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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밀양 투쟁, 무기력이 답 아냐. 이제 함께 할게요"

[현장] 밀양어르신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 '토닥토닥' 전주 토크콘서트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6.20 23:07

“오랜 폭력과 전쟁을 치르느라 지치고 상처받은 밀양 할매들의 마음을, 토닥. 그 생생한 소식들에 미안하고 아팠던 우리의 마음을, 토닥”

지난 11일 경찰 3천여 명과 한전 직원 2천여 명이 행정대집행을 위해 밀양에 모였다. 이들이 등장한 순간 밀양은 전쟁터가 되었다. 이 전쟁터에서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밀양어르신들은 한 농성장과 움막 당 고작 20여 명. 이들은 알몸으로 송전탑으로 가는 마지막 움막을 지키고자 했지만, 국가 폭력 앞에서 도리가 없었다. 

8년 가까이 밀양 765KV 고압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주민들의 외침은 이날도 경찰병력에 의해 묵살됐다. 

“밀양 투쟁, 마음도 아프고 무기력했다”

송전탑 건설 현장 5곳의 농성장을 경찰병력이 강제 철거하던 모습은 SNS를 통해서 전국 곳곳에 생중계됐다. 밀양에서 4시간이나 떨어진 전북 전주에서도 이날의 현장을 보며 아파한 이들이 20일 저녁 전주 시내 한 카페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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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전주 시내 '카페 빈센트반고흐'에서 밀양 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당시 현장을 SNS 등을 통해 보면서 참담하고 끔찍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이 컸다. 이 권력은 우리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정도 충격이 진정되면서 이 싸움을 끝나지 않았다고 마음을 다 잡았다. 국가의 폭력이 더 강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안을 알고 나서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 모였다”

전주시내에서 79년부터 자리 잡고 많은 시민들의 좋은 쉼터가 되어주고 있는 ‘카페 빈센트반고흐’에서 열린 ‘토닥토닥, 밀양과 나’ 토크콘서트는 밀양의 아픔을 알고자 하는 이들의 시간이었다. 그저 빈센트가 좋아 카페를 찾은 이들도 밀양의 아픔을 말하는 이들에게 귀를 열어주었다. 약 20석의 좌석은 모두 찼다. 

“저희는 전주에서 낮에는 일터에서 일하는 직장인,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입니다. 이 자리에 오늘 우리가 모인 것은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6월 11일 밀양 어느 산골에서 어르신들이 절규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 어르신들이 경찰과 공무원들에 의해 내쫓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날의 현장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느낀 사람들이 밀양에 가지 못 하지만 밀양의 아픔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고 오늘 이 자리 밀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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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크콘서트에는 20여 명의 전주 시민이 함께했다. 

“밀양 투쟁, 무기력은 답이 아닙니다. 이제 함께 하겠습니다”

이들은 EBS 지식채널 ‘전기는 어디서 오는가’와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라는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밀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가로부터 버려진 밀양 주민들은 움막에서 모두 쫓겨났습니다. 이제 남은 움막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국가의 폭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시한폭탄인 핵발전 확대와 수명연장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밀양의 할매·할배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밀양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전해질 때,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지난 8년 동안 매일 산을 오르는 할머니와 ‘집도 논도 파괴하는 밀양 송전탑 반대’라는 글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파헤쳐진 산허리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할머니를 찍은 사진이 배경으로 자리했다. 송전탑 반대를 위해 몸을 던져 막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간절함 그 자체였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이야기와 함께 노래공연도 있었다. 인디포크가수 ‘사탕고래’는 밀양을 생각하며 부른 ‘밀양’이라는 노래를 조용히 불렀다. 

“지나간다, 거인의 발자국. 지나간다 내 삶을 짓눌러. 거인의 거대한 죽음의 탑. 어느 날 거인이 말했네. 네 존재는 너무 작으니 나를 위해 사라져도 좋아. 네 모든 것을 삼키리라.” <사탕고래의 ‘밀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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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투쟁을 생각하면 만든 노래 '밀양'을 부른 인디포크가수 사탕고래

밀양을 짓밟고 있는 거인처럼 거대한 송전탑. 그 송전탑 한 기, 한 기를 건설하기 위해 밀양에 수많은 비극을 만들어 낸 한국전력. 그 비극 속에는 후쿠시마에서 이미 재앙을 불렀고, 지금 이 시각 재앙의 씨앗이 도사리고 있는 핵발전소 23기는 위태롭게 가동 중이다. 어쩌면 한국전력은 ‘전기’ 말하면서도 그 이면에 도사리는 ‘핵 재앙’이라는 무서운 진실은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밀양을 생각하며 되짚는다.   

‘송전탑은 안 된다, 핵은 안 된다’며 남은 생을 살게 될 터전을 지켰던 어르신들을 강제 추행과 가까운 폭력으로 터전에서 쫓아낸 경찰 병력과 한전 앞에 어떤 위로의 말이 필요할까? 

이날 행사를 준비한 사탕고래는 “우리 콘서트의 제목이 토닥토닥, 밀양과 나이다. 당장 힘내시라고 손을 잡아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밀양주민들은 ‘너희가 살 땅을 위해 대신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이제 밀양 싸움이 우리의 싸움이며,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도 함께 싸울 것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며 작지만 소중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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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크콘서트에 참가한 시민들은 각자 밀양 어르신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적었다. 

이 마음이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들에게도 전해진 것일까? 많은 이들이 행사가 끝나고 나가며 밀양 할매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 행사를 준비한 이들에게 전해줬다. 

“여기 전주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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