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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코로나19, 인간을 향한 자연의 경고음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제8탄

박정희( icomn@icomn.net) 2020.03.19 11:31

코로나바이러스, 그들은 무엇인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포가 2020년을 꽁꽁 얼려버렸다. 살면서 이렇게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 메르스를 겪었지만 이런 위기는 처음이다.

 

현재 전 세계를 벌벌 떨게 만든 주범인 ‘코로나 바이러스(Corona Virus)’는 1937년, 호흡기 질환을 앓던 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corona’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이다. 바이러스의 모양이 외피 주변에 돌기들이 돌출돼 있어, 왕관을 닮았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들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도 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결국 사스나 메르스와 뿌리가 같은 사촌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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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는 87%, 사스와는 79%, 메르스와는 52.5%가 같았다. 이 수치는 박쥐에서 전염됐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실제 감염원은 누구도 모른다. 중국 우한에는 뱀, 박쥐, 쥐, 사향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을 식품으로 판매하는 화난 수산물 시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단순한 정의를 내리자면, 다른 개체의 세포 안에서만 복제 가능한 작은 감염성의 물질이다. 자신만의 유전 물질을 가지고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하기 때문에 생명체의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자신만의 대사 체계가 없어서 숙주의 단백질을 도용하여 필요한 부품을 생산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생명의 기본 단위라고 받아들여지는 ‘세포’와 같은 구조가 아니고, 숙주 밖에서는 생명 활동이 없는 그저 핵산과 단백질 덩어리일 뿐이다.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작은 ‘바이러스’. 이들의 크기는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nm, 1nm은 1mm의 1백만 분의 1)다. 전자현미경으로 겨우 보일 만큼 작은 데다, 단백질과 핵산으로 이뤄진 단순한 구조를 지닌 이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이라고 스스로 우쭐해 하는 우리 인간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바이러스의 실체다.

단순한 구조, 생명의 경계에 있는 그들이지만 천연두, SARS, AIDS 등 소수에 불과한 병원성 바이러스들이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알아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DNA로 이뤄진 인간의 게놈 가운데 최대 10%는 원래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것이다. 옛날 옛적 인간의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아예 우리의 유전자 안에 끼어 들어와 자리잡게 됐고, 그 유전자가 대대손손 물려지고 있는 것이다.

 

80억 인구 증가와 기후위기, 바이러스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전염되던 바이러스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은, 인구가 증가하고 교통이 발달해 사람들의 생활권과 물자 공급 권역이 확대되면서부터다.

바이러스는 사람 손에서 손으로, 인간의 활동하는 모든 물건과 물자들과 함께 세계 곳곳으로 퍼져갔고, 적응하기 힘든 환경을 만날 때마다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그리하여 마침내 인간의 면역체계나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로의 대변이(shift)가 일어나기에 이르렀다. 이들 변종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로 옮겨 다니며 치명적인 병증이나 죽음을 유발했고, 급기야 전염병이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는 현상인 ‘판데믹(pandemic)’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작년 겨울 기후이상과 호주 산불이 뭔가 모르게 찜찜함으로 연결된다. 전례없이 따뜻했던 겨울과 상상만해도 끔찍했던 호주 산불이 금번 코로나바이러스와 무관해 보이지 않고,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하게 만든다.

 

기억하기도 싫은 지난해 9월부터 올 2월까지 호주 전역을 휩쓴 최악의 산불 사태로 30여 명의 인명피해와 2천 가옥 이상이 손실되어 올초 호주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었고, 수많은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호주는 캥거루, 코알라. 왈라비 같이 태반이 없거나 불완전하고 암컷 배 부분에 육아낭을 갖는 유대류와, 오리너구리와 같이 알을 낳은 포유류인 단공류와 같이 매우 독특한 동물들이 사는 대륙이다. 그런 야생동물의 낙원은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에 의해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지구 종말 영화를 연상시키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뉴스를 통해 보인 장면 중에 나에겐 계속 잊히지 않고 머리를 맴도는 사진 몇 장이 있다.

그중 하나는 산불을 대피하던 한 중년 여성이 검게 탄 나무를 움켜쥐고 어찌할 줄 모르던 코알라 한 마리를 본인 웃옷으로 감싸 떼어내 구조하고 나서 물을 주자 코알라는 생수병을 잡고 허겁지겁 물을 마시며 여인은 코알라 몸에 물을 뿌리는 순간이 찍힌 사진이 그것이다. 산불피해가 가장 극심한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는 코알라의 서식지인 유칼립투스 숲의 80%가 전소되었다고 한다. 코알라와 유칼립투스의 피해가 큰 이유는 이 나무에는 기름 성분이 많아 불은 더 잘 붙고, 코알라는 느리고 하루 대부분을 나무에 붙어서 잠을 자는 동물이라 화재에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사진은 도로가로 대피하려던 어린 캥거루가 철망에서 걸려 검게 타죽은 장면이다. 너무 가슴이 저렸다. 육상의 동물들만 죽은 것이 아니다. 수많은 앵무새 같은 조류나 파충류도 이리저리 불을 피해 다니다가 결국은 연기에 질색 또는 화상으로 죽었다.

 

호주 자연에서 산불은 늘 있는 자연현상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그 빈도는 증가하고 있고, 과학자나 기상학자들은 기후변화가 악화에 의한 더 큰 산불을 경고해 왔다. 경고는 현실이 되었고 이번 화재는 달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장기적이고 기록적인 가뭄, 고온, 강풍에 말라버린 덤불이 산불을 진압할 수 없는 대재앙으로 키웠다.

 

호주 남동부는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 있었고, 작년 11월에는 호주 본토 어디에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12월 기온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피해 지역 중 많은 곳이 40℃ 중반을, 최고는 48.9℃를 기록하였다. 사람 체온보다 무려 10도가 넘으니 사람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이다.

 

호주의 기록적인 가뭄과 고온의 이유는?

인도양 동쪽과 서쪽의 해수면 온도차가 심하게 차이가 나면서 인도양 동쪽은 가뭄과 폭염이, 서쪽은 폭우와 홍수를 발생시키는 다이폴(Dipole)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60년 만에 가장 심각해졌다고 한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은 발화하기 쉬운 상황을 만들었고 이어지는 대규모 화재로 뜨거운 열과 건조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 화염 토네이도(firenado)현상과 산불적란운((pyrocumulonimbus: 화재를 유발하는 일종의 뇌우. 과열된 상승기류를 통해 하늘로 올라간 재와 연기, 연소물질 등을 통해 촉발되며 비는 뿌리지 않으면서 번개를 쳐 산불을 다시 발생시키는 역할을 함)이 생성된다. 이는 서로 산불을 키워가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호주 산불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번 산불로 온실가스인 CO2배출은 최소 4억톤 가량이었고 (한해 호주 배출량 약 3억4000만톤), 지난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되는 양이다.

 

이상한 자연 현상은 호주만 겪은 것이 아니다. 올겨울 우리나라에는 눈 대신 비가 많이 내렸다. 마치 봄인 양 착각할 정도이다. 제주도는 1월7일에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23.6도를 기록하였다. 내가 학생 때 배웠던 삼한사온은 이젠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추위가 사라지고 북유럽 핀란드에서는 숲이 여름 같은 모습과 눈에 고장 삿포로도 눈이 없고 러시아에서는 동면한 곰이 깨어났다고 한다. 겨울왕국 노르웨이에서는 2020년 1월 최고기온이 예년보다 25도 높은 19도를 기록했다. 남극의 펜귄들은 얼음이 녹아내린 곳에서 진흙범벅이 되어 버렸다.

 

지구환경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건강도 지키는 것

우리는 홀로세(Holocene)라는 지질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화석연료 사용과 CO2배출로 지구온난화 및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물권의 변화와 지구 시스템이 급변하고 있어 인류세(Anthropocene)라고도 한다. 문명의 발달이 지구에 기후변화의 흔적을 남기면서 초래된 다양한 재난은 인간에게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고, 과학자는 수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호주 산불에서 보듯이 특정 임계점을 넘을 때 그 위험은 우리가 무엇인가 해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물며 지구 시스템의 다양한 요소들이 동시에 임계점에 도달하면 지구에 터를 잡고 사는 인간들은 버티기는 힘들다.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지구의 기온상승 임계점 1.5℃를 지켜내 우리의 미래 세대에 살만한 지구환경을 넘길 것인지 이대로 되돌릴 수 없는 가열된 지구(Hothouse Earth)를 넘길 것인지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이대로는 지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데 모든 힘을 다 해야 한다. 과감하게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지금 행동해야 한다.

 

CCPI(Climate Change Performace Index, Results) 보고서(2019)2)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수준은 조사한 58개국에서 최악의 국가는 미국(61위), 한국(58위), 호주(56위) 순이다.

 

환경과 기후의 변화는 동물의 생활방식과 거주 장소, 생태계 먹이 사슬을 변화시킴으로써 그들의 서식지를 제거하거나 변화시켰다. 인간의 삶 역시 변화해왔다. 50년전 전세계 35%의 인구가 도시에 살았지만, 오늘날 그 비율이 55%에까지 이른다.

 

도시의 확장은 결국 원하지 않게 인간과 야생동물 아니 ‘인간과 야생동물에 있던 바이러스’를 만나게 만든다.

 

자연을 그저 개발의 원천으로 보는 오만방자한 인간들은 그동안 인간사회의 발전과 발달은 모든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20년 우리는 경험했다. 도시화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더욱 혼란에 빠뜨리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한다는 것을.

 

그러니, 단순히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정도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지 말자. 더한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나지 않으려면 우리의 욕심과 자만을 거두고 자연이 내는 경고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삶의 근본을 되돌아 봐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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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완산여고 교장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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