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이상한 나라의 퀴어문화축제"

[화요일의 참소리] '퀴어문화축제 2017'에 다녀와서

박미란(페미니즘학회 동행)( jbchamsori@gmail.com) 2017.07.18 19:17

퀴어문화축제는 처음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번에 가더라도 이날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번 퀴어문화축제에는 총 101개 부스가 13개국 대사관과 글로벌기업, 성소수자부모모임을 비롯한 인권단체, 종교단체들로 가득 찼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2.jpg

<사진 제공 - 페미니즘학회 동행>

 7월 15일의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도 된 기분이었다. 예수를 부르짖으며 돌아오라고 외치는 사람과 신은 너를 축복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안팎에서 나를 맞았다. 뒤통수를 따끔거리는 시선으로 모욕하거나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소를 보내는 사람이 공존했다.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각자의 깃발 아래 모여서 한 무리가 되어 흘러갈 때 나도 비로소 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


축제에 참가한 이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같았다. 입구와 출구를 제외하고는 펜스가 쳐져 경찰이 그 주위를 빼곡히 둘러쌌다.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반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섞일 수 없는 기름처럼 시청 광장을 분할했다. 지지는 무엇이고 반대는 무엇일까. 퀴어문화축제는 다른 축제가 지니지 않아도 되는 무거운 추를 달고 있었다.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이날만을 기다려 왔다고 말하는 듯 한 복장과 화장들, 그 한 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과거 미디어를 통해서 접했던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들을 화면에 담았던 자들의 의도대로 문란하고 특이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나를 드러내고 싶다”고 온몸으로 표현하던 참가자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접했을 때는 오히려 자유로워 보였다. 악천후에도, 성소수자를 거부한다는 이들의 절규 속에서도 “그럼에도 나는 여기 있다”를 존재 자체로 증명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를 이해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는 몰이해 속에서 진행됐다.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성소수자는 없고 동성애자만이 있었다. 그들의 손끝이 가르친 대상에 나는 조금쯤은 비켜나 있었지만 누구보다 이 축제를 손꼽아 기다려왔을 사람들이 유일하게 소수자가 아닌 날조차 정체성을 부정당했다. 주위에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함에도 스스로를 지우면서 살고, 이해받기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수많은 오해를 감내해야 하는 이유가 단지 성적 정체성 때문이라면 다분히 폭력적인 일이다.


무대에 선 정의당 이정미 씨가 자신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는 첫 당 대표라고 소개했음을 기억한다. 그러면서 “군형법 92조의 6항을 반드시 개정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하는 동반자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굵은 빗줄기가 우산을 무용하게 만들 정도로 퍼붓는 때였다. 앞사람에 가려 그녀의 얼굴은 전혀 볼 수 없었음에도 목소리만은 생생했다. 서로를 지탱하는 언어들로 가득한 축제, 서로가 연결되어 있으며 이 물결에 동참한다면 너도 성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축제였다. 문자 그대로, 꿈같은 세계였다.

1.jpg

<사진 제공 - 페미니즘학회 동행>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