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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파업이 11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전북지역 CJ대한통운 택배기사 36명도 파업에 동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2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CJ대한통운분회에 가입하고 ‘일방적 수수료 인상과 패널티 제도 폐지, 성실교섭’ 등을 촉구하며 현재 전주시 팔복동에 위치한 물류집하장에서 농성과 함께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 전주지역 160여 명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중 36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택배기사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김종학 전주지역 화물연대 CJ대한통운택배분회장.

 

대한통운분회 김종학 분회장은 “아침 6시 50분에 출근해서 저녁 11시까지 배달, 집하, 하차, 송장정리까지 모두 택배기사들이 하고 있다”면서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했지만, 수수료는 일방적으로 인상되고, 대한통운 시절에는 없었던 각종 패널티 제도로 인해 임금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어 택배기사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노조에 가입했다”며 노조 가입 이유를 밝혔다.

 

“패널티 제도에 낮은 수수료 때문에 하루 15시간 노동해도 힘들어”
“감기, 몸살, 병은 택배기사에게 사치”

 

현재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5월 13일에는 전국적으로 700여 명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동자들은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최근 회사와 만남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교섭안을 회사에서 제시하지 않아 교섭이 봉착상태”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내부에서는 CJ대한통운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김종학 전주 분회장은 “CJ는 마치 노동자를 일하는 개미로 취급하는 것 같다”면서 “일개미는 없어지면 다른 일개미로 대체하면 된다. 마치 택배기사를 쓰다 버리는 부속품처럼 보는 것 같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김종학 분회장에 따르면, 전주지역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6시 50분 : 출근 및 상차(배달할 물건 내리기) 시작
오전 11시~12시 : 상차 완료 및 송장정리 시작
오후 1시 : 송장정리 완료 및 배달 시작
오후 8시 30분 : 배달 완료 (배달에는 타지역으로 배달을 맡기는 고객의 물품을 받는 일과 반품을 받는 일도 포함)
오후 9시까지 : 고객으로부터 받은 물품과 반품 제품을 타 지역으로 이송한 큰 화물차에 옮기기(이 역시 상차라고 표현)
오후 9시~11시 : 타 지역 이송할 물품의 송장정리

 

김 분회장의 따르면, 이와 같은 일과는 지역과 택배기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매일 반복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패널티 제도는 이 일과 중 곳곳에서 적용된다.

 

김 분회장은 “오전 상차 후 송장정리를 할 때 약 200여 송장을 일일이 스캔을 해야 한다. 그런데 실수로 스캔을 하지 못하면 패널티를 부과한다. 그리고 저녁 9시에 다른 지역으로 배송해야 할 물품을 배달 시간이 지연되어 상차하지 못하면 이때도 패널티가 부과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 상차 시간을 9시에서 11시까지 유동적으로 하면 그나마 좋은데, 9시가 넘으면 다음 날에 상차를 하게 되어 음식물의 경우 상하면 그 책임도 우리가 물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참소리가 입수한 CJ대한통운의 패널티 목록에 따르면 이 같이 상차를 하지 못할 경우, 건 당 50,000원의 벌과금이 부과된다.

 

▲참소리가 입수한 패널티 목록.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홍보팀 관계자는 “패널티 제도는 택배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만든 것이고 이를 기사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려고 금액으로 정한 것이다. 경종을 주기 위한 지표이지 실제 이를 적용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었다”며 실제 패널티 제도가 일반적으로 적용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기사들의 이런 불안을 최근 받아들여 패널티 제도를 금액이 아닌 벌점제나 교육 등으로 대체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쪽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보팀 관계자의 말대로 CJ대한통운이 제시한 패널티 제도는 택배기사들에게 충분히 경종을 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김 분회장은 “홈쇼핑 등 회사에서 VIP로 대접하는 업체의 배달은 손님에게 욕설 등의 클레임이 들어오면 100만원까지 부과한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전해졌다”면서 “사실 하루 15시간 이상 일을 금요일까지 반복하다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데, 이 패널티 제도로 더욱 힘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구역마다 책임져야 하는 물량은 매일 있으니까 몸이 아파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동료가 힘이 들고 동료의 가족이 죽어도 함께 위로해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감기, 몸살, 병 이 모든 것이 다 택배기사에게는 사치”라고 택배기사들의 현실을 말했다.

 

이 같은 불만은 김 분회장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만난 12년 차 김모(44세) 씨도 “반품이 하루 지연되면 1,000원이 부과되는데,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 속에서 하루 15시간 가까이 일하는 이들의 운송수익(통상 월급)은 건 당 800원에서 860원 정도. 실제 드물게 2,000원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한 달에 1~2차례. 대부분 800원 수준의 수수료를 챙긴다. 김 분회장은 “사실 이 기준을 우리는 알 수가 없다”며 “1인 대리점 형태로 일하는 분도 계시고 몇 몇 택배기사가 모여 대리점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운영비는 모두 택배기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그리고 주유비, 식비까지 포함하면 결국 건당 650원 수준을 챙긴다.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평균 180만원에서 230만원 수준이다. 하루 15시간 일하는 것 치고는 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홍보팀 관계자는 “수수료는 전국 읍·면·동 6,700여 개를 면적과 배송량을 따라 나눠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타당하게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CJ대한통운택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CJ택배와 대한통운 통합 후, 택배기사의 한 달 고정 수입은 약 177만원 수준, 이를 시급으로 나누면 시간당 약 4,400원 정도. 2013년 최저임금 4,86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대위는 “대한통운이 통합되면서 많은 용차(지입차주, 택배기사를 지칭하기도 함)들이 대리점으로 편입되면서 대리점 운영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아 택배기사들의 부담은 더욱 늘었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전주지역 화물연대 CJ대한통운택배 노조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 멈춘 차량들.

 

“CJ대한통운, 즉각 교섭에 나서라”
비대위, 패널티 폐지·수수료 인상 등 12개 요구안 제시

 

한편, CJ대한통운택배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민주통합당 은수미·장하나 의원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즉각적으로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밝히며 12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비대위가 제시한 12개 요구안에는 문제가 되는 패널티 제도 폐지와 배송수수료 950원 인상, 사고처리의 책임전가 금지 등이 담겨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대위는 “택배 전 과정에 걸쳐 CJ대한통운의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지만, 책임이 발생할 때는 모두 택배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울분에 시민사회, 정치권의 참여도 확산되고 있다. 진보정의당, 민주당, 통합진보당, 참여연대 등의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발 빠르게 성명을 발표하며 CJ대한통운의 태도를 ‘갑의 횡포’로 규정하고 규탄에 나섰다.

 

▲전주지역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이 전국적인 파업 대열에 합류하여 전주지역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혜진 조직국장은 “지역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발 빠르게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겠다”면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며 지역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다. 매일 오전에 팔복동 대한통운 물류집하장에서 열리는 집회 등에 지역 시민사회도 동참했으면 한다”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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