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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만도(자동차 부품업체)가 27일 오후 3시 전격적으로 대규모 용역을 익산, 평택, 원주 문막 공장에 투입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번 직장폐쇄는 파업에 참가 중인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비조합원(사무직)은 배제한 조치이다. (주)만도는 지난달 14일부터 민주노총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다.

 

만도 익산공장 앞

 

(주)만도는 27일 담화문을 통해 직장폐쇄 배경을 만도지부의 불법파업이라고 밝혔지만, 만도지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익산지회 이장호 수석부지회장은 “사측인 임·단협과 고용교섭 과정에서 임·단협 내용에 충실하지 않고, 계속 고용교섭에 걸려있는 깁스문제를 가지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일들이 있었다”면서 “만도지부의 부분파업은 조정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한 파업”이라고 사측의 불법파업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어제 저녁부터 사측이 공장 내 용역을 투입하려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면서 “오늘 부분파업도 사측의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결정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익산지회에 따르면 27일 부분파업은 당초 예정에 없었다. 이장호 부지회장은 “일부 조합원들이 당초 오늘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면서 “그러나 사측의 용역투입 움직임에 새벽 6시경 부분파업을 결정했다”고 27일 부분파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만도는 직장폐쇄와 함께 오후 3시 용역들을 공장 내 투입하여 공장 출입을 통제했다. 만도지부 익산지회는 “용역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오전 11시경 파악됐다”면서 “당시 제보에 따르면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1500명, 인천 문학구장에 500여명이 대기했다. 이들이 오후 1시 10분 경 출발했고, 이들이 익산공장까지 투입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급하게 조합원들을 집결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익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오후 2시 30분부터 익산공장 인근 공원에 집결하여 사태를 주시하였다. 그리고 18시경 지도부 지침에 따라 앞으로 계획을 공유하고 해산했다. 익산지회는 “사측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조합원들의 공장진입은 시도하지 않았다”면서 “휴가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했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조합원의 반절 이상이 모였다. 앞으로 투쟁은 만도지부 차원에서 논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만도지부 조합원들이 익산공장 인근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주)만도가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현재 만도지부와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쟁점으로 알려진 것은 크게 ‘깁스코리아’문제와 평택공장(브레이크 사업본부) 외주화 철회 문제 등이 있다.

깁스코리아는 지난 98년 IMF 사태 당시 만도 원주사업본부 문막공장 D/C부문이 미국계 자본에 분리매각하여 탄생한 회사로 지난 5월 파산되었다. 현재 미국계 자본은 깁스코리아 핵심기술을 가지고 중국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했으며 깁스코리아는 파산절차를 거쳐 회생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진행되는 중이다. 이 깁스코리아 소속 노동자들은 깁스지회로 묶여 만도지부 소속이다. 현재 깁스지회는 사측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회사는 노조가 파산한 깁스코리아를 인수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 중이다. 이에 대해 이장호 부지회장은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깁스코리아를 인수하라는 입장을 낸 적이 없다”면서 “깁스코리아 문제에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깁스코리아를 인수하라는 요구를 임·단협 과정에서 하지 않았는다. 그런데 회사는 자꾸 임·단협 교섭과정에서 깁스코리아 인수 요구를 철회하라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다”고 회사의 주장을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조에 따르면 만도지부가 회사와 진행하는 협상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임금교섭과 단체협약을 맺기 위한 교섭, 고용교섭(고용안정위원회)이 그것이다. 보통 교섭은 고용교섭을 먼저 진행하고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을 순서로 진행한다. 그러나 깁스코리아 문제는 고용교섭에서 다루는 사안으로 노조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올해 교섭 순서를 단협, 임금교섭, 고용교섭으로 배치하였다.

 

이장호 부지회장은 “회사는 임금교섭에서도 깁스코리아 문제, 단체교섭에도 깁스코리아 문제를 거론하면서 시간을 끌었다”면서 “단체교섭은 주간 연속 2교대, 정년연장, 월급제가 핵심인데 사측 안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임금교섭도 사측이 1차안을 제시한 이후 7차 교섭까지 진전이 없다”고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평택공장 일부 라인 외주화와 관련해서도 이장호 부지회장은 “단체협약에 외주를 할 때는 노조와 협상 후 외주처리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면서 “평택공장이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노조에 협의 없이 설비를 외주를 넘겨버리다 발각된 것이다. 이를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의 직장폐쇄가 장기화된다면 휴가를 간 노동자들이 돌아오는 오는 8월에는 대규모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익산지회는 “조합원들이 여기서 물러서면 모두 다 죽는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측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를 한 상황이라는 것을 조합원들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교섭기간동안 사측은 예년과 다르게 공세적으로 대자보, 호소문, 가정통신문 등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노조가 무리한 깁스코리아 인수 등의 요구를 한다는 사실과 다른 비난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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