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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범 노동시민사회가 ‘유성 희망버스’의 시동을 건다. 한진중공업과 현대자동차에 이어 ‘유성기업’으로 가는 세 번째 희망버스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 현재자동차의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던 희망버스는 이번 유성기업 희망버스를 통해 ‘노조파괴’ 문제를 꺼내들었다. 지난 2012년 여름, 유행처럼 번진 ‘노조파괴 시나리오’의 실체가 드러난 후, 두 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당시 유성기업을 비롯해 만도, 보쉬전장,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오토모티브 등 다수의 사업장에서는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른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들끓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 사업주 모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단 한 명의 사업주나 책임자도 처벌되지 않았다. 법이 외면한 노조파괴 사업장 노동자들은 오늘도 여전히 ‘노조파괴 시나리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결국 ‘노조파괴’ 만도 재정신청도 기각
경찰, 검찰, 법원 모두 ‘사업주 감싸기...노동자는 법 사각지대로

지난 2012년 7월,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투입, 복수노조 설립, 민주노조 차별 등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경험한 (주)만도 노동자들은 끝내 경찰과 검찰, 법원의 외면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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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앞서 금속노조와 만도지부는 주식회사 만도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당시 만도 대표이사)과 신사현 만도 대표이사, 성일모 만도 대표이사 사장 등 15명의 임원 및 책임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만도는 재작년 7월, 휴가를 앞두고 돌연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현장에 용역을 투입했다. 직장폐쇄 기간에는 금속노조 만도지부 조합원들을 상대로 기존노조 탈퇴 및 기업노조 가입을 종용했다. 직장폐쇄 철회 직후에는 곧바로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단협 해지를 통보하고, 기업노조와 교섭에 들어갔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유권해석으로 만도지부가 교섭대표노조임을 확인했고,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이를 인정했으나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기업노조 조합원에게만 특별격려금 75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만도 기업주 및 책임자들을 불기소 처분했고, 노조의 항고마저 기각했다. 결국 금속노조는 재정신청을 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8일 노조의 재정신청까지 기각했다. 기각 이유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수긍할 수 있고, 달리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뿐이었다. 

경찰 역시 만도 경영진의 배임 혐의에 면죄부를 줬다. 만도는 노조 파괴 이후인 지난해 4월, 계열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부실 자회사인 한라건설에 3,385억의 ‘현금퍼주기’에 나섰다. 이에 노조는 경찰에 정몽원 회장 등을 배임죄로 고발했지만, 경찰은 정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는 ‘기업 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등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만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만도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 3월 7일, 만도 주주총회에서 한라건설 유상증자로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며 신사현 만도 대표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할 법적 절차 틀어막히나
‘노조파괴’ 공세적 대응 위한 대안 필요

노조파괴를 지시한 만도의 경영진 및 책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길은 모두 틀어막혔다. 문제는 여타 유성기업, 보쉬전장,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콘티넨탈오토모티브 등 노조파괴 사업장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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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이미 검찰은 지난해 12월 30일, 유성기업 등 노조파괴 사업주들에 대해 무더기 불기소처분을 내린 바 있다. 길게는 3년간의 ‘시간 끌기’ 끝에 내려진 처분이었다. 노조는 이에 불복해 항고장을 접수했지만, 검찰은 언론을 통해 재수사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고 고등검찰청 역시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만도 사례에서 보듯, 노조의 재정신청도 줄줄이 기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정신청’은 검사만이 공소제기 권한을 갖는 기소독점주의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만, 정작 제도적 한계에 부딪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2008년~2012년까지 5년간 전체 고등법원의 연평균 재정신청은 1만 3,100여 건이다. 하지만 이 중 공소제기가 결정된 건수는 연평균 150여 건으로, 재정신청 인용률은 1.14%에 그친다. 

새날 법무법인 김상은 변호사는 “유성기업의 경우도 항고가 기각되고 재정신청을 하게 될 경우, 특별한 증거 보강이 되지 않는다면 재정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유성은 직장폐쇄와 관련한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올 예정어서, 여기서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면 이를 토대로 기소를 기대해 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항고와 재정신청이 모두 기각될 경우, 노조파괴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모두 막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만도와 유성, 발레오만도 등 과거 노조파괴 사업장 뿐 아니라, 추후의 노조파괴 사업장의 법적 처벌도 요원해지게 된다. 복수노조를 등에 업은 사업주들의 노조파괴 시도와 부당노동행위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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