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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민들의 힘으로 독립영화를 만들다 ①

문주현( 1) 2011.04.21 13:25 추천:11

[편집자 주] 이 기사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 '재미'에서 계간으로 발행하는 '미디어 생각' 6호에 실린 글 입니다. '미디어 생각'은 제12회 전국국제영화제를 맞이해 특집기획으로 전북독립영화를 다룰 예정으로 1호 '시민들의 힘으로 독립영화를 만들다'. 2호 '전북독립영화, 그 현장의 목소리들', 3호 '전북독립영화, 미래를 꿈꾸다'를 연재합니다.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지역에서 맥이 끊긴 영화생명을 소생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특히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들과 실험영화들을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슬로건으로 소개하면서 다른 영화제들과 차별을 두어 영화제가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지역에서 영화 보는 재미와 문화를 새롭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제의 가치를 알게 된 지자체는 영화제작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제작된 <달빛 길어 올리기>, <평양성>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감독들의 작품이 모두 전북지역에서 제작됐고 지자체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은 영화들이다. 이 점은 애향의 고장을 넘어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거듭나려는 전북도의 노력이 일군 성과이다.

 

이처럼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뜨거운 전라북도. 과연 지역영화인들은 지역에서 어떻게 영화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을까? [미디어 생각]에서는 곧 다가올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를 맞이하여 특집기획으로 전북독립영화를 다룬 ‘전북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준비했다. 앞으로 약 3회에 걸친 연재는 전북독립영화 현장과 전북독립영화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채워질 예정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독립영화판을 만들다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전북 뿐 아니라 전국에서 사랑을 받아온 전주국제영화제와 달리 비록 소박하지만 주목할 만한 영화제가 전주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지역영화인들과 지역민이 직접 제작한 독립영화들을 소개하는 영화제, ‘전북독립영화제’가 바로 그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시민들에게 영화를 ‘보는 예술’로서 가치를 부여했다면, 전북독립영화제는 ‘보는 예술’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촬영하고 제작하며 함께 둘러보는 영화영상문화를 전북지역에 뿌리내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지난 2001년 ‘시민영화제’로 출발한 전북독립영화제의 이런 성과 뒤에는 치열하게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려는 전북영화인들과 그들인 만든 전북독립영화협회가 있었다. 전북독립영화인들의 제작지원과 배급 등을 담당하며 지역독립영화의 산파 역할을 하는 전북독립영화협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전병원님과 전북독립영화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전병원 사무국장 [출처= 미디어 생각]

Q. 전북독립영화협회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

 

전북독립영화협회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최한 디지털필름워크숍을 수강한 시민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 전주에서 영화제작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이 끝난 후, 수강생들은 자신이 제작한 작품을 사람들과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전주단편영화제작모임이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시민영화제를 개최했다. 시민영화제는 시민들이 최초로 준비한 전국 최초의 영화제이다. 다른 영화제의 경우 대부분 지자체가 주도하거나 문화행정기관에서 주도했는데 시민영화제는 달랐다. 이 영화제가 기반이 되어서 독립영화협회가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전주독립영화협회에서 2007년 전북독립영화협회로 전북을 아우르게 되었다.

 

Q. 당시 지역에는 영화인들이 많았나.

 

당시에 단편영화제작모임을 만든 사람들은 지역에서 영상제작에 관심을 가진 시민제작자들이었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영화를 전주지역에서 찍는 감독은 보기가 힘들었다. 지역 대학에서 영화과를 만든 것도 2000년대 즈음이고 배우는 학생들도 흔치 않았고, 남아서 제작을 하려는 사람들도 없었다. 지역 영화인들을 묶어줄 구심점도 딱히 없었다.

 

전북독립영화를 말하다.

 

지난 2000년 시민제작모임에서 출발한 전북독립영화협회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기를 모아 지역독립영화판을 만들어왔다. 지역영화가 특유의 지역성으로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지역문화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면 전북독립영화는 그 시작부터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보다 내실 있는 지원과 함께 전북독립영화의 시작이 가졌던 그 자발성을 키워나간다면 그 가치가 더 할 듯하다.


Q. 전북에서 영화가 만들어진 건 언제부터였나.

 

사실 전북은 오래 전부터 영화가 제작된 현장이다. 물론 전북독립영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전북영화사는 일제로부터 해방되었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피아골>을 찍은 이강천 감독도 처음에는 이곳에서 영화를 찍었다. 한국전쟁 시기에 서울에서 활동하던 영화인들이 전주로 피난을 오게 된다. 그래서 그 영화인들이 서울에서 못하게 된 작업들을 전주에서 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서 당시에 전주가 한국영화의 흐름을 이끌게 되었다. 그렇게 53년부터 60년대 초까지 전북영화가 굉장히 번성한다. 그리고 영화가 성공하고 다시 영화인들이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그 후, 오랫동안 전북영화는 공백기를 갖게 된다. 전북에 영화가 다시 번성한 것은 전주국제영화제 이 후 부터이다. 90년 대 말부터 영화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독립영화협회, 영상위원회 등이 만들어지면서 영화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지금은 제작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렇게 12년을 달렸고, 이제야 영화제작환경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전북독립영화협회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2010 전북독립영화제 포스터와 협회 10년을 정리하는 대토론회 [출처= 미디어 생각]

 

Q. 전북독립영화들의 스타일은 대체로 어떤가.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들다. 다들 개성이 뚜렷하다. 그래도 꼭 규정하자면 전북독립영화들은 일상성이 강하다. 장르적으로 따지자면 액션과 같은 움직임이 큰 영화들을 찾기가 힘들다. 사실 액션이 큰 영화들은 잘 찍지 않고, 예산도 많이 든다. 그리고 영화과 학생들의 작품이 많다. 아무리 공상과학영화를 만들고 싶어도 지역에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제작 가능한 수준에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까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고 표현 방식이나 카메라 움직임 등에서 개성을 찾기 힘든 조건인 것 같다. 그 것이 지역영화감독들의 능력이 떨어져서는 아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영화를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다.


Q.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장·단편 영화들의 배급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전북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만을 배급해주는 곳은 없다. 우리도 노력은 하고 있지만 배급을 하려면 저작권을 가진 사람과 계약도 하고 수익분배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지역독립영화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독립영화와 배급은 공공성을 가지고 할 수 밖에 없다. 물적기반이 없으면 사람도 없고, 영화도 만들어지기 힘들다.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기 힘들다고 해서 안 만든다고 생각해봐라. 지역성을 띤 영화 자체가 그 지역의 문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지역을 생각한다면 만들어야 하고 배급이나 제작도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직은 공공적인 부분으로 접근해서 지역영화들을 지역배급사가 할 수 있도록 지원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인디스토리와 같은 곳과 계약을 맺는다.

 

전북독립영화의 경향에 대해 잠시 나누다 보니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류영화들에 엄청난 자본이 투자되는 것과 달리 지역독립영화에 투자되는 것이 적은 것도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북독립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알고 지역사회문화 발전에 전북독립영화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역사회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전북독립영화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전북독립영화가 전북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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