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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래, 어렸을 때처럼 제비가 찾는 도시를 만들자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제10탄

박정희( icomn@icomn.net) 2020.06.01 17:25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이 이름이 낯설다면 혹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들어보았는가?

만약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고 책도 모른다면 당신은 환경에 대해 별로 깊은 고민이 없는 사람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레이첼 루이스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년 5월 27일 ~ 1964년 4월 14일)은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이다.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책이 바로 그녀가 집필한 ‘침묵의 봄’이다. ‘침묵의 봄’은 1962년 출판되었다. 그녀는 책이 출판되고나서 얼마지나지 않은 56세에 암으로 사망하였다. 그녀는 열성적인 생태주의자이자 보호주의자였고 지금껏 모든 환경운동가들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책에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공개하였고 다시 미국 언론의 비난과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불구하고, 레이첼 카슨은 환경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활성화시켰다.

 

그녀가 쓴 ‘침묵의 봄’은 1963년 케네디 대통령 당시 미국 정부에 환경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게 만들었고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암연구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였고, 각 주들은 DDT의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침묵의 봄’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구의날(4월 22일)이 제정되었다.

 

그녀가 쓴 ‘침묵의 봄’은 과학에 기초한 기술이 초래한 환경오염의 가공할 결과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강렬히 인식시킨 책이었다. 그 책의 1장("A Fable for Tomorrow")은 자연의 조화가 절묘한 아름다운 마을이 마치 저주의 마술에 걸린 듯 점차로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짤막한 우화로 시작된다. 이어 2장에서 17장까지 디디티(DDT)와 같은 살충제와 농약이 새, 물고기, 야생동물, 인간에게 미치는 파괴적 결과를 4년간의 직접조사를 바탕으로 고발한 것이 책의 내용이다.

 

그녀의 직접적인 공헌은 미국에서 DDT의 사용금지 운동을 한 것이다. 1967년의 환경보호기금의 형성은 DDT 사용금지 운동의 첫번째 중요한 성취였다. 그 조직은 정부를 상대로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 대한 시민의 권리 확립"을 위해서 소송을 제기 했고, DDT 사용 금지를 위한 주장 대부분은 그녀의 주장에 근거했다. 1972년까지는 환경보호기금과 여러 환경 운동가 그룹들은 미국에서 DDT의 점차적 사용금지를 이뤄냈다.

 

우리나라 환경재단 건물에도 그녀를 기리는 다목적 공간인 ‘레이첼카슨 홀’을 통해 활동가와 시민단체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유성에 대한 레이첼 카슨의 증언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우리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그녀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인물 1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며, 환경운동은 물론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 인물로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다.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 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가장 유명한 살충제 중 하나로, 1874년 독일 오스트리아의 오트마 자이들러 박사에 의해 처음 합성되었다. 이후 스위스의 파울 헤르만 뮐러가 이것이 살충제로서 효능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파울 헤르만 뮐러는 이 공로로 1948년 노벨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하였다.

 

처음에는 획기적인 살충제로 알려졌다.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은 말라리아 같은 열대병들로부터 병사들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DDT를 대거 사용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고, 우리는 6.25 전쟁 때에 미군을 통해 들여온 DDT를 이용하여 전쟁 이후 빈대와 이를 잡는 데 사용하였다.

 

나 역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시골 할머니 댁에서 옮은 머릿속 이를 잡기 위해 우리 어머니가 내 머리속에 DDT를 마구 뿌렸던 기억이 있다. 그랬다. 1970년대도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람들에게도 DDT를 마구 뿌렸던 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이 되어서야 DDT 사용을 금지하였다.

 

DDT는 인체에 흡수되면 암과 감각 이상, 마비, 경련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반감기(체내에 들어오면 물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가 최대 30년 정도이므로 아직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논과 밭에 무분별하게 뿌려진 DDT는 여전히 존재한다. 다들 기억하리라,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을. 당시 사건의 후속 조치인 산란 농장 전수조사 과정에서도 DDT가 검출된 계란이 발견되기도 하였는데, 그 옛날 뿌렸던 DDT가 여전히 남아서 산란 닭에게 축척된 것이라하니 자연분해가 잘 안되는 독한 물질이다.

 

그리고 제비

Landsvale.jpg

(사진: 위키피디아)

 

참새목 제비과에 속한 대표적인 여름 철새이다. 옛날에는 집의 처마에서 제비가 집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며 제비가 집을 지은 집에는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길조로 여겼다. 흥부 놀부전에 제비는 박씨를 물고 와 은혜를 제대로 갚았다고 하니 그냥 길조가 아니라 제비를 잘 만나면 흥부처럼 인생 역전까지 가능하다고 여겼지 않나 싶다. 지금도 길조인 까닭에 좋은 소식을 전한다고 하여 우체국의 상징으로 우정사업본부가 제비 마크를 사용 중이다.

 

내가 어렸을 적 그 흔하던 여름 철새 제비는 이제 만나기가 쉽지 않다.

 

80년대 90년대 2000년대를 거치면서 아마도 여러 가지가 제비가 새끼를 기르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었으리라. 도심에서 자취를 감춘 제비를 서울시에서는 2000년에 보호종으로 지정했지만 제비는 점점 더 보기 힘들어졌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산업화 이후 논 등이 줄어들고, 도시 지역의 습지 등이 매립되면서 집 지을 재료와 먹이감이 줄어들면서 차츰 제비의 수도 줄었다고 한다. 도시에는 주택보다 아파트가 많고 더욱이 아파트 구조엔 제비가 집을 짓기 위한 처마가 없다. 그들에게는 집을 짓기에는 최악의 구조물이 온통 도심을 뒤덮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생태전문가들은 과다한 농약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각종 환경호르몬의 직·간접적인 섭취로 수컷의 정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의 대한민국은 제비가 살 수 없는 자연환경이 됐다는 얘기다.

 

얼마 전 아는 지인이 페이스북에 자신의 주택에 제비가 집을 짓는 것을 이야기해서 정말 오랜만에 놀랍도록 반가웠다. 그래도 우리 곁에 날아온 그 작은 제비의 귀환이 암흑 속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만 만나는 제비여서는 안된다. 여름이면 여기 저기서 제비의 물음 소리가 가득해야한다. 개인적으로 전주의 깃대종으로 제비를 선정했으면 한다. 지역의 자연생태 건강성을 나타낼 수 있는 대표적 생물을 ‘생태 깃대 지표 종(줄여서 깃대종)’이라 하는데, 깃대종 선정 기준으로는 ‘친숙도와 (사람들에게)알려진 정도’, ‘관찰빈도’, ‘환경개선과의 연관성’, ‘지표로 활용하기 위한 계수가능성’ 등으로 평가한다.

 

제비가 살기 좋은 지역이라면 기본적으로 사람에게도 좋은 환경이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뭐든 한번씩 더 생각하자. 쓰레기, 제초제, 살충제, 환한 불빛, 에어컨, 자동차, 아파트, 도로,... 인간을 위한다는 것은 뭐든 한 번씩 더 생각하자.

 

전주천에는 수달, 삼천에 반딧불이 그리고 여름 철새 제비가 가득한 전주, 상상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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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완산여고 교장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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