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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루 15시간 운전 노동, 이대로 괜찮을까?"

[화요일의 참소리] "전주시내버스 1일2교대, 이제는 되게 하자"

최민(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jbchamsori@gmail.com) 2017.07.11 21:02

2016년 2월, 전주시 시민의버스위원회 워크숍에서 ‘버스운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안전’을 주제로 발표를 했다. 전주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의 1일 2교대제 도입을 토론하는 자리였고, 2교대제 도입에 상당히 우호적인 토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지난 6월, 생태교통시민행동에서 주최하는 ‘전주 버스운전자 1일 2교대제 실시 촉구 간담회’에 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전히 2교대제 문제는 답보상태라고 했다.


7대 대도시 뿐 아니라 청주, 제주 등에서 2교대를 도입하고 있다. 격일제, 복격일제의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시민의 안전까지 저해하기 때문이다. 1일 2교대로 근무하면 하루 근무시간이 9시간 정도 되는데,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 근무에서는 하루에 16~17시간 근무하게 된다. 한 달에 몇 일 일하느냐에 따라 한 달 노동시간은 비슷할 수도 있지만, 하루에 이렇게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운전자에게나 시민에게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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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전북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 101명의 노동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38%가 불면증으로 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고도 불면증 위험군이었다. 주간 졸림증도 정상이 37%, 심한 주간졸림증이 23%가 돼서, 진료가 필요할 정도였다. 같은 조사에서 시내버스 운전노동자들의 피로도는 7점 만점에 4.5점이었다. 건강한 성인의 피로도가 2.3점, 교대근무를 하는 중년 남성 생산직 노동자 평균 피로도가 3.42 점인 것과 비교했을 때 전주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들이 얼마나 피곤한 상태로 일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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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는 당연히 안전과 직결된다. 2015년 한국노총과 가톨릭대학교가 서울과 경기 시내버스 운전노동자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일 2교대 하는 서울 시내버스에 비해 격일제 근무하는 경기 시내, 경기 광역버스가 운행 중 졸리다는 비율이 높았는데, 특히 오후 운행이나 저녁 운행 시에 그 차이가 매우 컸다. 서울 시내버스 운전자들 중 오후에 매우 졸리다고 답한 비율은 2.2%. 경기 시내버스 운전자 중에는 30%, 경기 광역버스 운전자 중에는 38%가 오후에 매우 졸리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는 노동자들의 집중도 검사도 실시했는데, 1일 2교대제 하는 노동자들은 집중도 검사에서 반응시간의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으나, 격일제 노동자들은 운전을 시작한지 9~10시간이 경과하면, 그 이후로 반응 시간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반응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반응속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집중도가 급격히 저하된다는 의미이다.


이는 해외 여러 국가에서 하루 최대 운전 가능 시간을 정해놓은 이유를 정확히 반영하는 결과다. EU는 운전자의 운전시간을 1일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1시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10시간 운전은 1주일에 2번만 허용한다. 1주 최대 운전시간 56시간과 따로, 하루 운전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격일제 운행으로는 지킬 수 없는 규정이다. 영국보건안전청에서 개발한 피로/위험지수를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격일제 근무 운전 노동자는 기준이 되는 영국 운전노동자(주간근무 이틀, 야간근무 이틀, 휴무 4일)보다 사고 위험이 1.8배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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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6월 전북고속 버스기사가 대구의 한 숙소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전 달의 근무표다.

결론은 간단하다. 버스 노동자 노동과정을 연구한 학자들은 모두 격일제와 복격일제라는 ‘낡은 교대제’를 1일2교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1일2교대를 도입하고, 만근일수를 적절히 결정하고, 만근일수를 크게 초과하는 노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 동안 만근일수를 넘겨 운전할 수 밖에 없었던 저임금 문제가 함께 해결돼야 한다.


처음에는 노동자 편에서도 저항이 있을 수 있다. 하루 힘들게 일하고, 하루 쉬는 게 낫다고 느끼는 노동자도 있을 수 있다. 하루를 온전히 휴무하는 것이 적합한 개인 사정도 있을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산업에서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됐을 때도, 노동자들이 순순히 변화를 받아들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전 맞교대 때보다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점심시간이 짧아진다, 아침에 업무 시작이 빨라진다는 등 아주 다양한 저항이 있었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된 후 대다수의 사업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절대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시는 주야 맞교대로 돌아갈 수 없다. 1일2교대로 바뀐 버스 운전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리라. 더불어, 덜 피로하고, 충분히 쉴 수 있고, 여유있는 급여를 받는 버스 운전 노동자의 서비스를 받는 시민들 역시 같은 반응이지 않을까? 절대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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