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교육 김제 지평선중 '입시부정' 뒷받침 녹취록 공개, 청탁과 부모 배경 먼저 살펴

사정회 후 합격자 발표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 교장, 윗선 결정 강하게 밀어붙여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12.15 17:45

전북 김제의 대안학교 지평선중·고교의 입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긴급회의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지난 13일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전북교육연대)는 지평선학교 입시 부정을 입증하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앞서 7일, 전주MBC 뉴스데스크는 김제 지평선 중·고교 학교 관리자들의 겁박으로 지난해와 올해 입학생 선발 과정에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바뀌는 입시부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합격자 바꿔치기’는 지난해 10월 20일 학교장이 신입생 전형을 맡은 교사들을 소집해 합격자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크기변환_DSC00799.JPG

<사진 설명 - 지난 12일 전교조 전북지부 지평선분회 소속 교사들이 지평선학교 입시부정 의혹은 사실이라며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밝힌 기자회견을 열었다.>

12일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속한 지평선 중·고교 교사들이 “학교 관리자들의 요구 아래 합격자를 뒤바꾸고 인위적으로 조정해 온 것이 사실임을 확인한다”고 밝혀 파장은 커졌다. 전북교육청도 내년도 입학생 선발과정에서 교육청이 승인한 전형요강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었다면 입학부정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참소리는 전주MBC가 보도한 지난해 10월 20일 학교장이 소집해 합격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당시 회의 녹취록 전문을 입수했다. 교장실에서 진행한 이 회의는 합격자 사정회의(10월 18일)가 끝나고 이틀 후에 열렸다. 학교 측은 이 긴급회의에 대해 사정회의 연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기변환_DSC00794.JPG

<사진 설명 - 전북 김제 지평선 학교 >

한 지방자치단체 비서관이 자치단체 직원 자녀 청탁

참소리가 확보한 녹취록에서 학교 관리자는 한 지방자치단체 비서관의 입시 청탁도 있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관리자는 이날 회의에서 한 지방자치단체(0기관) 비서관이 이틀 전(10월 18일) 열린 합격자를 선발하는 사정회의에 찾아와 특정 학생 1명의 합격을 청탁했다고 교사들에게 전달했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관리자급 교사는 해당 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고, 특정 학생 1명을 합격권에 있는 특정 학생 1명 대신 합격시키라고 요구했다는 말을 전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국정농단의 공범 최순실 딸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흡사하다.

당초 지평선중학교는 이날 회의에 대해 면접 이후 딱한 학생의 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서 추가로 전형위원회를 소집한 후에 (합격자를 조정하는) 협의를 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어떤 권력을 가진 부모를 둔 아이를 선발하고자 했던 과정이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교장과 관리자급 교사는 관리자회의(이사장 등 교장보다 윗선이 참여하는 회의로 추정) 결과를 알리면서, 해당 자치단체와의 관계 등을 언급하며 비서관이 추천한 학생 1명(불합격권)의 합격을 밀어붙였다. 이외에도 불합격권에 있는 또 다른 학생 2명도 합격권에 있는 학생 2명과 바꿨다.  

이 과정에서 합격권에서 불합격으로 뒤바뀐 이들은 수익자 부담금을 연체한 전력이 있는 부모와 주말에 학교 행사 참여가 불가하다는 노동자를 부모로 둔 학생들이었다. 딱한 학생의 상황은 불합격자를 선정할 때 고려한 것이다. 부모의 지불 능력이 부족한 상황을 합격이 아닌 불합격 이유로 정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부모의 학교 기여도와 배경으로 뽑은 사례. 과거에도 있어"

이날 회의는 지평선중학교 관리자급 교사가 교장 대신 0기관 비서관을 언급하며 입시 청탁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평선중학교 관리자급 교사 : 사정회의 때 응시학생 A라고 (있는데), 0기관 비서관이 와서 이야기했었어요. 기억나시죠? 응시학생 A라고... 응시학생 B를 떨어뜨리고 응시학생 A를 올렸으면 어떻겠는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에 대해 한 교사가 왜 배려를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묻자. 관리자급 교사는 “저희가 이런 저런 일을 하려면, 그 쪽이랑 같이 좀 협의해야 될 사안이 많아서...”라고 답변했다. 이어, 지평선중학교 교장은 이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되는 관리자회의에서 이 문제로 지적이 있었다는 점을 내비쳤다.

지평선중학교 교장 : 어른들(이사회 추정) 사이에서, 보고를 했는데, 0기관에 아쉬운 소리는 되게 잘하면서, 어떻게 좀 배려해야 되면 니들은 그렇게 탁탁 치고 들어가냐? 말씀하셨어.

지평선 중학교 관리자급 교사는 참소리와 전화 통화를 통해 “정확한 사실 관계는 감사 등으로 밝혀질 것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시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현재 교장은 병가와 출장 등으로 학교에서 만날 수 없어 개인 휴대전화에 문자를 남겨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그리고 0기관 비서실 관계자는 “지평선학교에 간 사실이 없으며, 해당 발언이 어떤 이유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면서 “해당 발언에 대해 법적 대응도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말 안 들으면 패서라도 듣게 해야지"...대안학교 교장답지 않은 발언도

한편, 교사들은 관리자들이 0기관 비서관이 청탁했다고 한 응시학생 A가 60점 만점으로 채점하는 면접 과정에서 굉장히 불성실했다는 점을 항변했다. 당연히 면접 점수는 12점으로 낙제에 가까웠다.

교사 A : “왜 왔니”라고 물으니 “아니 뭐 이래서 이렇게 왔습니다.”고 한 다음에 몇 개 더 물어보니 성질까지 내고 막 그랬어요. 그래서 좀 아이가 거만하고, 전혀 뭐 하고, 오고자 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이에 교장은 성을 내며 (응시학생 A 대신 불합격 처리할) 응시학생 B 부모의 지불 능력을 문제 삼은 관리자회의에 나온 이야기를 꺼내며 응시학생 A의 합격을 밀어붙였다. 관리자급 교사도 부모가 수익자 부담금 미납 사례가 있는 만큼 응시학생 B를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교장 : 그냥 다 내리치고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응시학생 B 부모(자녀가 지평선학교 재학중)가 지금 수익자 부담금 150만원이나 밀려있는 상황에서 받지 말자는 것이 의견이었고(이사회 등 교장보다 윗선 추정), 그래서 (본인이) 응시학생 B를 합격시켰는데요,(라고 말하니) 그러니까, 배려해야 될 것 같다,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러면 응시학생 A를 하나 집어넣자, 그렇게 한 얘기여. 뭘 망설여? 그냥 받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진짜.

이날 회의에서는 학부모의 상황이 평가 대상이 된 사례가 그 전에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교장은 한 재학생을 언급하며 “선생님, 그냥 받았어? 우리 학교를 지어주고, 그런 사람들을 정말 배려하자, 우리 학교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그래서 받은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교사 B는 “올해도(2015년, 2014년 말 입시전형) 이렇게 배려해서 온 애들이 문제 제일로 많이 일으키는 거 솔직히 알지 않냐”며 “1학년 담임이 힘든 것도 그 아이들 챙기는 것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교장은 “애를 처음부터 뚜드려 잡아. 그러면 돼지. 그것도 못 뚜드려 잡아? 1학년인데?”라며 ▲생태적 공동체 삶 ▲민주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을 키워가겠다는 지평선학교의 교육관을 위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크기변환_DSC00827.JPG

<사진 설명 - 교육단체들은 지평선학교 부정입시에 대해 철저한 감사와 형사고발을 촉구하고 있다.>

“학부모 면담 입시 반영 금지에도 사실상 부모 배경 살펴”

이 당시 입학부정 의혹을 사고 있는 학생은 모두 3명이다. 이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면접 점수가 합격권 이하였다. 이날 긴급하게 열린 회의에서는 교장은 이 학생들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제한하며 3명의 합격 바꿔치기로 몰아갔다. 그리고 교장은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바뀐 학생들의 부모가 학교에 기여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장 : 그랬는데 또 00가게의 자녀 응시학생 C가 떨어졌네. 그래서 모처럼 응시학생 C(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바뀜)의 부모와 재학생 부모(학부모 대표)가 지역적으로 뭉쳐서 우리 학교를 도와주지 않을까 (했는데)

지평선 중학교는 지난해 6월 신입생 입학전형 요강을 발표하면서 학부모 면담도 면접날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입학 전형에서 학부모 면접은 사실상 금지되어 있지만, 대안교육에 대한 교육철학 및 학교 이해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학교 측의 요구에 김제교육청은 면담은 허용했다.

지평선학교는 학부모 면담을 알리면서 전형 결과 및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형 요강에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녹취록에서 등장하는 응시생 부모들의 이력은 사실상 이 면담에서 취합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지평선 중학교는 ‘입시부정 의혹’에 대한 학교 입장문에 “잘 아는 학부모 자녀를 선발했다는 내용 또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면접 때 처음 만난 학부모였다”고 입시부정을 부인하면서 부모 이력은 면담에서 취합한 것을 시인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