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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국에 “정권교체 가능성 보고 FTA 판단” 경고

김용욱( newscham@newscham.net) 2012.02.09 13:27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미국 정부와 의회에 한미FTA 발효 전 10가지 항목의 재협상이 없다면 정권교체 후 한미FTA를 폐기하겠다고 공식 서한으로 통보했다. 올 한국의 양대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전제로 한 정치지형 변화를 미국 쪽이 구체적으로 고려한 후에 한미FTA 발효를 판단하라는 메시지다. 서한은 양당 당대표와 지도부, 소속 의원 전원인 96명 명의로 작성됐다.

 


한미FTA저지범국본,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은 8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FTA발효절차중단촉구대회 및 미국 오바마대통령․상하원위원장 서한발송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미 양국 정부가 3월 1일을 목표로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자 지난해 한미FTA 날치기 이후 민주당이 국회에 등원하면서 사실상 무너진 야권공조를 복원한 것이다. 특히 그동안 민주통합당 내에서 FTA에 대해 분명한 입장표명을 피하던 현역 의원들까지 정권교체 이후 FTA 폐기에 나서겠다고 서명해 미국 쪽에도 상당한 고려 대상이 될 전망이다.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 통합진보당은 당론으로 한미FTA 폐기를 언급했지만, 국회 등원 이후 애매한 태도를 보였던 민주통합당이 FTA폐기 선언을 공식적으로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 민주당의 변화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도 “오늘 기자회견은 민주통합당이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한미FTA가 야권공조나 야권연대를 촉진, 점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한을 들고 미대사관으로 가려는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과 민주통합당 정범구 의원이 경찰에 막혔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속적인 야권공조를 강조했다. 한명숙 대표는 “우리가 또 다시 함께 모인 것은 뜻이 깊다”며 “지난번 투쟁에서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앞으로 한미FTA 정책 공조를 위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함께 손잡고 전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어 “오늘 96명 의원의 서명으로 나가는 이 서한은 96명의 서한이 아니라 99% 우리나라 국민의 한을 담은 서한”이라며 “오늘 전달되는 이 서한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전달돼서 그들의 심금을 울려 발효가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야당은 함께 한나라당에 맞서면서도 어렵고 고민스러울 때 서로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고 ‘한미 FTA 발효 중단, 한미 FTA 폐기’라는 저희의 약속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여기(한미FTA)에서 끈끈한 신뢰가 확보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을 때 야권연대는 가능하다”며 “이제 다시 일어나서 손을 잡는 야당에게 국민들께 마지막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야권은 미국에게 한미FTA 발효절차 중단과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야권은 서한에서 “한미 양국이 한미FTA가 발효되기 전에 최소 요구인 10가지 항목들에 대한 재협상에 실패한다면 우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입법기관의 구성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여 한미 FTA가 시행되는 것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 미국 정부가 양국 관계를 장기적으로 더 강화하기 위해선 발효 전 한미FTA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우리의 요구를 미국 정부가 간과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국회 다수당이 된 후 한미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협정은 24.5조 2항에 따라 종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도 “서한은 국회의원 96명의 의지가 담겨 있고, 4.11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의지를 담은 것이라 미 의회와 대통령이 서한을 무겁게 받아들일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등 의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서한을 미 대사관에 전달하기 위해 대사관 쪽으로 이동하자 경찰이 막아서기도 했다. 서한은 민주통합당 한미FTA 투쟁위 부위원장인 이종걸 의원과 정범구 의원,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이 미국 대사관을 방문해 전달했다.

재협상 요구 10개 항목

 

1) ISD :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는 사기업이 우리의 정부를 국제분쟁중재재판소에 끌고 갈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공공 이익을 증대하려는 우리 정부의 정책 공간을 축소시키고, 공공 서비스를 보호하고 국민 건강, 음식 안전, 그리고 환경 보호를 증진하려는 우리 정부의 권한을 무력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위험한 제도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 한미 양국은 법치가 이미 정착되어 있고, 사법부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따라서, 협정 제11장 제2절은 삭제되어야 한다.


2) 네거티브 리스트 : 서비스 자유화에 대한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은 WTO에서 시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3) 역진방지 : 역진방지조항은 우리의 미래 정부의 정책 공간을 차단한다. 따라서 협정 제11, 12, 13장에 포함되어 있는 역진방지조항은 삭제해야 한다.


4) 주요 농축산 품목의 관세 : 오렌지,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미국의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양허표는 수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고기에 대한 현행 관세가 10년간 유지되어야 하고 그 후 5년 간 5단계를 거쳐 관세를 없애는 방식으로 양허를 변경해야 한다.


5)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의 조치 그리고 중앙 또는 지방정부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이러한 조치가 한국의 법령에 따라 취해지는 한, 한미FTA에서 부과하는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6) 개성공단 : 제품의 원산지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개성공단 내에서 이뤄진 작업과 과정은, 그 원료가 한국에서 수입되어 다시 한국으로 수출되는 경우에는, 한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작업과 과정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7) 급식 프로그램 :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의해 행해지는 급식 프로그램은 한미FTA 하의 의무사항에서 면제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해 행해지는 학교 급식은 면제 사항에 명시되어야 한다.


8) 허가-특허 연계 : 한미FTA는 의약품의 시판허가와 특허권 간에 연계사항이 없도록 수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18.9조 5항을 삭제하거나 임의조항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9) 금융 세이프가드 : 부속조항 11-G 하의 금융보호조치 제한과 13.10조 하의 조건은 완화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1년 이하의 보호조치, 몰수적이지 아니할 것, 그리고 미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해 불필요한 손해를 피할 것이라고 되어있는 조항은 개정되어야 한다.


10) 자동차 세이프가드 : 2010년 추가협상 때 만들어진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은 남용을 막기 위해 재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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