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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내버스(호남고속, 제일여객, 전일여객, 시민여객, 신성여객) 노사가 8일 전북 지방노동위원회 3차 조정회의에서 10시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 쟁점을 좁히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되었다.

 

결국 전북 지방노동위원회는 자정이 조금 안된 23시 50분 경,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가 지난 2월 22일 제출한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대해 “노사 간 이견차가 너무 크다”면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부지부 전주시내버스 5개 분회는 정당한 쟁의권을 획득했다.

 

▲전북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 노동자들은 성실교섭을 인정받고,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는 마음에 환호했다.

 

[14:00 노동부 전주지청 1층 회의실]

 

3차 조정회의는 14시경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개회 선언과 성원 점검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전날 있었던 실무교섭의 성과를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고,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가 먼저 보고를 했다.

 

 

전북지부에 따르면 7일 실무교섭에서는 5일과 6일의 두 차례 조정회의에서 합의에 못 미친 22개 조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22개 조항 중 12개 조항에 대해 합의를 이루었다. 그래서 8일 3차 조정회의 전에 남은 조항은 총 10개 조항이었다.

 

전북지부 교섭대표는 “7일에 12개 조항에 대해 합의를 이루었지만, 이후에 착오가 있어서 1개 조항에 대해 다시 교섭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 보고에 이어 사측 보고에서 김택수 호남고속 사장도 “검토 결과 2개 조항에 대해 다시 교섭을 요청한다”고 밝혀, 8일에 합의를 이루어야 했던 조항은 총 48개 조항 중 13개 조항이었다.

 

노사 양측이 남겨둔 13개 조항은 사실 계속 쟁점이 되었던 근로시간 단축, 징계위원회 구성 등 노동기본권과 관련된 조항이었다. 그래서 8일 3차 조정회의는 민주버스본부가 요구하는 ‘민주노조 인정,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분수령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북 지방노동위원회는 노사 양측과 각각 1시간씩의 개별 조정을 진행하여 남은 13개 조항에 대한 조정을 실시한 후, 곧바로 노사 자율협상의 시간을 주었다.

 

[19:00 핵심조항에 대해 이견 못 좁혀]

 

노사 자율협상이 오랫동안 진행되었지만, 결국 핵심조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전북지부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 △제수당 △ 징계위원회 구성 △교섭단체인정 △징계위원회 구성 및 해고사항 △노조전임자 △조합활동 보장 등에서 사측은 노조 측의 요구조건을 들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전북지부 한 관계자는 “임금과 수당 문제에 있어서 사측은 10원도 양보 못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사측이 들어준 것은 입사 시 견습비 및 일비 인상과 정년 1년 연장이 전부였다”며 교섭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핵심쟁점사항에 대해 양보 여지가 없냐는 질문에 “더 이상 줄래야 줄 것이 없다. 이미 모든 것을 다 양보했기 때문에 줄 것이 없다”며 그동안 단체교섭 과정에서 상당부분 양보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19시까지 결국 노사 양측은 노조 측이 요구하는 조항들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 3명의 공익위원은 남은 쟁점 조항에 대해 분류를 하고고 저녁식사를 위해 1시간 휴정을 선언했다.

 

[24:00 전북지노위, '조정중지' 결정...노조 합법적인 파업권이 포함된 쟁의권 쟁취]

 

20시부터 진행된 협상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약 3개 조항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10시간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초조하게 지노위 결정을 기다렸다.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는 “쟁점을 좁혀가면서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결국 세 가지 조항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며 “임금저하 없는 근무일수 단축(24일 만근에서 22일 만근), 각종 수당(근속수당, 승무수당, CCTV 수당, 무사고장려수당 등), 징계위 구성(노사 동수) 등의 노조 요구를 사측이 끝내 거부했다”고 밝혔다.

 

결국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노사협상은 13가지 조항 중 3개 조항을 남겨둔 채 끝났다. 그리고 23시 50분경 전북 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버스본부가 제출한 '쟁의행위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결정을 내렸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차 총파업 때와 달리 이번에는 노동자의 성실교섭을 인정하고,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전북 지노위의 ‘조정중지’결정이 내려지자 늦은 밤까지 조정결과를 기다렸던 민주버스본부 조합원 약 150여 명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24시 20분경 경과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남상훈 민주버스본부 전부지부장은 “이 것이 다 조합원의 힘이다”며 “이제 우리 모두 똘똘 뭉쳐 싸우는 일만 남았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김동균 민주버스본부 사무국장도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며 “450일 넘게 투쟁하고 있는 전북고속 동지들과 함께 현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 말에 곳곳에서 ‘투쟁’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영호 신성여객 분회장도 “전북고속 동지들이 두 번 죽게 하지 말자”며 “이들과 함께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자”며 다시 한번 전북고속 파업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전주시내버스 5개사 동일한 합법 쟁의권 쟁취, 고비는 없었나?

 

민주버스본부 소속 조합원들과 노조 측 교섭대표들이 전북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것에 기뻐한 것은 지난 1차 파업과 달리 5개사 모두에게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곧 앞으로 있을 2차 버스파업, 준법투쟁 등이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사실 최종 조정에 들어가기 전에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가 가장 우려 했던 것은 전북 지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이었다. 재작년 12월 8일 1차 버스파업 당시에 전북 지노위는 조정을 통해 ‘행정지도’라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지자체와 버스사업주, 공권력은 버스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았다.

 

일부에서는 ‘단체교섭응낙가처분’에서 승소한 호남고속과 전일여객을 제외한 3개 버스사에 대해 전북지노위가 ‘행정지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요한 민주노총 법률지원센터 노무사는 “작년부터 노조는 사측과 성실 교섭에 임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번 조정과정에서도 쟁점 부분에 있어서도 하나하나 쟁점을 줄여가려는 노력을 노조 측 교섭대표들이 보여줬다”면서 “이들은 5개사 공동교섭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전북지노위도 5개사 모두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전치주의(조정철차를 거치지 않으면 쟁의행의를 할 수 없다는 내용)라는 말도 안되는 법에 그나마 법에도 없는 노동위원회 행정지도 때문에 헌법상 기본권인 쟁의권 획득조차 이렇게 어렵다는 현실이 참담한 것은 변함없지만, 그래도 합법적 쟁의권을 획득했다는 것에 기분은 좋다”고 노동자가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전의 어려움에 대해 평가하며 소감도 전했다.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최종 세 가지 조항은 무엇인가?

 

10시간의 마라톤 협상이었다. 아니 재작년 가을부터였다. 전주 시내버스 5개사 조합원과 전북고속은 ‘민주노조 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이라는 요구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을 감수했다. 그리고 시내버스 5개사는 작년 4월 현장복귀 이후 무려 1년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2012년 3월 8일, 전북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버스사업주와의 단체협약은 끝내 맺을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세 가지 조항이 문제였다. 이 세 가지 조항은 사실 노조의 요구조항이었으며, 버스사업주가 받기만 하면 단체협약은 맺을 수 있었다.

 

세 가지 조항을 하나하나 풀어보면,

 

-노동시간 : 현행 버스노동자들의 만근은 월 12일(하루 16시간 노동의 경우, 8시간으로 하면 24일)이다. 이렇게 되면 주 44시간 근무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버스노동자들은 1일 종일 근무를 하고도 다음 날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는 곧 버스노동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 피로도는 대중교통의 안전문제에도 지장을 주게된다. 이에 노조는 임금 저하 없이 월 11일 만근으로 하고, 12일부터 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항을 넣었다.

 

-제 수당 : 법정 수당 외 지급되는 금품을 말하는 것으로 매월 무사고장려수당, 근속수당, 승무수당, CCTV수당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구정 및 추석에는 각 10만원씩 차례준비용으로 지급을 노조는 요구했다.

 

-징계위원회 동수 구성 : 노조는 징계위원회가 노사 동수로 구성되지 않으면, 앞으로 노조탄압의 빌미로 징계위원회가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노사 동수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측은 징계위원은 노사 동수로 구성할 수 있으나, 사측이 추가로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징계위원회에서 사측이 한 명 많아 표결로 갈 경우 노조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합의하지 못한 이 세 가지 조항은 노조에게는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노조가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확보하는데 존재가치가 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버스사업주는 이 세 가지 조항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겠다는 뜻을 밝혔기에 앞으로 민주버스본부의 투쟁 수위는 작년 10월에 있었던 준법투쟁보다 높을 것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노동자 측 교섭위원들이 결과보고를 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쟁의권을 확보함에 따라 9일 버스투쟁본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투쟁계획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북고속 파업과의 연대 역시 중요한 논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전북고속지회 황태훈 사무장은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쟁의권을 확보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앞으로 시내버스 노동자들과 연대해서 투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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