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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원전의 위험성을 각인시켜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고 이후 일본은 탈핵의 길을 걷고 있다. 바로 옆 나라인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탈핵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핵발전 에너지 비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원광대학교 학술자치모임 ‘아고라’ 주최로 열린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핵발전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강연에 나선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핵발전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탈핵을 주장하면 ‘너는 전기 안 쓰냐’며 전력난을 이유로 반대하지만, 탈핵을 선언하고 다른 에너지를 쓰면서 점차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탈핵의 모범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조건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전력 생산의 20%까지 끌어올린 독일 사례를 통해 위 주장을 뒷받침했다.

 

일본, 원전 가동 중단에도 정전사태 없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고 50여개 원전 중 2곳을 제외하고 가동을 중단시켰지만 2년 동안 정전은 계획정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헌석 대표는  “일본이 탈핵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한 일본은 사고가 난 2011년에 도쿄 소비전력 15%를 줄였다. 지난해에도 15% 줄이는 데 성공했다. 원전 중단으로 부족한 에너지는 일시적으로 화력발전소 비중을 늘리면서 충당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정부는 지난해 9월 2030년대 원전 가동 제로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에너지 원료 96%를 수입하고 있어 에너지 자급률이 5%대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 대표는 “일본의 탈핵 성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열악한 환경에도 ‘양’으로 승부해

 

이 대표는 한국의 자연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독일을 들어 “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일 재생에너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태양열 에너지. 독일은 지리적으로 북쪽에 위치해 일조량이 한해 평균 1,000시간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한국보다도 짧은 일조량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태양광 선도 5개국에 뽑힐 정도로 발전했다.

 

▲빨간색이 짙을수록 태양열 에너지 효율이 좋은 것. 태양열 발전으로 세계에서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독일은 한국보다 에너지 효율이 낮다. 그럼에도 재생에너지가 세계적인 수준인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정책 덕이다. [사진출처=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독일은 일조량이 부족한 대신 개수로 승부했다. 태양열 판넬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원자력은 최대한 조속히 종료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2002년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원전은 짓지 못하게 하고, 기존 원전 수명을 32년으로 간주했다. 그러다 2010년 메르켈 정부가 원자력법을 개정해 17개 원전의 수명을 연장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로 다시 탈핵으로 전환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키로 했다.

 

그리고 독일은 재생에너지를 높여가는 중이다. 그 결과 2000년 6.4%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비중이 2011년 20%를 넘겼고, 지난해 23%로 대폭 증가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탈핵 및 재생에너지 정책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독일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20년 40%, 2050년 80%로 계속 높이는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한국의 에너지정책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을 바꿔놨지만, 한국은 유독 거꾸로 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회 삼아 세계에 원전수출을 증대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 80기의 원전을 수출하게 된다. 35%선에 머물러 있는 원전 비중을 2030년 59%로 높이겠다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도 고수 중이다. 2030년대 원전 0%를 발표한 일본과 대조적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은 원전비율은 2030년까지 0%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한국은
 2030년까지 원자력에너지 비율을 35%에서 59%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경남 신고리 원전 3호기가 9월 완공예정이다. 그리고 신고리 원전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대구를 비롯한 영남권 일대에 공급하기 위한 송전탑 건설에 박차를 가하면서 극심한 반발에 직면해있다. 특히 밀양지역은 7,80대 주민들이 목줄을 나무에 내거는 등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헌석 대표는 밀양 송전탑 문제가 비단 “밀양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지역 간의 에너지 불평등을 지적했다. 당진은 지역의 전력수요보다 3배 이상을 생산하고 있지만, 발전소를 더 짓고 있는 상황. 신고리 원전도 마찬가지로 경남의 전력자급율은 190%로 충분하지만, 수도권의 부족한 수요전력을 채우기 위해 건설됐다.

 

이 대표는 “밀양 주민들보고 지역이기주의라고 하는데 수도권에서 전체 생산전력의 40%를 소비하는데 서울의 전력자급율은 3.7%에 불과하다”며 “수도권은 자체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국민들의 탈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광·고리원전에서 결함이 발생함에 따라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건설 예정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일고 있다. 당장 밀양과 청도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런 가운데 일본과 독일의 사례는 한국 에너지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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