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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각오하라! 이번은 진검승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이하 민주버스본부)가 교섭 상대인 ‘전주시내버스회사’(이하 시내버스사측)와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전북지노위)에 조정신청을 접수했다. 시내버스사측의 단체협약 체결 미루기가 결국 교섭 결렬과 2차 버스총파업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민주버스본부는 22일 오전 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측에게 기회도 주었고, 의견도 존중했다”면서 “그러나 사측은 조금도 교섭을 진척시킬 생각이 없었다. 결국 우리는 사측과의 교섭은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냈고, 과감하게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교섭장을 떠나야 했다”며 교섭 결렬과 조정신청의 이유를 시내버스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태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버스본부가 22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전북지노위에 조정 신청을 내면서 전주 시내버스는 다시 한 번 멈출 수 있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전북지노위를 통해 노사 양측은 15일간 조정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시내버스 사측이 민주버스본부와 단체협약 체결 의사를 밝히거나, 체결한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사측이 전북지노위의 조정기간에도 불구하고 민주버스본부와의 단협체결을 거부하고나 진전이 없이 조정기간이 만료되면, 민주버스본부는 단체행동권을 얻게 된다.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2010년 12월 버스 총파업에 고춧가루 뿌린 전북지노위 결정, 이번에는 과연?

 

2010년 12월 8일 총파업 당시에는 전북지노위가 ‘행정지도’ 결정을 내려 크게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민주버스본부는 당시 전북지노위 결정이 파업을 장기화 시킨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남상훈 전북지부장이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측과 전주시는 위 결정을 근거로 버스파업을 불법으로 몰았기 때문이다. 이어 경찰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80여 명을 무차별 연행하고 이 가운데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 이후에도 사측과 전주시, 경찰은 전북지노위 결정을 근거로 불법파업으로 몰면서 상황을 파국으로 몰았고, 파업은 146일이 지나고서야 노사가 각각 현장복귀, 노조인정 등 일부 양보하면서 마무리될 수 있었다. 

 

지노위의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크게 ‘조정중지, 조정안 제시, 행정지도’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당시 전북지노위가 내린 행정지도는 법상 규정하는 노동쟁의(교섭 미진, 당사자 부적격)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정지도 결정은 자신들의 조정업무 매뉴얼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업무 매뉴얼에는 “교섭미진의 책임이 노동조합에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정중지 또는 조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교섭미진의 사유가 버스사측의 교섭거부에 있다면 전북지노위는 교섭미진을 이유로 한 행정지도 결정을 할 수 없는데, 전북지노위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전국불안정철폐법률위원회’ 등 법률단체는 “위법하고 월권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대법, “조정신청 15일 지나면 단체행동권 인정해야”
파업의 원인, 적법한 근거 없는 사측의 교섭해태가 원인이라면 합법

 

사실 대법원은 이미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이 있더라도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여 조정절차를 거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전북지노위가 종료 및 조정안 제시가 아닌 행정지도 결정을 내려도 민주버스본부가 단체행동권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2010년 파업의 원인은 적법한 근거 없이 교섭을 거부한 시내버스 회사에게 있었다. 그리고 그 파업의 원인은 작년 4월 대합의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2010년 요구인 ‘노조인정과 단체협약 체결’은 여전히 민주버스본부가 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법한 근거 없이 12차례 교섭이 진행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내버스 사측의 교섭해태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버스본부가 2차례 수정안과 양보안을 제시하였으나, 이 조차 시내버스 사측이 체결을 미루고 있는 것은 노사문제를 풀 의지가 없다고 보는 민주버스본부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버스본부 내부에서는 2차 총파업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가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6일 총력투쟁에서 시내버스 조합원들의 참여율이 높고, 20일부터 시작한 현장실천단 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 21일 벌어진 호남고속 투쟁결의대회에서는 100명이 넘는 시내버스 조합원들이 함께 했다. 이들 모두 쉬는 날을 반납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 민주버스본부 투쟁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민주버스본부는 조합원 수도 약 900여 명이 파업을 하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남고속을 제외한 4개 시내버스회사의 경우 차량 약 80%를 민주버스본부 조합원들이 맡고 있어 2010년 총파업보다 규모면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전북지노위와 시내버스 사측의 선택이다.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과거 체불임금과 노동조건의 열악함에도 꾹 참았던 버스기사가 아닌 버스노동자도 총파업을 통해 거듭났다. 스스로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 다시 투쟁의 깃발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내버스 사측의 단체협약 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과연 전북지노위와 시내버스 사측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어떤 답을 할지, 15일의 조정기간은 너무 길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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