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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비정규직, 정리해고 철폐’ 위한 ‘희망광장’ 열렸다

참세성 윤지연, 성지훈(수습) 기자( newscham@jinbo.net) 2012.03.12 14:09

“오, 좋은 아버지. 인민의 나쁜 심부름꾼. 개인만 있고 국민은 없습니다.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었습니다” 최인훈 - 광장 中


다시 광장이 살아났다. 희망버스와 희망뚜벅이를 기획했던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비없세)가 이번엔 ‘희망광장’을 내놨다.



10일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희망광장’은 그 동안의 집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곳은 말 그대로 ‘광장’, 7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비정규직들의 고통과 정리해고의 설움에 대한 공감으로 모였지만, 비장함과 결기에 찬 구호 대신에 춤과 노래, 시종일관 짓는 웃음으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꽃들에게 희망을’ 콘서트는 ‘무키무키 만만수’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기타와 장구를 들고나온 그녀들은 다소곳했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흥겨운 장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광장 곳곳에 움츠려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무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예정됐던 곡을 모두 부른 후에도 사람들의 쏟아지는 앙코르 요청에 “미처 연습하지 못한 곡이라도 부르겠다”며 무대를 이어갔다.

‘무키무키 만만수’에게 바톤을 이어받은 팀은 밴드 ‘와이낫’이었다. 와이낫은 무대에 올라 “꽃들에겐 희망을, 사람들에겐 미소를, 록커들에겐 무대를 주는 간단한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이 안타깝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어 ‘윈디시티’가 무대에 올랐다. 윈디시티의 리더 김반장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성원으로 비정규직 문제, 정리해고 문제는 사실 가까운 사람들의 일이고 나아가 우리 자신의 일”이라며,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서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참여의 동기를 밝혔다.


‘무키무키 만만수’와 ‘와이낫’의 공연으로 달궈진 광장의 분위기는 ‘윈디시티’의 무대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광장에 모인 ‘희망광장’ 참가자들은 무대 위로 뛰어올라 함께 춤을 추고, 광장을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콘서트의 대미는 ‘허클베리핀’이 장식했다.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씨는 어떻게 ‘희망광장’에 참여하게 됐냐는 질문에 “쌍용 투쟁 때도, 기륭 투쟁 때도 함께했었다. 이번에도 전화를 받자마자 일정도 확인하지 않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에서, 뉴스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말을 너무 쉽고 잦게 쓰다 보니 그들이 얼마나 힘겨운지, 실제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모르게된다”며 “주변의 모든 이들이 힘든 삶을 살고 있다. 말이나 생각보다 그 힘든 삶을 체화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기용 씨는 예전과는 달라진 집회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예전엔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구분 지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지금의 문화를 통해 더욱 세련되고 재미있는 광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밤 10시부터 시작된 ‘희망토크쇼’에서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자리해 본격적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를 이야기 했다. 이들은 희망버스와 희망뚜벅이, 그리고 희망광장까지 이어지는 힘과 분노가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로 이어질 것이라 희망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정치인들은 항상 분열되고, 오합지졸이었지만, 대중은 늘 똑똑하고 현명했다”며 “지금 희망버스와 촛불집회 등으로 시민사회와 노동자의 분노가 모아지고 있으며, 이 분노를 어떤 희망의 그릇에 담아낼 것인지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은 자신의 몸을 깨뜨리며 자본을 깨뜨리는 바윗돌 같다”며 “하지만 가루가 된 이들은 자기 장단에 맞춰 다시 살아나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KEC, 기아차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정리해고 사업장 노동자들 역시 노동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김수억 기아차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숱하고 긴 투쟁이 10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이제는 어느 누구도 이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욕하는 사람이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음먹고 싸우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12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연대단체 등 100여명은 희망광장을 시작으로, 시청 광장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11일 오후 3시, 제주해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한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13일 기도회와 14일 ‘한미FTA 발효 중단’ 집회 등의 일정을 이어간다.


또한 희망광장에서 진행된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불만집담회’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불만집담회’는 정리해고자들과 비정규직 문제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마당으로, 오는 12일과 19일, 저녁 7시에 시청광장에서 진행된다. 주최 측은 이후에도 공공부문과 서비스 비정규직, 특수고용, 사내하청 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한 불만집담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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