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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악법 부활의 신호탄, 인적사항 신고 거부 한상렬 목사 긴급체포

문 따기 위해 소방대원까지 부른 경찰, "공안정국 조성 위한 과도한 집행"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8.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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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렬 목사

국제인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부터 인권 침해 가능성이 수차례 제기되면서 국가보안법과 함께 반인권 악법으로 지적받고 있는 보안관찰법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관련 기사 - http://cham-sori.net/34519>

전주 완산경찰서는 2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3년간 형을 다 살고 작년에 출소한 통일운동가 한상렬 목사(전주 고백교회)를 긴급체포했다. 이유는 인적사항을 관할서에 신고하지 않아서 보안관찰법을 위반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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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산경찰서는 25일 보안관찰법에 따른 인적사항 신고를 거부한 한상렬 목사를 체포했다.

보안관찰법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으로 3년 이상의 형을 사는 경우, 출소 전이나 출소 후 7일 이내 가족관계, 입소 전 직업과 학력, 거주예정지 등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24일 국제인권단체 아시아인권위원회는 “다른 생각이나 이념을 가진 것에 대한 무제한적 처벌”이라면서 법 폐지를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을 통해 보안관찰법 폐지 또는 완화 계획을 수립하도록 법무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에 따른 처벌을 모두 받은 이들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이중처벌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차문을 따기 위해 119 소방대원도 부른 과도한 공권력 집행

한상렬 목사에 대한 체포작전은 긴급하게 이뤄졌다. 복수의 의견을 종합하면, 경찰은 이날 체포를 결심하고 한 목사가 거주하는 고백교회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렸다. 이어 밤 9시께, 한 목사 부부가 고백교회에서 나와 이동하자 약 2Km를 미행하다 전주 흑석골 사거리 전주한방병원 앞에서 차를 막고 체포를 시도했다. 

밤 10시경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야밤에 이러는 경우가 어디있나?”며 “26일 오전에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완산서는 경찰병력 1개 중대를 동원하는 등 강경하게 나왔다. 

이 과정에서 차 안에 탑승한 한 목사가 저항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119까지 불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한 목사가 다치거나 할 수 있어 구급차원에서 부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119구조대원들의 손에 든 것은 망치 등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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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한상렬 목사가 탑승한 차량의 문을 따기 위해 119 소방대원을 부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인권활동가는 “세월호 이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나서야 할 소방대원까지 문을 따기 위해 부른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세월호 참사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가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 소방인력을 동원하는 것이 말이 되나. 현장에 있던 시민들도 이 점에 대해 당시 강하게 질타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길어지자 한 목사는 변호사와 함께 체포에 응했다. 한 목사는 체포직전, “통일 없이 민주 없고, 자주 없이 통일과 민주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면서 “엄혹한 현실을 알게 됐고, 국민과 더불어 낙관으로 투쟁하겠다”며 심정을 전했다. 

한 상렬 목사, 악법에 응할 수 없다며 진술거부권 행사

25일 밤 11시께 체포된 한 목사에 대한 조사는 완산경찰서에서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한 목사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사 담당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이미 복역을 모두 마쳤고,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보안관찰법 때문에 인적사항을 신고하는 것은 양심에 반하며 부당하다고 생각하기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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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체포된 한상렬 목사를 조사하는 동안 병력을 배치하여 완산경찰서를 봉쇄했다.

검찰은 구속여부를 26일 오후 현재까지 결정하지 않았으며, 한 목사는 덕진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있는 상태이다. 한 목사는 유치장에서 부당한 악법에 항의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목사가 보안관찰법에 따른 인적사항 신고 거부 등 불복종 행동은 계속될 것을 보인다. 한 목사가 인적사항을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보안관찰처분 대상자가 되면 3개월마다 주요 행적을 신고해야 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평생 감시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비판여론 잠재우기 위한 공안정국 조성 시도”   

한상렬 목사의 구금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26일 오전 전주지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안관찰법 폐지와 함께 한 목사 석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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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한상렬 목사 체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26일 오전 전주검찰청 앞에서 열었다.

이들은 “체포영장의 유효기간(29일까지)이 남아있던 상태에서 최소한의 인도적인 고려 없이 체포한 것은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라면서 “한상렬 목사에 대한 체포는 최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공안정국 조성 시도”라고 말했다.

이들이 종북몰이라며 강하게 지적하는 이유는 한 목사에 대한 체포가 대검찰청의 지휘를 받고 있다는 현장 경찰들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롯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목사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와 유사한 사례로 볼 때, 한 목사의 신고 거부는 약 80만원 정도의 벌금형 수준”이라면서 “벌금형에 불과한 위법행위에 이렇게 대응하는 것은 공안정국 조성을 위한 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보안관찰법은 거주이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면서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이 법은 사법적 절차 없이 단지 법무부의 판단에 의해 보안관찰 기간이 무기한 연장되는 등 악법의 소지가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국정원이 고향까지 찾아가 신상을 캐묻는 등 지난 대선 개입 이후 흉흉한 공작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공안탄압의 바람에 맞서 한상렬 목사와 연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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