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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정치에 소외된 도민들이 찾는 진보정당 의원이었는데"

[인터뷰] 전 통합진보당 이현숙 전북도의원, "사회적 약자가 존재하는 곳에 있겠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1.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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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합병·해산 또는 제명 외의 사유로 당적이 변경된 경우 비례대표의원은 퇴직한다”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의 퇴직 조건에서 정당의 합병과 해산은 제외했다. 그러나 2014년 12월 22일 전북도의회 이현숙 전 도의원의 직함은 전북도의회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그가 통합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서 퇴직의 예외 조건인 ‘해산’은 ‘자진 해산’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 이현숙 의원은 이현숙 전 의원으로 불린다. 그가 속했던 당도 이제 과거형으로 부를 수밖에 없게 됐다.


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로 전북도의회에 입성한 지 단 6개월 만이다. “소외된 지역 서민들의 위한 정치를 펴고 싶다”는 소망은 헌법재판소의 초헌법적 판결로 겨울 밤의 꿈으로 끝났다.


34:1:2. 새정치민주연합:새누리당:무소속 도의원의 비율이다. 대한민국 제1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전북도의회. 한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의회 구조 속에서 진보정당은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이 요구된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를 거스른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은 지방의회라는 민주적 구조를 지탱하던 중요한 버팀목을 제거한 모양새가 됐다. 


이현숙 전 도의원은 지난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방의원직 박탈 결정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지방의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과 ‘중앙선관위 결정에 따른 퇴직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현숙 전 의원은 중앙선관위의 결정이 도민 스스로 자기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이를 뽑는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그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거스른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수권 정당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의회 구조 내에서 소외된 도민들의 문제 해결의 씨앗이 되었던 진보정당의 역할을 박탈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참소리는 지난 7일, 이현숙 전 도의원을 만나 이런 생각들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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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2일 전 통합진보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 6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박탈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현숙 전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은 공직선거법을 거스른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현숙 전 의원 제공>



“헌재 결정, 상식에 기댈 시기는 끝났다 생각했다”


Q.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많은 평가가 나왔지만, 한마디 덧붙인다면?


A.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  6:3, 5:4 정도로 해산 결정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8:1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을 때 독재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법이나 상식에 기댈 시기는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이 생각이 났다. 사실 종북 프레임, 북과 내통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극우세력과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말고는 거의 없다.


내가 민원인들이나 도민들을 만나면 웃으며 묻는다. ‘종북이라고 우리를 부르는데 함께해도 괜찮겠어요?’, 그러면 웃으며 민원인들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냐고 되묻는다. 정권을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종북이라고) 뒤집어씌우는 것을 도민들도 알고 있다. 정말 통합진보당이 북과 그런 관계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내뒀겠냐고 위로를 해주는 분들이 많이 있었다.


Q. 8:1이든, 5:4든 해산 자체에 대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생각할만한 이유가 있나?


A.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이정희 대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언론이 다룰 때 가장 많이 등장한 장면이 바로 이정희 대표가 박정희 정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대목이다. 명백한 정치 보복이다. 박근혜가 정권을 잡고 종북이라는 프레임으로 곳곳을 몰아붙였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권 성격 상 정치적 보복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Q. 그렇다면 그 파장이 지방의회 의원까지 미칠 것이라고는 예상을 했나?


A. 전혀 하지 못했다. 헌법재판소 재판 과정에서 주로 다룬 것은 국회의원과 정당해산에 대한 법리적 심리였다. 지방의원은 정치적 성격보다는 지역민들이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민주적 자치의 확장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 직접 언급은 없었지만, 공통된 인식이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방의원들의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도 않았는데, 정당이 강제 해산됐기에 비례 지방의원들도 당연히 자격을 박탈해야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논리는 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게 만든다.


“본인에게 통보할 생각 없다는 선관위, 민주주의 무시해”


Q. 이 문제에 대해 성명서도 발표했지만, 지방의원 자격 박탈에 대한 근거를 찾지 못했나?


A. 법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도의회에 통지는 했지만, 개인에게는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보통 이런 문제가 있으면 공문을 보내거나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도의회에 알아보라고 할 뿐 어떤 통지도 없었다.


Q. 그 말은 자격 박탈에 대해 해명하거나 항의할 통로가 없었다는 말인가?


A. 그렇다. 도의회도 나한테 전화로 이런 일이 있으니까 어떻게 준비하라(입장 표명 등)고 하기보다는 중선위에서 이런 연락을 받아 처리한다는 통보만 받았다. 그래서 중선위에 전화를 해서 왜 알려주지도 않나고 물으니 개인에게는 연락할 의사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도민들이 지방자치를 위해 선출한 것인데, 중선위는 절차도 없이 자격을 박탈했다. 선거법 위반을 하거나 비리가 있어 문제가 있을 때 심의를 하고 해명을 듣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지 헌법재판소 해산이 결정됐으니 공직선거법 규정에도 없는데,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결정을 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시민들이 자기의 입장을 대변해 줄 사람을 뽑았는데, 시민들에게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투표 행위 자체에 대해 무시를 한 점이다. 그래서 독재라고 규정하고 싶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지방자치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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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6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격 박탈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지난 7일 제기했다. 이들은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정치에 소외된 도민들이 찾는 도의원이었는데”


Q. 전라북도만 놓고 볼 때, 유일한 진보정당 의원이다. 이곳은 야당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고, 새누리당이 이들을 견제한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수권 세력을 견제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었다.


A. 실제로 의원으로 있던 6개월 동안 주로 찾아온 분들이 여기저기 다 호소도 하고, 법적 측면에서도 해결이 되지 않았던 분들, 소외된 분들이 찾았다. 이래저래 하소연을 하시고 안 되는 거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다. 이야기를 들어줄 통로조차 없었던 것이다.


무언가 이뤄내기보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정치인이 도민들에게는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이렇게 직접 나와 현장을 둘러보는 정치인이 드물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처음에는 통합진보당이라고 하면 고개를 돌리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현장에서 자주 만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오히려 일을 할 만하니까 잘렸다는 말을 해준다. 그런 점에서 좀 더 많은 역할을 올해는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중선위 결정이 아쉽다. 진보정당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그런 통로가 없어진 것이 안타깝다.


Q. 그런 사례를 들 수 있나?


A. 환경복지위원회에 속해 있었고 주로 환경문제를 다뤘다. 전북에는 오랫동안 제기된 환경문제가 많았다. 특히 폐기물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있다. 그동안 많은 의원들이 다녀가기도 했고 제기도 했지만, 체계적으로 제기하고 문제 해결에 근접했던 이는 드물었다. 10년도 더 된 지역 폐기물 문제를 동료 의원들과 함께 해결했다.


오랫동안 문제가 되었지만, 제대로 비판을 못했던 전북고속 보조금 문제와 왕궁 축산 및 폐기물 문제에 대해서도 제기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Q. 그런 사례를 듣고 보니 올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았을 것 같다.


A. 지난 6개월은 업무를 익히기 바빴다. 행정과 세금 감시라는 도의원을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작년에 제기한 환경과 복지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전북도의 도움을 받아 익산 왕궁지역에 대한 조사사업을 통해 우후죽순 생긴 폐기물 업체의 문제를 짚어볼 예정이었다. 그리고 노인 복지와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점검을 하고 싶었다. 조사사업은 전북도에서 예정대로 한다고 하지만, 안타깝다.


Q. 지방의원직은 박탈당했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 외에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A. 앞으로 환경 문제는 계속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도의원으로서 특혜가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비록 그렇게는 못하지만 시민들이 직접 제기한 문제에 같이 할 생각이다. 그리고 과정과 절차가 힘들어 포기한 문제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여 풀어가고 싶다. 6개월, 비록 짧지만 그동안 배운 것을 많이 써먹고 싶다.


“당은 해산됐지만, 민주주의 투쟁은 계속 될 것”


Q.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서는 어떤 활동을 할 생각인가?


A. 일단 당이 해산되었다. 당 이름을 걸고 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합진보당은 역사 속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 올해는 박근혜 정권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전권을 휘두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들을 비판하면 구속하고, 공무원연금 등 각종 복지를 축소할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후퇴된 노동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를 포기한 정권과는 싸워야 한다. 그리고 독재가 물러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다. 민주주의 투쟁은 기본이다. 비록 당 이름으로 싸우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라도 싸울 것이다.


Q. 당 구성원들의 재창당 계획은 없나?


A. 힘들 것이다. 그렇게 두들겨 맞았는데, 무슨 힘이 있겠나? 무소속으로 활동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본다면 15년의 역사다. 창당 후 한 일이 사실 그 전과 다를바 없었다. 모든 민주시민들이 염원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활동, 노동자와 농민, 힘 없는 서민들이 염원하는 바람을 제도권 내에서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없어졌지만,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 뜻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는 것, 사회적 약자가 존재하는 곳에서 항상 서 있도록 할 것이다.


Q. 끝으로 독자들에게 신년 인사를 한다면?


A. 올 초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를 자주 받았다. 그러면 지난 한 해는 핵폭탄 같은 한 해였다고 답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로 죽었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런 일이 또 반복될까 두렵다. 새해에는 건강 잘 챙겨서 민주화 한 길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어쩌면 가장 큰 희망이 시작이 될 수 있다. 비록 당은 해산됐지만, 그 속에 남아있는 뜻과 마음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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