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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5월 7일부터 여섯 번째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한 가지. 단체협약 체결이다. 대학교정에서 유령처럼 일했던 청소노동자에게 단체협약은 ‘청소노동자도 인간이다’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첫 번째 열쇠이다. 이 열쇠를 찾기 위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써 1년이 되었다.

 

이번 여섯 번째 파업은 지난 파업들과 수준이 다르다. 그만큼 각오도 했지만, 그동안 사측과의 교섭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총장실 항의농성과 지부장 단식에 전주대 학생 5000명 서명운동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이번 파업에서 하고 있다.

 

참소리는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이태식 평등지부장을 만나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태식 지부장

지난 2008년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평등지부의 지부장을 맡고 있다. 평등지부는 지역일반노동조합으로 2005년 도청 청소노동자 투쟁에서부터 현재까지 지역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자 권리를 찾는데 앞장섰던 노동조합이다.

 

▲이태식 평등지부장은 지난 19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Q. 이번이 세 번째 단식으로 알고 있다.

 

맞다. 지난 2009년에 전주시 청소 민간위탁 관련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단식을 했었고, 2010년에는 전주시 청진 청소노동자 투쟁에서 단식을 했었다. 당시 전주시에서 청소관련 업체 파업과 함께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 규탄하는 단식이었다. 이 두 단식의 경우 이틀정도여서 사실 단식투쟁을 했다고 보기에는 부끄럽다.

 

Q. 평등지부에는 청소노동자들이 많이 투쟁하는 것 같다. 어떤 노조인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여러 지부로 조직운영이 되어 있다. 평등지부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가입해서 노동자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청 청소용역과 시설  비정규직, 전주시청 소속 비정규직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지역의 위탁노동자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등도 가입해서 있다.

 

Q.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평등지부에 가입하고 있는 것 같다. 힘든 점은 없나?

 

비정규직 문제는 단위사업장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용역의 경우,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는 투쟁을 해야 노동조건과 고용안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전주대를 보듯이 원청인 대학이 인정하지 않고 제 삼자라며 뒤로 빼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다 보니까 본질적으로 싸움을 할 때 많은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항상 어려움의 연속이다. 매번 원청이 바뀌거나 사업주가 바뀌면서 야기되는 고용불안도 일상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용하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 조합원들이 대단하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

 

Q. 청소노동자의 투쟁도 보면 쉽지가 않다.

 

청소노동자의 투쟁이 힘든 이유는 대부분 비정규직 사업장이고, 원청하고 업체하고 유착이라는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청이 굉장히 노동조합을 터부시하고 혐오하는 수준의 반사회적 양태를 보이기에 싸움이 더욱 어렵게 간다. 노조가 만들어지면 이 원청과 용역업체, 위탁업체의 유착관계에서의 부조리가 드러나고 그것이 불편하기에 싸움이 더 격해진다. 그래서 이 유착관계가 심하면 심할수록 투쟁은 힘들다. 버스투쟁이 장기화되는 것도 그것이 바로 원인이라고 본다.

 

Q.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애초에 전주대의 경우, 130명 중 115명이 가입했다. 그런데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고 실제로 교섭에서 노조 인정하지 않겠다며 노조와 대화를 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이겨내야 하는데, 그 정도로 각오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노동자로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만 남는다. 현재는 34명이다. 애초에 추동했던 껍데기는 나갔고, 진정성 있게 자기 권리에 대해 알았던 사람들만 남은 것이다. 이들은 노조 세우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부담으로 얼마나 싸울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문제점을 인식한 이들이다.

 

 

Q.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을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이곳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근로조건이) 너무 안 좋았다. 최저임금 일 8시간을 주기 싫어 근무시간 6.5시간으로 줄여 급여를 저하시켜왔다. 대학청소 업무 뿐 아니라 온리원 매장 오픈하면 매장청소와 상품 포장 등도 했다. 또 김장철이 되면 학생들을 위해 3~4일 정도 김장에 동원되기도 했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상의 노동 강도가 있었다.  관리자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면 집에 가라고 하고 횡포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노동자라면 투쟁은 기회와 계기의 문제일 뿐이었다. 홍익대도 그렇고, 여기도 보면 상대적으로 청소노동자라고 하면 다른 노동자들에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그래서 특이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노조 지부장으로서 청소노동자들을 겪어보면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도 있지만, 관리자의 비인간적 횡포와 처우가 노조를 하게 되는 주된 요인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만들어지는 것이 결국 이런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본다. 기획가 되어서가 아니다.

 

Q. 전주대 입장에서 보면 떼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대학이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기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다. 먼저 온리원이라는 회사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온리원은 대학청소경비업무를 하기 전에는 (2000년 이전) 대학에서 직접 수행했다. 내가 아는 수준으로는 교직원들과 재단 측에서 주식을 사고 업체를 만들어 그 업체에 청소경비업무를 밀어줬다. 그리고 2002년, 2003년경에 온리원이 천원마트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재단인 신동아재단이 온리원의 주식지분 28%를 가지고 있다. 대학이 자기들과 하등의 상관이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온리원의 최대주주가 신동아 재단이고 거기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전주대/비전대인데, 결코 대학이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대학이 자유롭다고 한다면 이런 업체는 계약해지를 해야 맞다. 노사분란이 일어난다면, 당연히 계약을 파기해야한다. 신동아재단과 학교와 온리원이 다 관계되어 있는 구조다. 단지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관계없다고 하면 말도 안 된다. 우리가 오죽하면 지난 1월에 도저히 온리원으로는 노사관계가 해결되지 않겠다고 보고 공개경쟁입찰을 요구했다. 당시 공개경쟁입찰에서 온리원이 3순위였다. 나머지는 1순위와 2순위는 지역 청소전문업체였다. 온리원이 되면 충분히 재분규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안다면 업체 선정해서는 안 된다. 자기들이 자체평가했다고 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 제대로 평가 했는지 궁금하다. 입찰가도 비싸고, 전문성도 떨어지고, 노사분규도 예견되는 회사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서 되었다는 것도 문제가 많다.

 

Q.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이 지난 1년 동안 6번 파업을 했다. 어떤 의미로 읽어야 하나?

 

조합원들이 그만큼 노동조합을 세운다는 것에 대해 절실하다고 봐야 한다. 한 달 일해서 100만원도 못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그 노동자들이 일수로 보면 90일, 약 석 달을 파업했다.  그만큼 노동조합을 세우지 않으면 더 이상 직장생활이 무의미하다고 이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절박함으로 읽어야 한다. 이런 절박함으로 투쟁을 하고 있는데, 아직 해결을 못보고 있어 지부장으로서 조합원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지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단식할 수 있는 힘뿐이어서 이렇게 하고 있다.

 

 

Q. 노동자 권리가 무엇인가?

 

자기의 요구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현의 문제는 다르지만,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비록 합의과정은 없다고 하더라도 교섭을 통해 내 요구조건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큰 권리가 아닐까 싶다.

 

 

Q. 그렇다면 그동안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은 정말 소모품에 불과했나?

 

(관리자들이) 무슨 요구만 하면 집에 가라고 했다.

 

Q. 노조를 하면서 그러면 바뀐 것이 많나?

 

6.5시간 일하던 것이 8시간으로 바뀌어 업무강도 낮아졌다. 그리고 겨울에 김장 안하게 되었고,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도 관리자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비조합원들은 밖에서 투쟁하는 조합원들이 있기 때문에 배팅도 할 수 있다. 말 안 들어주면 노조 가입하겠다고 회사에 이야기 할 수 있지 않겠나. 사실 비조합원들도 노조 때문에 많이 좋아졌다.

 

Q. 끝으로 전주대/비전대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대한민국의 사학들이 학교 재정운영에 대한 원칙이나 교육철학을 가지고 진실성 있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학들은 노조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 밑바탕에는 노조 혐오가 있다. 자기 가치관 이외에는 용인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는 그렇게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것이 대학사학의 정체성이다. 전주대, 홍익대 등 사학이 가진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본다. 그 정체성이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학생들도 5년 후 사회 나와서 저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했을까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열정적 노동자, 사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자기가 일하는 현장에서 투쟁할 때 전주대/비전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아! 그 사람들이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노동자 정체성을 빨리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학교 다닐 때 마찬가지였다. 20년 전에 학교 다닐때 무관심했다. 그 업을 요즘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Q. 하나 더, 노조가 도대체 무엇인가?

 

머슴처럼 부려먹던 사람이 하나의 존재가 되는 것이다. 머슴은 죽으면 버리지 않나. 소모품이다. 청소하는 분들도 소모품이었다. 모든 대한민국 노동자 소모품에서 존재로 거듭나듯이 노조는 청소노동자를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물론 스스로 그렇게 존재가 된 것이다. 당연히 회사는 이 노조를 상대방으로서 인정해줘야 한다. 그런데 노조를 상대방으로 인정하기 싫은 것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존재들이 대한민국 사용자들 아닌가. 자본가들의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저급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존재감을 아는 순간 노동자는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이제 전주대에서 결정해야한다. 회사를 강제할 것인지 아닌지. 용역업체를 원청이 비호하지 않으면 노사 마찰이 이렇게 첨예할 수 없다. 전주대가 입장을 선회해서 업체의 노조인정을 강제하든지, 계약해지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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