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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800원 정직 버스기사, "징계위 열리기 전 사직서 요구 받아"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 "정직, 예비기사 발령 등 조합원 탄압" ... 회사, 징계위 등에서 노조탄압 부인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4.15 16:10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호남고속지회)는 800원 때문에 회사로부터 정직 처분을 받은 이인술(2006년 입사)씨가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인 3월 28일, 지난 1월 중순 회사 관계자로부터 사직서를 종용받았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 관계자는 “인술씨의 경우 착복이라는 것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3중의 징계를 회사가 내렸다.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면서 “투쟁과 함께 민사 소송도 준비 중이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도 고민하고 있다. 그때 이 문제도 함께 제기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 인술씨가 시인서 작성을 거부하자 회사 관계자가 “사직서를 본인 스스로 판단하고 하는게 낫지 않겠냐”며 사실상 사직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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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는 인술씨가 CCTV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지난 1월 중순, 사측 관계자가 시인서와 사직서를 요구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가 공개한 당시 녹취록> 



호남고속지회 관계자는 “당시 회사 관계자가 인술씨에게 전화를 걸어 800원 미입금 사실을 알려오면서 ‘착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 전화를 걸어 시인서를 요구했고 거부하자 사직서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해당 상황은 녹음되어 노조가 보관하고 있다.


공윤식 민주노총 전북지역 버스지부 수석부지부장은 3월 28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하여 “인술씨가 CCTV를 확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명백한 협박”이라며 노조의 입장을 대신 전했다.


호남고속 해당 관계자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호남고속은 몇 차례 기자와의 인터뷰를 거절한 바 있다.


회사, “횡령 및 착복은 해고 사항”... 이인술씨, “착복한 적 없다”

호남고속에 따르면 인술씨는 지난 12월 3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받은 수익금 총액 800원을 입금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2월 6일 9시경 삼례 3공단 정류소에서 발생한 23200원 중 200원 △15일 우석대에서 발생한 34200원 중 200원 △ 12월 24일 9시경 3공단 정류소에서 발생한 46400원 중 400원까지 총액 800원이다. 인술씨도 희진씨의 사례처럼 매표소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승객이 낸 현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인술씨는 이 문제가 논란이 된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회사가 주장하는 ‘착복’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인술씨는 “현금과 공금을 착복한 적이 없다”면서 “승객에게 받은 돈 그대로 입금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12월 6일 건을 두고 각각 다른 손으로 동전과 지폐를 받는 장면이 포착된 CCTV 영상을 근거로 인술씨가 23200원을 받았지만 200원을 착복하고 지폐만 입금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200원과 400원도 이와 비슷한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인술씨가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는 CCTV를 통해 확인할 수 없었다.


3월 28일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징계위원장을 맡은 회사 관리자는 인술씨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CCTV에 승객으로부터 지폐와 동전을 받는 장면이 다 목격되고 이 중 지폐만 입금시킨 것이 사실인데 왜 거짓으로 일관하나”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인술씨는 참소리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 두 명의 요금(11600원*2))을 낸 손님이 23200원을 내야 하는데, 23000원만 냈다. 그중 1000원은 500원짜리 동전 두 개로 냈다”고 밝혔다. 동전을 받는 장면은 바로 그 500원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 인술씨의 주장이다. 그리고 회사에 입금할 때 지폐만 입금된 것은 500원짜리 동전 두 개를 1000원짜리 지폐로 바꿔 입금시켰다고 해명했다. 동전이 많을 경우, 관리가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한 인술씨는 “회사에서 거스름돈을 준비해주는 것이 없으니까 손님이 100원이 부족하면 11600원이 요금인데 11500원도 받는다”면서 “잔돈이 부족한 승객도 태우라는 교육도 받았고, 지난 8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고 주장했다.


인술씨는 이 같은 주장을 징계위에서도 적극적으로 밝혔지만, 회사 쪽 징계위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는 취업규칙, 단체협약(조합원이 회사의 재산을 횡령 또는 운송 수입금을 부정 착복한 증거가 확실한 자는 노조 지부와 협의 없이 해고한다) 등을 근거로 징계를 결정했다.


정직 1개월 복직 후 예비기사로 발령, “적응하기 어렵다”


징계위원회는 인술씨도 희진씨와 함께 해고로 결정했지만, 회사는 1주일 후 정직 1개월로 경감했다. 인술씨는 이미 3월 초부터 승무정지 상태여서 정직 1개월은 승무정지로 대신하고 현재 복직된 상태다. 대신 그는 1월 중순 있었던 승무정지 약 9일간의 기간의 임금과 3월 초부터 있었던 승무정지 1개월간 일을 하지 못해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인술씨는 복직 후 약 8년간 맡았던 완주 삼례-서울 구간 시외버스 노선 대신 전주~남원 간 지선을 뛰는 예비기사로 발령받았다. 기존에 몰던 버스가 아닌 비번 기사들의 버스를 대신 모는 형태이다. 인술씨는 “생소한 노선으로 보내서 머리가 너무 아프다. 버스도 매번 달라지다 보니 노동강도가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술씨도 4월 초 징계에 대해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은 오는 4월 22일 개최된다. 인술씨는 “이번 재심은 한 번만 봐달라거나 사면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잘못한 것도 없고, 착복한 것도 아니다. 단지 승객에게 받은 금액을 정확히 입금했을 뿐”이라면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노조, “민주노총 가입이 이번 징계의 진짜 이유”... 회사, 전면 부인


인술씨는 자신에 대한 징계가 “민주노총에 가입하니 징계한 것”이라면서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징계위원회에서 노측 위원들도 이같이 주장했지만, 회사 관계자들은 노조의 주장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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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는 이번 징계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전주상공회의소와 노동부 앞에서 대규모 피켓시위를 매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진행하고 있다.



인술씨는 “논란이 된 지난 12월, 동료기사 약 15명과 함께 한국노총에서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 관계자는 “인술씨는 당시 민주노총으로 집단 가입한 이들 중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인술씨는 “2013년 임금협상 전까지는 시외버스 기사와 시내버스 기사가 큰 차이 없이 균등하게 임금이 올랐다”면서 “그런데 한국노총이 2013년 임금협상에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차이를 둬, 이렇게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가입했다”며 민주노총 가입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노총 전북지역 자동차노조는 작년 11월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협상 당시 전주와 군산, 익산지역 시내버스에 대해서는 만근일수를 기존 24일에서 22일로 축소하고 103,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농어촌버스와 시외버스는 임금 6만3000원 인상에 합의했다. (유)호남고속은 시외·시내버스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어 이 차이에 대해 인술씨를 비롯한 일부 한국노총 시외버스 조합원들은 반발이 있었다.


인술씨는 “정년이 2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후배들을 위해서 무언가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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