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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작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현재까지 원전사고 중 최악의 사고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지난 10월, 전북에 방문한 국제에너지정책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 씨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아직도 한국 사람들은 그 사고가 얼마나 끔찍한 지 잘 모른다. 후쿠시마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면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영광핵발전소

 

세계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오래 전부터 탈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2011년에는 핵 발전보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생산 비중이 높아지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핵 발전처럼 중앙 집중적인 에너지 생산이 아니라, 가정, 농촌, 중소기업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생산을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핵 발전에서부터 출구전략으로 다양한 에너지 생산 등을 고민하고 있지만, 2012년 한국은 ‘원전 르네상스’로 불릴 정도로 정부 차원의 핵 발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상북도 영덕과 강원도 삼척 등을 신규 핵발전소 건설지로 최종 확정하는 등 핵 발전 전략을 보다 확대할 예정이다.


2012년 한국, 핵 사고의 공포에 떨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문제가 시민사회단체들과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최근 영광핵발전소 5~6호기 위조부품 사건과 영광핵발전소 3호기 핵심부품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생하는 등 영광핵발전소를 둘러싼 일련의 사고들이 핵발전소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광핵발전소 3호기 핵심부품 결함은 86년 영광핵발전소 가동 후 최고 수위의 고장으로 알려지면서 영광군을 포함한 전남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영광핵발전소와 불과 1.5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고창군 상하면 지역 주민들까지도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러나 영광핵발선소사고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전라남도와 달리 전라북도의 대응은 미비한 수준이다.

 

 

탈핵신문 창간, “탈핵은 미래를 위한 보험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주목할 만한 신문이 창간했다. 바로 ‘탈핵신문’이다. 지난해 11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행동’ 워크샵에서 공식 제안된 탈핵신문은 핵과 방사능의 진실을 알리고, 국내·외 반핵운동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운동매체’로서 스스로 역할을 규정하고 창간했다. 올 6월 창간한 탈핵신문은 그동안 4차례 창간 준비호를 내고 현재까지 10차례 간행했다.

 

창간 준비 1~4호는 매호 2~3만부 씩, 전체 약 10만부를 발행하여 울산, 경주, 부산, 영덕, 삼척, 밀양 등 반핵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을 통해 배포되었다. 월 1회 발간을 목표로 그동안 꾸준히 발행된 ‘탈핵신문’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핵과 방사능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창간준비호 1호(2012.01.18.)는 삼척·영덕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부지로 예상되는 지역 주민들의 투쟁을 자세히 다뤘다. 기존 주류언론에서는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다뤘던 신규 핵발전소 건설부지 선정 문제를 ‘탈핵신문’은 지역 주민의 인터뷰와 현장,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다뤄, 신규 핵발전소 건설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탈핵신문

 

이밖에도 핵발전소 주변 건강권의 문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후쿠시마 현장과 국내 원자폭탄 피폭자에 대한 이야기 등 핵과 방사능을 둘러싼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러한 탈핵신문의 관점과 기사는 6월 창간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지난 10월 20일 발간한 탈핵신문 제4호에서는 ‘탈핵-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탈핵기본법과 탈핵 10대 입법과제 등 최근 논의되고 있는 탈핵에 대한 주요한 논의를 보도했다.

 

‘탈핵신문’의 창간에 많은 역할을 한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반핵운동’을 펼치고 있는 활동가들이다. 그 중에는 전북 고창 출신 윤종호 씨도 포함되어 있다. 윤종호 씨는 영광핵발전소가 고창을 비롯한 전라북도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전하며, 최근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고창군민행동’을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작년 ‘탈핵신문’ 창간 준비부터 함께한 그는 현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매 호 ‘탈핵신문’의 기획부터 편집, 기사 작성을 편집위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윤종호 씨로부터 ‘탈핵신문’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윤종호 탈핵신문 편집위원장

 

Q. ‘탈핵신문’에 함께하게 된 이유는?

 

A. 나 역시 영광핵발전소 반경 20Km 안에서 살고 있다. 지난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반경 30Km까지의 주민들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모두 피난을 가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바람방향에 따라 고농도 위험 구역은 6~70Km까지 피난 조치를 내렸다. 그래서 핵 문제는 전라북도에 있어서 생명, 재산, 삶터, 생활 공간의 문제라고 본다. 모두가 다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핵 발전과 지역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함께하게 되었다.

 

Q. ‘탈핵신문’이 필요한 이유는?

 

A. 언론은 사실의 힘을 가지고 있다. 진실까지 필요 없고, 시실 관계를 분명히 하고 그 속에 숨겨진 사실을 드러내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된다. 한국사회 핵발전소는 그런 사실이 은폐되어 있어, 은폐된 사실을 밝혀내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핵’, ‘탈핵’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넘칠 수도 있지만, 중심을 잡아주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큰 윤곽을 보여줘 중요성을 지적하기도 하고,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Q. ‘탈핵신문’ 말고도 핵과 관련된 신문이 있나?

 

A. 원자력 신문 등이 있다. 에너지 환경 신문도 있고, 원자력 신문의 경우 찬핵의 입장이 기조이다. 그래서 반핵의 입장을 전하는 신문도 필요하다. 찬핵론자들은 열심히 자신의 논리나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하고 재가공하여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그리고 권력과 돈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권력과 돈이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서 핵발전소의 문제를 짚어내고, 잘못 전해진 사실들을 제대로 전해야 한다.

 

Q. ‘탈핵신문’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A. 후쿠시마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는 평가도 있다. 그리고 핵발전소 주변의 투쟁하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현장 싸움으로 바빠서 차분하게 앉아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탈핵신문이 이런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평도 있다. 아직 한 달에 한번정도 발행하는 것으로 현장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Q. 핵발전소 문제는 무엇인가

A.핵발전소는 근원적으로 다양한 차별을 발생시킨다. 사고가 발생하면 계급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노동자는 피폭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 간 차별도 발생한다. 결국 핵은 인류공존에 위협적인 존재이다. 그래서 탈핵과 반핵을 넘어서 탈 화석연료로 가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석유문명, 화석연료 문명으로는 인류가 공존할 수 없다. 그리고 탈핵의 대안이 절약으로 축소해서 규정되어서도 안 된다. 에너지 과소비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핵이 아니라고 생각 없이 바람과 태양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 해서도 안 된다. 에너지 소비 형태와 문화에 대해 돌아보고, 자본 중심의 대안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Q. 전북에서는 ‘탈핵신문’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나?

A. 전북 한 살림이 300부 정도를 매장에서 볼 수 있도록 했고, 녹색연합 등이 소식지를 보내면서 같이 보내고 있다. 조금씩 늘고 있다. 영광핵발전소는 소재지가 영광이지만, 엄청난 화약약품이 들어간 온배수가 전북지역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여기서도 미량의 방사능이 유출된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언론들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고, 영광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강 건너 불구경한다고 해야 할까. ‘탈핵신문’이 지향하는 바와 같은 목소리가 전라북도에서도 많이 퍼져야 한다. 그리고 핵발전이 폐쇄되도록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다.


결국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냐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핵 진영이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하고 핵 발전 정책을 물릴 수 있을까? 아마 반핵 진영이 설득을 하지 못하고 시민들이 함께 해주지 못한다면 찬핵 진영의 뜻대로 핵 발전 정책은 추진될 것이다. 그래서 전북 지역에서 반핵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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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약 150여 명의 독자회원과 발기인을 비롯해 물신양면의 도움으로 발행되는 ‘탈핵신문’. 어려운 사정에서도 핵발전도 문제를 짚어내고 대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언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영광핵발전소 사고의 대한 최소한의 진실도 알려지지 않고 있는 전라북도에는 간절한 언론이 아닐까 싶다.

 

한편, 윤종호 씨는 “국민 다수인 6~70%로 핵발전소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며 “핵발전소가 없으면 전기는 어떻하냐면서 핵을 통한 전기 생산이 싸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이는 모두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면서 지금이 바로 탈핵으로 가야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탈핵신문’은 앞으로 한국사회가 탈핵으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이 기사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저널 '미디어생각' 13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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