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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 택시지부 소속 천일교통노조 김재주(51)분회장이 4일 새벽 5시, 전주시 덕진구 백제로변 야구장 조명탑에 홀로 올랐다. 김재주 분회장이 올라갈 무렵 전주시 기온은 영하 15도. 한파는 심장마저 꽁꽁 얼릴 기세였지만, 택시노동자의 절규마저 얼릴 수는 없었다.

 

이번에 올라간 김재주 분회장은 해고자이다. 철탑 위에서 매서운 바람을 홀로 견뎌내며 택시노동자들이 염원하는 민주노조가 인정되고 해고 등 노조탄압이 중단되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을 생각이다.

 

▲천일교통 김재주 분회장이 손을 내밀어 인사를 하고 있다.

 

김재주 분회장은 작년 12월 2일, 같은 철탑에 버스노동자와 함께 올라간 경험이 있다.

 

김 분회장은 참소리와 전화통화에서 “택시사업주들은 우리에게 폭력을 쓰고 해고를 계속 하고 있다”며 “자본가들이 너무나 힘들게 하니까 민주노총이 아니라도 결국 싸울 수밖에 없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이어 “사내에서 집회를 하고, 1인 시위를 했다고 하루 30만원씩 손배가압류를 했다”며 “법적으로 싸울 것이지만, 우리의 정당한 집회를 점거로 표현하면서 청구하고 집행문을 송달로 받아보니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손배가압류 등 노조에 대한 각종 압박이 부당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일단 노동자들은 일을 못하면 굉장히 힘들다”면서 “그러나 사업주들은 해고를 시켜놓고 하는 말이 지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나면 월급 주면 될 것 아니냐며 도리어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주는 법을 무시하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분회장은 통화 말미에 “가족들한테 차마 철탑에 오른다고 말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분회장은 현재 어머니를 모시며 슬하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분회장은 “작년 2월부터 투쟁을 시작하고 1년 동안 불과 5개월밖에 일을 하지 못했다”며 “가족들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렇게 해고를 하는 것은 우리 가족 생존권을 박탈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법대로 한다면 노동자들이 이렇게 힘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택시노동자들이 4일 오후 집회를 열었다.

 

인간답게 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택시노동자의 현실

 

김 분회장은 철탑에 오르기 전 생각을 정리한 글의 첫 머리에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복수노조법에 준하여 세워진 민주노조 설립의 대가는 너무도 잔인하고 혹독하였다”라고 밝혔다.

 

김 분회장이 민주노조 설립의 대가라고 말하는 것은 해고와 업무방해가처분. 김 분회장이 속한 천일교통의 노동자들은 작년 1월 3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5명에서 시작한 노조는 17명으로 늘었다가 현재는 11명인 상황. 이 밖에도 완산교통, 덕진교통이 작년에 새롭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여 노조를 설립했다. 그리고 해고와 정직 등의 철퇴를 맞아 현재까지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삼형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은 “지난 해 전북지역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에 대한 해고가 총 36차례에 걸쳐 35명이 해고되었다”면서 “최근 29명이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천일교통 이상태 쟁의부장은 복직 후 집회를 사내에서 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고가 되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해고와 탄압이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판정을 해도 해고는 물론, 노후차량으로 배차를 하거나 고정배차를 하지 않는 등의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면서 “한 달에 2~3번은 부당노동행위와 징계로 법원과 지노위를 다녀오는 것 같다”고 민주노총으로 노조를 설립한 택시노동자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천일교통 김재주 분회장과 이상태 쟁의부장은 지난 11월 5일 해고되었고, 덕진교통 전수영 분회장도 해고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림교통 고영기 분회장은 통보를 받지는 못했지만, 오는 1월 30일경 해고징계가 떨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대림교통 조합원 4명은 지난 7월 정년해고를 당했다가 지노위 화해조정을 통해 복직하기로 합의를 했지만, 현재까지 복직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지원센터 이장우 소장은 “전반적으로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있는 택시사업장의 사용주들은 민주노조에 대한 혐오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상태 쟁의부장의 첫 번째 해고는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노위 판정이 있었다. 그 후 사용주는 절차를 거쳐 다시 해고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택시사업장 내 계속되는 해고에 사실 노조가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택시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노동부와 지노위 뿐인데, 이곳은 구제를 못하고 있다. 결국 방법이 없으니까 목숨을 끊거나, 철탑에 오르는 것”이라고 한국사회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 현대차 비정규직, 버스, 쌍용차, 택시가 사실 사업장 크기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똑같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재주 분회장에게 노조원들이 이불을 올려주고 있다.

 

줄줄이 해고, 원인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단체협약 체결하는데, 2년이 넘게 걸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택시노동자들이 노조 설립 후 각종 징계와 해고가 이어지는 것이 전북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택시지부 관계자는 “사업주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법안에 준해서 사업주의 입맛에 맞는 노조만 인정하고 교섭을 하려한다”면서 “공공운수노조가 다수 노조인 경우에는 사업주는 교섭만 할 뿐 체결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별 노조 등이 다수면 이들과 체결은 당연하고 소수인 경우에도 별도 교섭을 통해 체결한다. 하지만 공공운수노조가 소수면 무시한다”며 사업주들이 복수노조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택시노동자들의 상황은 최근까지 파업을 벌였던 민주노총 소속 전북지역 버스노동자들의 상황과 비슷하다. 이들도 공공운수노조 소속으로 시내버스 5개사와 시외버스 1개사는 2년 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삼형 지부장은 “어제 수정택시분회가 사업주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서 “지난 2010년 6월부터 교섭해서 어제야 체결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림교통의 경우, 작년에 70명으로 1노조였지만 사업주가 체결을 거부했고, 기업별노조가 생기면서 16명으로 줄었다”며 “그렇지만 복수노조 시행 이전부터 교섭을 해와서 교섭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업주는 교섭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에 설립한 천일교통, 완산교통은 소수노조여서 교섭조차도 할 수 없다.

 

택시지부 한 관계자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노사가 자율교섭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그리고 교섭을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천일교통 사측 한 관계자는 “김재주 씨를 비롯한 천일교통 내 해고자들이 현재 지노위에 구제신청을 했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고 택시노동자들의 해고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노동부는 오전 천일교통과 완산교통 사업주를 불러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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