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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가 21일 추모식을 진행하는 한편 교육부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하며 정부서울청사 교육부 후문 앞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는 21일 교육부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까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함과 동시에 이번 죽음은 교육현장의 심각한 차별이 만든 사회적 살인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비정규직본부는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질병 휴가 및 휴직 제도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서남수 교육부장관과 이기용 충북교육감에게 요구했다. 또한 일방적인 직종간 통폐합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출처= 전회련 학교비정규직본부 ]

 

과학실에서 일하던 보조교사인 고인은 지난 17일 새벽 6시경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등나무에 목을 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고인의 소지품과 동료 진술에 의하면 고인은 행정, 과학, 전산 등 업무가 통합되어 노동 강도가 늘면서 당뇨 증세가 악화됐다.

 

건강 상태가 악화된 고인은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6월 30일 불가피하게 퇴직했다. 고용안정센터에 실업 급여를 신청하러 갔다가 뒤늦게 ‘무급휴직’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됐다. 고인이 뒤늦게 학교에 찾아가 퇴직을 취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 측이 다른 인력 채용을 들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비정규직으로 13년을 일한 고인의 경우 연간 무급 질병 휴가 60일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충북지역 공무원(정규직)의 경우 연간 60일 유급 질병 휴가와 더불어 1년간 임금의 70%를 받으며 질병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사망 현장에는 A 씨가 자신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아 청와대와 교육청 등에 접수한 민원 내용과 답변서가 발견됐다. 답변은 퇴직 처리 된 행정 처리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비정규직본부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아픈 몸을 치료받을 권리조차 차별받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눈치가 보여 제때 쉬지 못해 병을 키우고,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플 때는 정작 차별적 병가제도 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고 호소했다.

 

또한 “전국의 시도교육청은 교원업무경감과 업무(직종)통폐합 정책을 일방적이고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업무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업무와 책임은 늘어났지만, 이에 걸맞은 신분안정과 처우개선 조치도 없었다.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타박하면서도 정작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과 연수기회도 제공하지 않았고 새로운 업무에 적응할 시간적 여유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무기한 비정규직에 불과한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짝퉁 대책이 아니라, 차별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처우개선 대책이 수반된 제대로 된 진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당은 21일 논평을 내고 “무분별한 직종통폐합과 정규직과 비정규노동자의 차별적 병가제도가 초래한 비극”이라며 “13년간 일했던 일터에서 건강을 잃고 퇴직을 결심했을 고인의 심정과 이를 바로잡기 위해 억울한 싸움을 감내했을 고통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고 밝혔다.

 

노동당은 이어 “최근 학교 비정규노동자의 업무와 책임은 늘어났지만 처우나 신분 안전은 그대로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면서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했다.

 

고인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민원내용

2013. 8. 7. 접수. 고인의 유품으로 호주머니 속에서 함께 발견됨

 

억울하고 분하고 배신감에 어찌해야 하는지 날마다 눈물만 나옵니다.
갑을의 세상, 비정규직의 비참한 세상이란 말이 절감하여 처절합니다.
13년 동안 과학실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했지만 나름 보람된 삶을 보냈건만 병으로 인하여 퇴직하는 과정에서의 비참함과 황당함 패닉상태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사정했지만 아무 소용없이 물러나야 하는 나의 삶이 고통의 날을 보냅니다.
학급수가 54학급까지 있을 때 복수감제도 실시했지만 우린 그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묵묵히 지친 업무에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일했습니다.
행정실은 교무실로, 교무실은 행정실로 나의 억울한 사정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병도 감당하기 힘든데, 수면제 도움 없인 잠도 이룰 수가 없는 이 비참한 삶,
삶의 의욕마저 상실하게...
날마다 눈물로 지냅니다.

국민신문고 홈페이지에 대한 답변

충북교육청 2013. 8. 9. 답변

 

“(전략) 민원인께서 퇴직원을 제출했던 시기가 질병으로 인한 심신에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은 하나 000님 판단에 의해 퇴직원을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퇴직처리가 된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행정 처리를 되돌릴 수 없는 것입니다. 약 13년 동안 학교에 근무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것은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이미 퇴직을 한 상황에서는 이제 마음을 추스르시고 건강을 되찾으시길 바라며 향후에 다시 한 번 교육계통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시길 기원드립니다.(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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