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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쌍용차 20번째 죽음 막으려 희망텐트까지 쳤지만”

심형호(미디어충청)( cmedia@cmedia.or.kr) 2012.01.31 18:42

“이번 20번째 죽음의 핵심은 이미 희망퇴직한 조합원을 사측이 일용직으로 고용해 다시 공장일을 시킨 것, 희망퇴직에 대한 스트레스가 건강악화로 이어져 심장마비로 사망한 점이다.


19번째 죽음 이후 20번째 죽음를 막기 위해 희망텐트를 쳤고, 2월 말까지는 죽음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기를 바랬다. 하지만 1월이 끝나기 전, 우리의 근본적인 소망과 희망이 깨어졌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21번째의 죽음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김정우 금속노조쌍용차지부장은 이번 20번째의 죽음에 대해 말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21번째의 죽음에 대해 두려워했다. 쌍용차지부는 강 모(53) 씨에 대한 사망소식을 사건발생 후 10일이 지나서야 접했다.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쌍용차지부의 희망텐트촌에는 허망감과 절망감이 맴돌았다.


▲쌍용자동차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강 모 씨의 사망소식

쌍용차 희망퇴직자 강 씨는 지난 2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이 밤늦게 술을 마시고 귀가해 잠든 이후 깨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인을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족 최 씨의 말은 달랐다. 최 씨는 단순 사고가 아닌 지난 2009년의 정리해고 때문에 발생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인이 희망퇴직 이후 수차례에 걸쳐 공장 기계를 수리하기 위해 일용직으로 일을 하면서 배신감을 느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고 주장했다.


희망퇴직 되기 전, 고인이 일했던 프레스생산팀의 모 부서는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부서장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2009년의 정리해고 명단에 포함되었다. 이 후 고인은 77일간의 옥쇄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희망퇴직했다.


옥쇄파업이 끝난 이후 회사는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고인이 근무했던 부서의 모든 직원이 정리해고 되었기 때문에 원활한 운영이 되지 않았다. 유족과 주변 지인들에 의하면 회사는 고인을 자주 불러 기계 수리를 맡겼으며 새로운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비교육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득중 쌍용차수석부지부장은 “2646명의 정리해고 명단 선정이 주먹구구식의 숫자 끼워 맞추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또한 지난 2009년 정리해고 명단 발표 이후 사측의 온갖 감언이설을 통한 회유와 협박이 지금와서 죽음으로 다시 보여지는 사건이다”고 지적했다.


쌍용차지부는 “이번 사건은 사측에 의한 명백한 살인이다”며 “회사가 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회사로 불러들였지만 사측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계약해지 해버렸다”고 폭로했다.


이어 “더 이상 정리해고로 인해 무고한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막고, 더 이상 고통 받는 가족이 생기지 않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자동차지부는 3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쌍용차 서울사무소 앞에서 고인의 죽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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