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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후쿠시마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우리의 현실"

교사가 탈핵 교재 집필인으로 함께한 이유

김영진 군산영광여고 교사( jbchamsori@gmail.com) 2015.02.02 17:41

교사들은 조금 덜 비인간적이고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일에 용기 있게 나서야만 합니다. 사실 잘못을 바로잡는 일에 윤리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사람을 어떻게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 하워드 진, 《하워드 진, 교육을 말하다》에서


체르노빌을 경험하고도 후쿠시마를 보고도 대한민국 교실에서는 ‘핵’을 공부하지 않는다. ‘핵발전’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저런 디스토피아를 보고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렇게 학교는 ‘현실’에서 너무 멀다. 우리 교육이 짙은 무채색을 띠고 있는 이유는 학교가 아이들과 그들의 사회를 절연시키는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리라.


<관련 기사 - 국내 최초 탈핵 교재 발간... 교사와 전문가, 전북교육청의 합작품>


거개의 교실에서 ‘현실’을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부수적이거나 아예 ‘공부’ 목록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현실이 거세된 교실에서 ‘삶’을 위한 교육은 가능한가. 현재의 삶을 도려낸 교육이 바라는 인간상은 어떤 모습일까. ‘현실은 불순한 것’. 우리 교육은 이런 묵시적 계약 속에 아이들을 가능한 한 현실에서 격리시키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현실을 건너뛰거나 무시하는 교육이 교육이기는 한 것인가. 현실을 감추거나 무시하는 교육은 또 누구를 위한 교육이란 말인가.


경험을 통해 ‘공부’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우리의 현실은 교육의 부재를 말해 주고 있다. 언제 한번 제대로 자기가 사는 세상의 속살을 본 적이 없고, 또 배워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를 교사는 걱정해야 한다.


교사는 인간 존재를 탐구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공부하는 일을 돕지 않는 학교의 존재 의미도 수시로 물어야 한다. 이런 공부를 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그 많은 세월 헛공부했다는 자괴감을 느낄 때, 가르치라는 대로 가르쳤다고 변명이나 해 대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탈핵 교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가 닿으려는 노력의 소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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