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사회 용산참사 2주기 추모제 열려

김도연( 1) 2011.01.20 19:46

 

용산참사 2주기를 맞은 20일 오후 12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 열사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열사들의 유족들 외에도 백기완, 오종렬, 배은심 선생을 비롯한 시민사회 원로들과 이강실, 조희주 용산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 노동종교사회단체 대표와 김희철 민주당 의원,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안효상 사회당 대표 등이 참석해 열사들을 함께 추모했다.



고 이상림 씨의 부인 전재숙 씨는 “잊지 않고 찾아줘 고맙다”며 이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남편이 보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아들이 이 자리에 없어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하며 목이 메이기도 했던 그는 “이들이 떠난 지 2년이 됐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며 “앞으로 가는 길에 함께해줄 거라 믿는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 윤용헌 씨의 부인 유영숙 씨는 “어제 용산참사 다룬 영화를 보면서, 돌아가신 분들이 ‘그냥’ 돌아가신 게 아닌 만큼 끝까지 진상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다졌다”고 전했다. 그는 “책임자는 이분들을 돌아가시게 해놓고도 일본 총영사로 임명이 됐다니 거꾸로 가는 나라라는 것을 느낀다”며 “이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가시고, 부상자, 구속자 모든 분들을 위해 진상규명 꼭 하겠다”고 말했다.


▲고 이상림 열사의 며느리 정영신 씨가 추모제에 앞서 제단 위에 놓인 꽃을 매만지고 있다.
 
남일당 본당 주임 신부였던 이강서 신부는 추모사에서 “2009년 1월 20일 이후 대한민국 역사에서 시간은 멈췄고 우리 사회는 하루도 진전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선거를 통해 정권을 넘겨줬던 이명박 정권의 실체가 이분들을 소중한 가족들로부터 빼앗아 갔지만, 사실 이분들을 이 자리에 눕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각자가 어떻게 해서라도, 가난한 사람들의 몫을 빼앗아서라도 풍요와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이라며 “요사이 우리 주변의 가축들이 살처분 되고 있는 끔찍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2009년 1월 20일부터 가난한 사람들은 살처분 되어왔던 시대를 우리가 잊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오늘 다시 두려운 마음으로 각성하게 된다”고 무겁게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이 자리는 잘못된 역사의 오류, 시대의 오류를 이분들을 통해 다시 바로잡아야겠다는 결심의 자리”라며 “누워계신 열사 분들의 정신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 안에서 끊임없이 불타오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윤엽, 나규환, 전미영 작가가 한 달여에 걸쳐 제작한 추모비.

이날 추모제 자리에서는 이윤엽, 나규환, 전미영 작가가 조각한 추모비 제막식도 함께 진행됐으며, 오도엽 시인이 직접 추모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한 시간여 남짓 진행된 추모제는 열사들의 묘역에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권명숙 씨는 남편 고 이성수 열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한동안 놓지 못했다.


▲추모제가 끝나고 권명숙 씨는 남편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래도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같네. 여러 분들이 잊지 아니하고 당신들을 그렇게 그리워하니 말이야. 잘있고, 다음에 또 올게요. 사랑합니다."
 

추모시

당부
- 용산학살 2주기 추모제에 부쳐

서러워 울지 마라
눈물이랑 거두어라
한겨울 찬바람 거세야
한여름 싱싱하게 오곡이 자라듯
타오르던 불꽃 사라져 재가 되고
그 재 다시 불씨 되어 타오르듯
헤어짐이 있기에 새로운 만남에 가슴 두근거리지 않더냐
있음과 없음이
삶과 죽음이
떼려야 뗄 수 없는 한 몸 아니더냐
나 죽도록 일하며 아낌없이 살았으니
한도 설움도 분노도
이제 한 평 땅에 누웠으니
그저
내 피우지 못한 꽃일랑 잊지 말고
내 피우지 못한 다짐일랑 흔들리지 말고
내 못다 굴린 꿈의 수레바퀴
그리운 날 반 발짝만 더
서러운 날 반 발짝만 더
손 모아 마음 보태어 반 발짝만 더 굴리면
너와 내가 다시 만나 꽃피울 세상
자유와 평등의 땅에서 만나리니
야만에 굴복하지 말고
타협에 절대 손 내밀지 말고
반 발짝만 더
그렇게 반 발짝만 더

한겨울을 시뻘겋게 달군 뜨거운 불꽃은 차가운 냉동고에 얼어붙어 삼백예순날 흘렀습니다. 한 맺힌 분노 꽁꽁 언 채 떠날 수 없는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삼백예순날 보냈습니다. 그리 님들 떠나던 날, 하늘은 진눈개비 뿌렸습니다. 다시 삼백예순날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야만의 굴삭기 갈퀴는 아직도 사람의 목소리를 철거합니다. 가진 것 없는 이의 삶을 땅 위에서 말끔히 지웁니다. 공권력의 학살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한 발짝도 아닌 반 발짝만 더 나서면 되는데, 그 반 발짝의 당부가 이리도 더딥니다. 과거가 아닌 현재로 남아 있는 님, 죽어 영원히 살아남은 님들의 꿈이 한겨울 밤하늘에 초롱초롱한데 말입니다.

오도엽 2011.1.2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