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편집자 주]  전주대/비전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8월 29일 파업을 시작했다. 한달 평균 임금 70여 만원. 청소 외의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던 청소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노조를 만들었다. 그네들의 목소리. 그들이 하고 싶은 말. 최소한 우리는 청소노동자들이 왜 이 땅에서 투쟁을 선택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참소리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청소노동자가 학생, 온리원 사장, 전주대 총장에게 쓴 편지를 연재하고자 한다. 청소노동자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 귀 기울여 보자. 

 

 

전주대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전주대, 비전대 학생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전주대 미화 청소를 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먼저 학생 여러분께 정말 미안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파업으로 인해 청소를 안해서 화장실, 강의실, 캠퍼스 주위 곳곳에 쓰레기로 가득해서 눈살을 찌푸리고 불편을 드린 점.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왜 우리 청소 아줌마들이 일손을 멈추고 밖으로 뛰쳐나와 투쟁! 투쟁을 외치고 있는지 유인물을 통해 읽어보셔서 대충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왜 저 아줌마들이 청소나 하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나 임금도 많이 올려줬다는 플랜카드도 붙여있는데 얼마나 많이 받으려고 저러고 있나 욕하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전주대, 비전대 학생 여러분!

우리 청소 아줌마들은 돈이 전부가 아닙니다.


물론 돈 때문에 투쟁을 하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우리 청소 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습니다. 사람 대접을 받고 싶습니다. 그런ㄴ데 회사는 저희 청소 아줌마들을 사람으로 대해 주지 않고 유령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대화, 협상도 할 수 없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한 시간 근무 연장하고 90만원 주겠다.”는 내용의 플랜카드를 붙여놓고 하루 밤을 자고 보니, “비정규직이 하나도 없다.”, “장기 근로자에겐 10만원, 20만원 수당을 준다.”, “식비, 교통비 포함하면 105만원 받고 있다”는 내용의 온갖 거짓말로 학생들을 혼란하게 하는 온리원, 전주대를 이대로 볼 수가 없어서 이렇게 파업을 9일째로 투쟁하고 있습니다.

 

전주대, 비전대 학생 여러분!

우리 전주대, 비전대 아줌마들을 좀 도와주세요. 그냥 보고만 있지 마시고, 힘이 되어 주세요. 저희 모든 아줌마들이 대학생을 둔 엄마가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을 받아 아들, 딸들 8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며, 공부하는데 그 등록금이 어떻게 어디로 쓰여지는지, 어떤 부정부패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지 않으십니까?

 

 

지성과 꿈이 있는 전주대, 비전대 학생 여러분! 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앞으로 사회에 나와 꿈을 펼칠 젊은 기둥입니다.
잘못된 것을 보고 그냥 내버려 둔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남의 일이 아닌 본인의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자손 대대로 최저생계비도 안되는 월급에 비정규직 인생의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전주대, 비전대 학생 여러분!

제발 우리 청소 아줌마 일을 보고만 있지 마시고,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 힘이 되어주십시오. 간전히! 간절히 눈물로 호소합니다.

 

감사합니다.

 

전주대/비전대 청소·경비비정규직 노동자, 전북평등지부 조합원 김남옥 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