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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11 1주년, 일본 전역에서 ‘탈원전’ 촉구

정재은 미디어충청 기자( cmedia@cmedia.or.kr) 2012.03.12 14:25

작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지 1년, 일본 전역에서 추도식과 동시에 ‘탈원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약 2만 명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날을 추도하는 것을 넘어 원전 반대 행동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조, 당, 시민사회단체, 개인 등은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로 집중해 고리야마시 야구장에서 3.11 집회를 한 뒤 1.5km 가량 행진을 진행했다. 집회장 앞은 시간당 1마이크로시버트(μSv)로 방사능 수치가 높았지만, 야구장 관중석은 ‘탈원전’을 요구하는 사람들로 꽉 메워졌다.

 

 


집회 주최측은 고리야마 집회에만 1만6천여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도쿄에서는 히비아 공원에 3만 명이 모여 집회하고, 1만 명이 국회로 향해 인간띠잇기 행사를 하며 “탈원전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현재 확인된 것만 히로시마현(집회참가자 2천여 명 추산), 나가사키현(1천여 명 추산), 14기 원전이 있는 후쿠이현(200여명 추산)에서 탈원전 집회가 열렸고, 홋카이도, 아오모리현, 군마현, 치바현, 가나가와현, 나가노현, 시즈오카현, 기후현, 아이치현, 오사카후, 효고현, 미에현, 가가와현, 도쿠시마현, 시마네현, 아마구치현, 후쿠오카현, 오오이타현, 구마모토현, 마야자키현, 가고시마현에서도 열렸다.


또, 프랑스, 스위스, 대만, 한국 등 해외에서도 3.11 전후로 탈원전 집회가 열렸다.


방사능 피해지역 목장주 “어떻게든 해라, 나는 죽을 수 없다”
“오늘은 추모하는 날...제대로 된 위령제를 한 적도 없다”
원전이 전부 없어지는 것을 상상하라


11일 오후 12시부터 야구장으로 모인 사람들은 집회 시작 전부터 야구장 밖에 부스를 설치하고 선전전, 건강검진, 탈원전을 상징하는 각종 물품 판매 등의 행사를 진행했다. 일본 의료생활협동조합 회원들은 방사능 공간 설량계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거나 혈압체크 등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후쿠시마 현 하마도리에 위치한 나미에(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20km 경계구역 내 위치)에서 온 한 목장주는 봉고차에 위에 올라가 마이크로 현 상황을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원전 사고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당장 보상하라”며 “어떻게든 해라, 나는 죽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1시경 집회는 각종 노래공연으로 시작됐다. 특히 일본 유명 가수 가또 도키코 씨의 노래와 발언에 자리에 앉아 박수만 치던 집회 참가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가또 도키코 씨는 지진, 해일 피해자들을 위한 노래를 부르거나 존 레논의 ‘Power to the People(민중에게 권력을)’ 노래를 불렀다. 또,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랑)’ 노래를 예술가들이 전하는 메시지로 가사를 바꿔 불렀다. 가사는 “(원전을 멈추기 위해)아무거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지금 지구가 제일 중요하다” 등이었다.


그는 “지진 원전 사고 이후 피해지를 다니며 노래하고 있다”며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인재이며, 문명에 의한 재해이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은 지금 멈춰야 한다”며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함께 살아야 한다”고 전했다.


다케나카 류이치 후쿠시마현 평화포럼 대표는 “이제 일본은 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오늘 집회로 끝나지 말고 지금부터 새롭게 일어나자”고 호소했다.


후쿠시마대학 시미즈 슈지 부학장은 “다시 3월 11일이 돌아왔다. 오늘도, 그날처럼 춥다”고 당시 사고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평화로운 일상이 무너지고, 이전처럼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며 “집에 돌아갈 수 없고, 시신을 찾을 수 없고, 방사능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해 수많은 사람이 피난가고, 많은 노인들이 죽고, 엄마들은 불안에 떨고, 농민들은 일할 수 없고, 공장 가동도 안 되는 상태이며, 예전과 똑같아 보일 수 있지만 일단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오늘은 추모하는 날이다. 피해는 아직 진행 중이며, 우리는 제대로 된 위령제를 한 적도 없다”며 “50기의 원전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몸소 체험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국민 전체에게까지 전하지 못했다”며 “후쿠시마현민은 원전이 필요없다고 외치고 있다. 원전을 없애는 게 현민의 사명이다”고 주장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씨는 “오늘 집회는 큰 혼란을 딛고 열었다”며 참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독일은 원전을 포기하기로 했다”며 “독일은 윤리적인 문제로 원전을 포기한다고 했는데, 일본은 윤리적인 문제가 너무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윤리적이라는 것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런 세상을 보장하는 문제”라며 “정부와 언론이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전기가 모자랄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책임보다 먼저 인간이 어떻게 살아 갈 것인지, 다시 말하면 윤리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일본에서 원전을 전부 없어지는 것을 상상하자”고 전했다.


나미에마치 한 피난민은 “9개 피난소를 왔다 갔다 하며 살고 있다”며 “피난은 너무 힘들었고, 방사능도 너무 높았고, 그때도 오늘처럼 날씨가 추웠다”고 피난민의 현실을 전했다.


이어 그는 “내가 어렸을 때, 중국 만주에서 일본으로 도망 왔던 때가 생각난다”며 “전쟁, 방사능, 정부 정책 때문에 두 번이나 피해를 당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 때문에 힘들게 되는 건 항상 민중이다”며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피해는 똑같다. 하지만 복구 과정에서 차별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고통을 누구에게 호소하면 되는가. 나는 상실감 밖에 없다”고 심경을 전하며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서 탈핵으로 가는 게 유일한 길이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후쿠시마의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원전은 필요 없다’ 목소리 내자”


참가자들은 마지막 집회 결의문을 통해 “1년 지나가도 후쿠시마현민의 마음은 치유되고 있지 않다. 방사능이 어떤 재난을 일으키는 것인가, 몸으로 알았다. 6만 명 이상의 현민, 2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현외에 나갔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들의 고통은 주민간의 분단과 대립”이라며 “피해자들 사이에 심리적인 균열이 생기고 있다. 피난하는 사람과 피난하지 않는 사람,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과, 후쿠시마의 농산물을 팔지 말라고 하는 사람, 주민의 관계를 잡아 찢어 놓는 것이 방사능이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원전의 방사능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의 경험을 살릴 수 없었다”며 “사고의 책임은 도쿄전력과 국가에 있다. 도쿄전력은 위험의 경고들을 알면서 대책을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그런 도쿄전력을 규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사고에 책임이 있는 도쿄전력과 정부는, 사고 결속과 피해 보상, 피해지역 부흥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책임을 면하려고 해서 원전의 재가동을 기도하고 있다”며 “후쿠시마 현민에게 ‘이미 사고는 모두 끝났다’고 하는 건 가장 참기 어렵다. 사고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특히 수도권 여러분에게 호소한다”며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전력의 원전이다. 수도권이 필요로 하는 전력을 공급해왔다.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는 대도시 주민의 삶의 방식이 묻어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한번 발생하면, 넓은 범위에서 되찾을 수 없는 피해, 사람들하고 지역의 미래를 빼앗는 방사능 재해를 다시 일으켜서는 안 된다”며 “우리들은 모든 양심적인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후쿠시마의 희생을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원전은 필요없다’는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 통역 : 야스다(일본노동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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