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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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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의 청사방문 제한은 인권침해다.

채민(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icomn@icomn.net) 2014.08.19 12:01

지난 11일 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권운동가들이 전북도청을 방문하였다. 1심 판결이 나온 자림복지재단 내부 성폭력 사건과 장애인 활동보조 문제에 관해서 전북도지사와 면담이 예정되어 있어 면담 점검을 위해 서둘러 모인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들은 청원경찰 등에 의해 청사 입구에서부터 방문을 제지당했다. 유아를 동반하여 도청을 방문한 시민들도 청사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더위를 그대로 참아야했다.

 도청 관계자는 출입을 통제한 이유에 대해 과거 도청 로비를 점거했던 일이 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방문하는 것을 막은 것이며 면담에 대표로 참석하는 사람들만 오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사실 관계도 다르거니와 궁색한 이유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 당사자들 입장에선 삶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정책에 대한 면담이니 시작 전에 마지막 의견도 나누고 관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도 청사 내에서 기다릴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상식적으로 문제가 될게 없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방문을 제지당한 이들의 참담함은 너무나 컸다. 면담 과정에서 송하진 도지사가 사과를 하기도 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분함이 쉽게 풀릴 사안은 아니다. 

필자 역시 황당함을 넘어 화가 났는데 이러한 일이 전북도청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북도의회는 지난 해 6월 전북학생인권조례 제정과정에서 어떤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언론사 기자와 교육인권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출입을 제지했다. 조례안과 관련하여 도의원 면담 및 취재를 하거나 조례안 심의 과정 모니터링을 위해 개별적으로 방문을 하려 한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사안에 대해 피해자들이 인권단체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진정서를 제출했고 진정 후 1년이 지나고 올해 7월 인귄위는 전북도의회의 출입통제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권고내용을 담은 결정문을 통해 헌법이 표현의 자유의 전제조건으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시민들의 지방의회의 회의과정 모니터링 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준에서 청사출입제한이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었기에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과도한 청사 출입제한이 없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도의회 직원들에게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도 권고하였다.

행정기관인 지방자치단체나 입법기관인 지방의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서 자치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도록 하는 기관이다. 이 때문에 인권위 권고처럼 시민들은 언론만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지방자치의 과정에 대해 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관계자들에게 의사전달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받아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태반이다.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지자체 청사 외부에서 개최되면 관계자들은 청사 출입문 일부를 폐쇄하여 불편을 초래하고는 한다. 심한 경우 단체들의 접근 자체를 일단 막고 보자는 식으로 아예 모든 문을 폐쇄하여 민원 때문에 방문한 시민들의 불편을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소통이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쓰이더라도 정작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지자체가 강조하는 일을 할 때만 소통을 해야 하는 도민이고 그 외에는 선별당해야 하는 시민인 것인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향후 지방자치단체들은 과도한 출입통제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시민 누구라도 청사 출입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기본권 보장에 있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관공서 주변에서 집회·시위가 진행되더라도 행사참가자를 비롯한 시민이 공공기관에 대한 기본적 용무 및 편의시설 이용을 위해 개별적인 출입을 할 경우 이를 보장해야 한다.

* 이 칼럼은 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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