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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부당 해고로 인한 노동자의 자살도 산재"

부당해고에 항거하며 자살한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 죽음, 산재 인정 받아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12.15 17:07

회사의 부당 해고에 괴로워하다 자살한 노동자의 죽음이 업무상 일어난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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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30일 회사 사옥에서 자결한 버스노동자 고 진기승씨.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9월, 부당해고로 고통을 받다 회사 앞에 설치된 국기봉에 목을 매 숨진 전주시내버스 신성여객(현 성진여객) 버스기사 고 진기승씨의 유족이 신청한 산재를 승인했다. 산재는 당시 승인이 됐지만, 보상 절차를 밟는 과정이 길어져 효력은 최근에 발생했다.  

고 진기승씨는 지난 2012년 전주 시내버스 파업에 함께하다 2013년 초 해고됐다. 그리고 1년 간의 해고 기간 동안 법적 공방 등을 벌이다 지난 2014년 중순 자살로 숨을 거뒀다. 

사측은 파업 과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노⦁사간 합의가 있었지만, 해고를 강행했다. 해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도 문제로 한 차례 발생해 해고를 철회하기도 했지만, 재차 해고했다.

1년 가까운 해고 기간 동안 사측은 민주노총을 억제하기 위해 진 씨를 수차례 회유하기도 했다. 복직을 약속하며 회장에게 무릎을 꿇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복직을 결심한 진씨는 회장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약속한 복직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 기간 동안 진씨의 해고는 두 차례의 노동위원회 판정이 있었다. 판정은 엇갈렸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절차 상 하자 등을 이유로 해고를 ‘부당해고’로 봤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진씨의 해고가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결국, 진씨의 해고 사건은 행정법원에 이르러서야 ‘부당해고’로 확정됐다. 그러나 진씨는 자신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사실을 들을 수 없었다. 진씨가 행정법원의 판결을 하루 앞둔 2014년 4월 30일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행정법원은 다음 날 열린 진씨의 부당해고 소송에서 진씨의 손을 들어줬다.

진씨는 사고 당시 병원에 옮겨졌다. 한 달 이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끝내 6월 2일 밤 숨을 거뒀다.  

유족 측은 “평소 우울증도 없었으며, 사측의 부당한 해고로 가정 경제와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면서 “만약 사측이 부당한 해고를 하지 않았다면 고인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산재 신청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부당 해고 이후, 사측은 복직을 미끼로 회장에게 수차례 무릎까지 꿇게 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면서 “장기간 해고가 지속되고 사측의 부당한 회유와 협박 과정 등이 고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씨의 유족 측은 참소리와 통화에서 “당시 회사는 민주노총을 약화시키기 위해 복직도 안 시키고 고인의 인권을 유린했다”면서 “이곳저곳에서 무릎을 꿇게 하는 등의 일로 고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았고, 집에서 대성통곡을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승인하며 “부당해고 과정에서 사업주에 의한 굴욕 등의 정신적 부담이 유발한 스트레스가 있다고 보인다”면서 “부당해고 기간 동안 동료들에게 죽고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 확인되는 등 업무적 요인으로 발생한 사고라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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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진기승 씨의 죽음에 동료들은 100여일 가까운 기간 동안 투쟁을 진행했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한 유명환 노무사는 “해고 기간 동안의 법적 다툼과 인권 침해 등도 업무상 스트레스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 노무사는 “해고가 부당하다면 그 귀책사유는 회사에게 있는 것이고, 해고 기간 동안 노동자가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면 이와 같은 자살도 업무상 스트레스 산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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