 더 가지게끔 한다. 회사는 5월 1일자로 사무관리직 중 40%를 휴업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무관리직 1백 여명이 사표를 내고 공장을 떠났다. 차 지회장은 “이전에는 생산직은 줄이더라도 조선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기술, 사무직은 손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이들도 기약없는 휴업 대상이 됐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또한 회사는 상선 부문 노동자 511명 전원을 방산 부문으로 강제 발령냈다.

 

차 지회장은 “회사는 상선 부문을 아예 폐쇄할 계획이다. 만약 상선을 모두 폐쇄하고 방산 부문만 운영하면 인력이 3백 명 정도만 필요하게 된다. 결국 또 다시 인원 구조조정이 닥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모든 물량은 수빅조선소로 보내고 있고, 수주를 하기 위한 노력도 수빅조선소에서만 진행될 뿐 영도조선소에 대해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다. 차 지회장은 “부산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을 때는 ‘부산을 떠나지 않고 회사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현재 보이는 행태는 실제 목적은 공장 폐쇄와 영도조선소 재개발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 휴업을 통보받은 조합원들은 강원, 충청,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조 활동도 하기 어렵다. 차 지회장은 “조합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으니 총회 한 번 성사시키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노사 합의로 정리해고는 일단락 됐지만 회사의 노조 탄압도 여전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체결하지 못한 임단협 교섭도 진행 중이지만 이 조차도 회사는 형식적으로만 임할 뿐 어떤 안도 내지 않고 있다.

 

“공장 정상화, 민주노조 사수가 급선무”

 

복직대기자(정리해고 철회 후 1년 뒤 복직하기로 한 조합원) 중 12명에게 생계비도 지급하지 않다가 지회가 항의하고 부산지방노동청에 고소장을 제출한 뒤에야 지급했다. 작업복을 입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였다. 최근에는 단체협약에 지급하기로 합의한 노동절 선물도 회사가 어렵다면서 지급 유보를 요구했다. “복수노조는 합의했으니 우리한테도 받아들이랍니다. 조남호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수십억 배당금을 챙겨가는데 노동자들에게는 그것마저 양보하라니 말도 안된다.” 지회가 항의하자 회사는 지회 소속 조합원에게만 노동절 선물을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이러한 회사의 행태는 노동자들의 생계 불안과 또 다시 구조조정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 차 지회장은 “결국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영도조선소를 폐쇄해 노동자는 죽든 말든 자기들만 배 채우려는 것”이라고 자본의 행태를 규탄하며 다시 한진중공업을 노동자들이 살아 숨쉬는 공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진중공업은 노동자들은 한국 최초의 LNG선을 만들었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다. 이만큼 경제 성장을 이룬 것도 노동자들의 힘이었다. 바로 노동자의 손으로 기적을 만든 것이다. 반드시 공장 정상화와 민주노조 사수를 우리 힘으로 쟁취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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