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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가 지난 6일 내놓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이 학교폭력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본질에서 벗어나있으며, 근본적인 성찰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폭력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하여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 및 책임 강화’하고 ‘학부모의 책무성 강화’와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등 7가지의 실천 정책이 담겨있다.

 

 

복수담임제도 도입,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계획은 없어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담임교사가 매학기 1회 이상 학생과 1:1 면담을 실시하고 면담 결과를 학부모에게 이메일과 문자 등을 활용하여 알려야 한다. 그리고 생활지도에 업무 부담이 클 수 있으므로, 담임교사를 추가 배치할 수 있도록 복수담임제도를 도입한다. 복수담임제는 12년에 중학교부터 도입하고, 13년부터는 고등학교 등으로 확대된다.

 

또한 담임교사는 학교폭력 가해·피해 학생의 게임중독까지 포함한 학교폭력 관련 사항을 누적 기록·관리하고, 3월부터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조치사항을 기재한 내용은 상급학교 진학 시 자료로 제공하며 기록 보존 기간은 초등·중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는 10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기록이 대학입시에 반영될 수도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인성교육을 잘하는 교사에게는 각종 연구비 지원, 포상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전교조는 복수담임제 등의 대책에 대해 “복수담임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학교를 제한하고 학교당 학급수를 줄여 유휴 교실에서 학급활동이 가능하도록 분배해야 한다”며 대규모 학교 제한 및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이와 같은 계획은 없었다.

 

또한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기록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는 “한 두 번의 청소년 시절 과오를 이유로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 배제하겠다는 반교육적 비인간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에 대해서는 “대가를 지불하는 성과주의, 결과중심의 시혜적 방식”이라며 “일부 학교에서는 성과를 볼 수 있겠지만, 학교폭력문제 해결로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종합대책은 학교폭력에 대한 규정에 있어서도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고 인식하여 피해자는 우선 보호와 신속한 치유 지원을 하며, 가해자는 엄격한 조치와 재활치료를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피해학생의 치료 등 비용에 대해 가해학생 부모에게 구상권 가능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을 비롯한 조치는 강화되었다. 학교폭력신고전화를 경찰청 ‘117’로 통합하고, 피해학생 보호에 필요한 기간 동안 가해학생에 대한 출석정지 제한을 두지 않게 했다. 이에 따라 유급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진경보제’를 도입하여 일진회 문제는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지회하여 발본색원할 방침이다.

 

또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조치가 결정된 학교폭력사안에 대해서는 가해학생 측의 경제적 사정과 관계없이 학교안전공제회가 피해학생의 심리상담, 일시보호, 치료를 위한 요양에 소요된 비용을 우선 부담한 후 가해학생 부모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게 했다.

 

사교육으로 내모는 현실은 안 고치고 인성교육만 강화

 

한편, ‘인성교육’은 보다 강화된다. ‘밥상머리 교육 범국민 캠페인’ 등을 추진하며, 학생생활규칙 준수를 교육하며, 체험활동을 확대하고, 학생의 인성발달 상황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구체적으로 기록하게 했다. 또한 시·도교육청 평가에 ‘인성교육 실천 및 학교폭력 근절 노력 정도’의 비중을 5점에서 15점 이상으로 확대하여 인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근절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한다.

 

전교조는 “2009년 교육과정에서 보듯이 졸속적인 집중이수제와 영수 중심의 입시제도가 있는 한 인성교육 강조는 근복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음·미·체 교과를 입시에 도움이 안 된다며 한 학기 또는 한 학년에 몰아서 이수하는 현실에서 어찌 다양한 인성교육이 가능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여 영수 등 지식과목 이수단위 축소, 사교육으로 내모는 선발입시제도와 평가제도 수정, 인권교육과 평화교육의 의무화 등의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위주의 대책으로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어
경쟁, 입시 교육 폐지하고 학생들의 행복한 배움터가 되어야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이번 종합대책에 대해 “처벌위주의 대책”, “학교폭력의 책임을 학교와 교사, 학부모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위와 같이 종합대책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이명박정부가 학교폭력의 원인을 잘못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정부가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교의 인성교육 부족, 교사와 학부모의 지도부족, 인터넷·게임·영상매체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면서 “학교폭력의 근본원인은 지나친 경쟁시스템과 학벌사회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 학교정보공시, 일제고사, 교원평가 정책 등이 학교폭력을 불러왔다”면서 “성적만을 중시하며 친구간의 경쟁, 학급과 학급 간의 경쟁, 학교와 학교가 경쟁하는 서열화 된 학교체제와 학벌사회는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를 불러오고 학교폭력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적인 학교 문화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지적했다. 전교조는 “돌봄과 공평한 배움의 기회가 제공하기 보다 승자독식의 1등만이 인정받고 다수의 학생들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과 배제, 은폐와 소통부재가 폭력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었다”며 “수수 특권층만을 위한 고교서열화, 권위적인 학교지배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북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는 학교폭력의 원인은 “폭력적인 사회분위기”로 보고 “정당한 집회와 시위에 대한 경찰이나 권력이 보여주는 폭력적 진압을 통한 사태 해결이 바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면서 “학생들을 체벌로서 다스릴 것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부정이 폭력의 정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병적으로 깊숙이 박힌 폭력들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누출되고 있어 학생들의 정서가 병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7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 대해 제기하는 불편한 질문’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리고 “교과부가 경쟁교육을 버리고 협력교육으로 방향을 돌려야 학교폭력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는 교사를 지금과 같이 압박하는 상황에선 학생 소리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다“면서 전교조에 대한 공안탄압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교욱의 대폭적인 증원 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한편, 전교조는 처벌위주의 정부대책에 반대하면서 근본적인 학교혁신 10대 과제를 발표와 함께 학교혁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10대 과제에는 경쟁위주의 일제고사 및 입시선발제도, 학교정보공시제도 폐지, 전근대적인 체벌과 처벌위주의 학생생활교육 방식을 일소하고 학생인권보장과 인권친화적 생활지도 방안 제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원정원 확보 등 21세기형 교육여건 구축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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