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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저는 오늘 이 백일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김진숙(민주노총부산본부 지도위원)( 1) 2011.04.18 10:23

백일 전 그 새벽은 몹시 추웠습니다. 크레인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저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만 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을 지켜야 한다. 아무 죄없이 쫓겨나가야 하는 우리 조합원들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백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모진 추위 속에서도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비바람 속에서도 동상 한번, 감기 한번 안들고 견뎌낸 건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견디기 힘든 생계의 위협 앞에서도,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도 떠나는 동료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참담한 눈물 앞에서도 끝까지 이 자리를 지켜준 우리 조합원 동지 여러분.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앞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 여러분. 그리고 멀리서 가까이에서 한달음에 달려와주시는 연대 동지 여러분. 특히나 그 겨울 바람을 온몸으로 견뎌냈던 우리 사수대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 이 모든 힘들을 모아 견뎌왔기에 저는 오늘 이 백일이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정리해고 싸움은 원래 힘든 싸움입니다. 노동자들을 씹던 껌만큼도 못하게 여기는 한진 자본과의 결사항전입니다. 불의에 맞서는 정의의 싸움이고, 거짓을 벗겨내는 진실의 싸움이고, 이윤보다 풍요한 생존의 싸움입니다. 정리해고된 170명의 연봉을 다 합쳐봐야 저들 몇사람이 갈라먹은 주식배당금 174억의 1/3밖에 안되는 그런 싸움입니다.


저들은 노동자의 삶을 모릅니다. 저들은 노동자의 눈물을 모릅니다. 저들은 노동자의 피눈물 나는 이 억울함을 모릅니다.


며칠전 트위터를 통해 가슴 아픈 사연을 봤습니다. 쌍용차에서 해고당한 상처로 인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진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로하겠다고 심리학자 정혜신 박사와 가수 박혜경씨가 야유회 자리를 만들었답니다. 여섯살짜리 아이가 나무에 올라가 있기에 내려오라 했더니 '나 자살할래' 여섯살짜리 아이의 입에서 나온 얘깁니다. 쌍용차 창원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의 아이는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써내라니까 '쌍용차를 살리고 싶다' 그렇게 써냈답니다.


정리해고는 이렇게 무섭습니다. 가정을 파괴하고, 영혼을 짓밟고, 아이들의 미래마저 빼앗습니다. 등을 보이며 돌아선 동료에게 우리마저 등을 돌릴 게 아니라 가슴을 내밉시다. 밤중이고 새벽이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문을 아예 걸어잠그진 맙시다.

 

동지 여러분. 저는 오늘 백일 기념으로 상추와 치커리와 방울토마토와 딸기를 이 크레인에 심었습니다. 이 바람 거센 크레인 위에서 끊임없이 어린 몸을 흔들면서도 끝까지 뿌리의 힘을 믿는 저 어린 생명을 봅니다. 저의 뿌리는 조합원 동지들입니다. 잎새는 흔들릴지언정 뿌리마저 흔들리진 맙시다. 그래야 우리가 삽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이 크레인을 트렉터나 경운기로 개조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가 승리의 자리까지 이어지도록, 끝내 이기는 축제의 잔치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여러분, 함께합시다. 투쟁!

▲[출처= 용설록 울산노동뉴스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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