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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박홍근 국회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기재 논란에 따른 법적 문제’ 입법조사회답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학생부 가해사실 기재 관련하여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한 것으로 교과부를 제외하고 전문가 2인은 위헌이라고 자문했다.

 

총 13쪽의 문건으로 구성된 자료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 등을 기재하도록 한 훈령’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지 여부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반여부와 학생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는지 여부 등 3가지 사항을 두고 합헌·위헌 양측의 의견을 담았다.

 

합헌 쪽 의견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견해를 담았으며, 위헌 쪽 의견은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와 김종서 배재대 법대 교수의 견해를 담았다.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합헌 쪽 의견을 가진 전문가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교과부, “상위법령에 근거, 위임”
오동석 교수, “한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상위법령과 충돌”

 

먼저 학생부 기재와 관련한 교과부 훈령에 대한 법규성 문제에 대해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 ‘학교생활기록의 작성 및 관리에 관한 규칙’ 등 법령에 근거한 사항이며 상위법령의 위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동석 교수는 ‘초·중등교육법’에 나온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규정과 충돌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어 “일생을 좌우할 낙인효과, 교육받을 권리 등 학생의 인권에 대한 제한과 관련된 사상은 법률에서 정해야 하는 것이고 위임입법에서 정할 수 없는 사항”이라며 교과부 학생부 기재 훈련은 법규성 및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교과부, “소년법상 보호처분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중처벌 아냐”
경기도의회 교육위 도의원들, “학생부 기재가 되면 취업과 진학 불리, 처벌적 효과 가져와”

 

헌법상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문제에 대해서는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는 소년법상의 보호처분을 기재하지 않는 것이다”면서 “처벌을 받은 원인이 된 사건이 학교폭력과 관련이 있다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조치사항을 기재하는 것이다”는 뜻을 밝혔다.

 

다시 말하면, 교과부의 주장은 학생부 기재 사항은 소년법상 처분(형사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징벌수단)을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러나 입법처는 이중처벌이라는 주장의 논거를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성명으로 대채했다.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의원 7명은 지난 8월 28일 성명을 통해 “학생부 기재가 되면 취업과 상급학교 진학에 불리하게 될 것이 명백하고 이는 바로 처벌적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과부, “학교폭력 예방 위한 정당성 인정해야”
전문가, “학교폭력 예방 위해서는 학교문화, 교육과정 바꿔야...다른 대안 있어”
“기재사항 졸업 후 5년 보존은 형사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해”

 

끝으로 헌법 위반 여부와 학생 기본권과 관련해서 교과부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면서 “낙인효과에 과해서도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사항만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도와 상담을 통해 가해학생의 행동변화를 유도, 인성교육을 강화하여 낙인효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종서 교수는 “학생부 기재 강제는 학생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학생부 기재 수단에 대해서도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데 전혀 기여하지 못하여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폭력적인 학교문화, 교육과정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가해학생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등의 방식보다 더 교육적이고, 보다 덜 인권침해적인 다양한 지도방법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갖추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학생지도에 관한 교사의 판단을 무시하고, 그 지도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학생부 기재사항을 졸업 후 5년간 보존하도록 하는 것은 “죄와 벌, 행위와 제재 간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형사법상 비례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종서 교수는 “학생부 기재는 기본권 제한에 있어서 준수되어야 할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고, 학생의 인격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기정보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견해를 정리했다.

 

전북도교육청, “덜 인권침해적인 방식 얼마든지 있어”
박홍근 의원, “처벌과 통제로 제2,3의 피해자 막을 수 없어, 기재 강행 중단해야”

 

한편, 입법조사처가 학생부 기재는 위헌이라는 전문가 자문 의견을 정리하여 내놓자 전북도교육청은 즉각 환영논평을 발표했다.

 

전북도교육청은 “법원에서 형사범죄 확정판결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부를 출력해 해당 내용을 수기(手記)한 뒤 별도 관리하며, 해당 학생이 졸업하면 폐기한다는 원칙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도내 일선 학교에 전달한 바 있다”면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항은 입법조사처 자문의견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국회입법조사처 자문의견 자료 중 전북교육청 대책 소개 부분

 

입법조사처에 자문을 낸 전문가들도 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등을 통해 학교폭력 증가세가 감소세로 돌아간 점을 소개하며 서울, 경기, 전북의 혁신학교 모델 등이 학교폭력 감소를 수치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자문을 하기도 했다.

이어 전북도교육청은 “국가인권위 권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지적, 민변과 민주법연 등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보더라도 교과부 방식은 문제가 있다”면서 “교과부 방식에 대해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도 해당 자료를 공개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폭력적인 학교문화와 교육과정 자체를 바꿔야하는데 오로지 학생들에 대한 처벌과 통제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제2, 제3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막을 수 없다”며 “입법조사처의 자문 의견이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만큼, 교과부는 학생부 기재 강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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