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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경제 "우리는 유목민입니다. 연대의 힘으로 이기겠습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 찾기 투쟁을 하는 한 노동자의 집회 발언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12.15 21:40

15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들의 업무가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심문회의가 열렸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인정을 받는다면 지난 11월 17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간 두 노조는 필수유지인력을 남기고 파업을 해야 해서 단체행동권에 심각한 제약을 받게 된다.


이들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이른 바 통신 대기업의 서비스를 담당한다. 그러나 LG와 SK는 이들이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림자 같은 노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올 초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자신들의 신분 찾기 투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오후 전북노동위원회(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설치 기사들의 노조(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 비정규직 노조)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이진출 전주지회장(40)은 그동안 투쟁을 하며 느꼈던 마음을 담당한 어조로 여는 발언을 통해 밝혔다. 참소리는 이진출 지회장의 여는 발언을 기사에 옮겨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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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는 일은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는데, 우리는 유목민입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여러사람을 이롭게 하는 필수공익사업이라고 합니다. 고객님들이 물어봅니다. LG유플러스 다니니 좋겠다고. 이제 고객님들한테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고객님들이 만나는 어떤 통신사도 정직원을 만날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가입단계부터 설치, A/S, 해지 업무, 하물며 상담까지도 고객님이 만나는 LG, SK, KT 직원들은 다 아웃소싱 직원들입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불편해도, 고객님이 초 진상 고객이 되셔도, 고객님이 LG 정직원을 만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혹시 술자리에서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할 때는 99.999%가 아웃소싱 업체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가 일하는 곳은 필수공익사업장이라고 합니다. 저는 정말 필수공익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중요한 사업장의 일을 하청업체 도급기사에게 주지는 않을테니까요. 아무리 지금 회장이 상식이 통하지 않고, 노동자를 핍박하는 그런 시대라고 해도 이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상식이 있다고 한다면, 적어도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생각이 있다고 한다면, 이건 아닙니다.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납득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할 것입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다 그렇지 않겠지만, 저희는 10여년 가까이 노조를 경험해본 적이 없습니다. 유목민이라고 불리죠. 이 회사 마음에 안 들면, 이 회사 팽개쳐지면, 다른 통신사 넘어가고, 다른 통신사 마음에 안 맞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그만두고 또 다른 통신사로 넘어 다닙니다.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분도 계시지만, 한 번도 노동자가 이렇게 힘이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이길겁니다”


혼자서 사측에 부당함을 이야기하면 다음날 할당이 안 되고 그 다음날 코드가 닫히고, 그 다음날 유니폼을 반납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노동조합 설립하고 정말 힘들게 교섭 진행해서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어거지 피는 것 다 참아내고 파업권 얻어내서 총파업 중입니다.


그것도 즐겁게 총파업 투쟁중입니다. 다른 노동조합이 어떻게 투쟁하는지 잘 모릅니다. 경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집회하면서 웃을 수 있고, 투쟁하면서 미소 지을 수 있는, 선배 노동자들이 볼 때는 약간 이상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노동조합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 가열차게 투쟁하는 21세기 투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였습니다. 지난 주 LG 쌍둥이 빌딩 본사 진입투쟁을 했습니다. 진짜 사장님. 엘지 사장 면담 요쳥을 하려고 서울의 노동자들이 진입시도를 했습니다. 정말 당신들이 우릴 노동자로 인정 안하고 대화를 거부한다면,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 소리를 안 듣는다면, 우리가 그 문 열고 들어가 큰 소리로 귀에 말씀드릴 겁니다.


노동자는 그냥 일만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노동자는 우리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그런 방법과 힘이 있습니다.


정말 살기 힘들었던 그런 상황을 이제 변화시키고, 정말 도와주지 않는 정부와 사측에 ‘너희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우리의 힘으로 우리 노동자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얻겠다’고 말하며 담대하게 걸어갈 것입니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노동자가 창과 방패가 돼서 투쟁해서 승리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 LG유플러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연대단체 동지들이 오는 것도 그런 것입니다.


노동자는 하나고, 그런 노동자들이 가려는 곳도 한 곳입니다. 노동부가 하는 일이 그렇죠. 영혼이 없는 이들이 그저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자존심을 가지고 일을 했으면 합니다. 여는 발언이 너무 길었습니다.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조합원 총단결로 투쟁 승리하자. 파업 투쟁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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