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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직권상정까지 염두하고 기존의 15개 조항을 삭제한 ‘전북학생인권조례’ 처리가 연기됐다.

 

21일 오전 전북도의회 교육상임위원회는 의안심사를 통해 ‘전북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기로 하고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전북도교육청이 작년 10월 제출한 ‘전북학생인권조례’ 수정안에서 15개 조항을 삭제한 민주당 장영수 도의원의 ‘전북학생인권조례안’ 철회를 촉구하는 청소년 활동가들이 10시 10분경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전북학생인권조례’의 처리는 무산됐다.

 

 

교육상임위는 이날 전북도교육청의 ‘전북학생인권조례안’과 장 의원 외 31명이 서명한 ‘전북학생인권조례안’을 비롯해 ‘전라북도 교육의 권리와 권한에 관한 조례안’ 등을 상정하여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할 예정이었다.

 

장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북학생인권조례안’은 성(性)적 지향, 여학생의 치마와 바지 선택의 자유, 학생의 휴식을 취할 권리, 일기장 등 사적 기록물 열람 제한 등을 삭제하여 많은 청소년단체들의 우려가 있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청소년그룹’ 전국의 11개 청소년단체 소속 청소년 활동가들은 20일부터 민주당 전북도당을 방문하여 “장 의원이 대표발의 한 ‘전북학생인권조례’는 15개의 중요한 항목을 삭제한 누더기 조례안”이라면서 “도교육청에서 제출한 ‘전북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될 수 있도록 장 의원의 조례안을 철회해달라”는 요청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들 단체 소속 20여명의 청소년 활동가들은 21일 오전 의안 심의가 예정된 10시 10분경 회의장을 점거하고 11시 10분경까지 약 1시간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소속 따이루(별명) 씨는 “민주당 주도의 차별적인 학생인권조례를 막기 위해 이렇게 회의장에서 연좌농성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공을 쌓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연좌농성을 벌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누더기 인권조례안을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당의 인권조례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 답변을 듣지 못하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전했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 활동가들은 일부 교육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 의원은 “집회 허가를 받고 하는 것이냐”면서 “학생인권조례를 가결할지, 부결할지 모르면서 이렇게 하냐. 밖으로 나가라”고 말했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 아니다”며 “최소한 전북도교육청이 제출한 인권조례안으로 상정하라”고 요청했다.

 

‘아수나로’ 난다(별명) 씨는 “어제부터 수 차례 장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권조례안은 오히려 학생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뜻을 전하고 철회를 요청했는데, 관계자들은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며 “청소년 활동가들이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오늘 결단을 내린 것이다”면서 15개 조항이 삭제된 장 의원의 ‘학생인권조례안’ 상정이 철회되지 않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1시간 동안 이처럼 공방이 오가는 동안, 일부 교육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회의장을 떠났다. 박용성 교육상임위원장도 회의장을 떠나 농성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쳐지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데, 교육상임위원장이 이들을 최소한 설득이라도 해야 하는데, 자리를 비우는 것이 말이 되냐”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결국 교육상임위는 이날 ‘학생인권조례’를 상정하지 않기로 하고 오전 안건심의를 취소했다. 박 위원장은 일부 기자들에게 임시회 폐회(27일) 전까지 인권조례안 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소년 활동가들은 11시 10분 경 농성을 풀고, “민주당 장 의원의 학생인권조례안 상정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해산했다.

 

교육상임위 점거한 청소년 활동가 인터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서울지부 활동가 ‘따이루’(별명)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전주지부 활동가 ‘소명’(별명)

 

1. 오늘 교육상임위 회의실 점거라는 강한 의사 표현을 한 이유는?

 

소명 – 장영수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학생인권조례’는 기존의 전북도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보다 15개 조항이나 삭제한 누더기 조례안이다. 이에 대해 전북 뿐 아니라 전국의 청소년 활동가들은 통과가 된다면 오히려 학생인권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당 관계자들과 만나 이 같은 뜻을 전했지만, 민주당은 교육의원에게 책임을 미루고, 장영수 도의원은 교육상임위에게 책임을 돌리는 등 폭탄돌리기만 할 뿐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처럼 학생인권조례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점거를 하기로 결정했다.

 

2. 한 도의원은 ‘서울 사람이 전북도의회에 와서 왜 난리냐’는 말을 했다. 전국의 청소년 활동가들이 전북까지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따이루 – 우선 서울의제라고 해서 서울 사람들만이 이야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내용에 관심이 있고 의견과 지식이 있다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이를 도의원은 듣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본다. 지역을 가지고 편을 가른다는 것은 학생인권조례에 내용을 고민하고 조례를 만들려는 노력을 피하고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도의원의 그런 말까지 들으면서 자리를 지킨 것은 15개 조항이 삭제되어 차별이 시정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된다면 그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문용린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전하고 있어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소명 – 그 말을 들었을 때, 웃음부터 나왔다. 그 말을 한 도의원에게 묻고 싶다. 과연 교육상임위는 그동안 학생인권조례를 가지고 전북사람들의 의견이나 제대로 들었나?


3. 이번에 만약 민주당 장영수 도의원이 대표발의한 ‘학생인권조례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가?

 

소명 – 인권 보장이 아닌 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라는 틀은 그동안 배제된 학생들의 인권을 담아내는 것이 의미가 있는데, 오히려 성소수자, 여성 등 약자들에 대한 배제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장 의원도 발의 당시 논란이 된 것들을 삭제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논란이 되는 인권 보장은 안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통할 수 있다고 본다.

 

따이루 – 장 의원의 발의안 자체가 차별과 억압, 배제를 사회적으로 용납한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어 위험하다. 서울시 교육감도 주민들이 발의한 학생인권조례를 수정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충분한 빌미와 명분을 제공한다. 결국 진보교육감을 배출하고, 학생인권 보장을 당론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의 텃밭인 전북에서 전국적인 학생인권 현실을 후퇴시키는 것을 주도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인권이 충분히 조례를 통해 보장받기 위해서는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논의과정을 가지고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

 

4. 오늘 점거를 하면서 많은 교육의원들과 도의원들을 만났다. 어땠나?

 

따이루 – 모든 교육의원들과 도의원들이 우리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반말을 썼다. 도의원들이 공무집행을 위해 우리보고 나가라고 주장하면서 어려보인다는 이유로 함부로 반말을 쓰는 것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과연 학생과 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보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청소년의 존엄성과 인격은 무시해도 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가? 일관되 반말 속에서 청소년을 위한 교육의원은 없는 것 같았다.

 

소명 – 민주주의를 그 사람들이 논하는데, 작년 도교육청 수정안을 발의할 때 우리가 방청했다. 교육의원들은 사전 모임(일명 간담회)에서 논의를 해 정리했으니 상임위에서 논의하지 않겠다면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도의원들이 어떤 생각과 뜻을 가지고 있는지 볼 이유가 있는데, 비공개 모임에서 논의했으니 논의할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 과연 교육을 대표한다는 의원들의 자세인가? 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나?

 

5. 앞으로 계획은?

 

따이루 – 청소년들의 힘은 아직도 이 사회에서 소수이고 작다. 오늘 점거는 기성세대 주도하에 추진되는 누더기 학생인권조례를 청소년들이 막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전국의 청소년단체들은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정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찾아가는 액션을 또다시 할 계획이다.

 

소명 – 지역에서 보다 많은 청소년들을 조직해서 여론을 모을 것이다.

 

띠아루 – 힘 없는 사람들의 유일한 무기가 연대다. 전북에서 무시 당하고, 전국에서 배제당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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