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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효순이 미선이와 나.. 그리고 일상

편집팀( svmanz@hanmail.net) 2002.10.27 17:12

아이를 업고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작은 바램을 빌었다.
몇 안되는 식구이지만 한 자리에 모여 소박한 한가위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무실 책상위에 한겨레 21이 눈에 띄었다.

한겨레 21를 뒤적 뒤적하다가 보니까 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으로 평범한 아줌마에서 미군부대 앞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눈빛이 간절한 한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그 어머니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미선이 효순이의 죽음앞에 무엇 때문에 시키지도 않는 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걸까?
계기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6월 월드컵이 한창일때 경기도 양주의 작은 마을 길가에서 "엄마"라고 소리한번 제대로 질러보지도 못 하고 미장갑차에 깔려 비참하고도 억울한 죽음을 당한 "우리의 딸" 효순이와 미선이에 대한 가슴저림,미국과 현정부에 대한 분노,억울함 그리고 안타까운 현실이 어머니로 하여금 1인 시위를 계속하게 만들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어떻게 먼저 이야기를 시작 해야 할까...
마음속에는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어느새 분노와 욕이란 놈이 튀어나오고 입에서는 씩씩거리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파주가 고향인 나는 미군부대 옆에서 미군들의 탱크와 장갑차를 늘 보면서 자랐다.
운이 좋아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운이 조금만 나빴다면 나라고 무사할리 없었음을 알고 있다. 미군 범죄의 심각성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번 효순이와 미선이의 죽음 앞에서는 분노에 앞서 부끄러운 마음이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서명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하질 못 하였고 집회에도 한 번 가 보질 못 했던것이다. 미국놈들에 대한 나의 분노는 오래전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이렇게 속이 상한적이 또 한 번 있었다.
92년 이번 사건이 일어난 옆동네인 동두천에서 일하는 윤금이양의 살인사건이었다.
케네스 마클 이병이라는 놈(?)이 윤금이양의 생식기에 우산과 콜라병을 집어넣고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윤금이양의 주검 또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죽음이었는 데... 채 잊혀지기도 전에 우리의 딸들인 효순이 미선이(조양중 2학년)의 골이 터지고 다리가 터지고 몸이 눌려 알아볼 수 없는 모습의 주검이 또 우리의 가슴에 새겨 져야만 하는 것인지.

왜 이런 끔찍하고도 가슴이 아프다 못해 찢어지는 일이 계속해서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효순이 와 미선이의 부모님들은 힘없이 딸아이의 주검 앞에서 피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것인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 번쯤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미군이 우리나라 땅에 주둔한 반세기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단 한 건도 미군이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왜 그럴까?
미군이 우리나라를 지켜준다는 고마운(?)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땅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무참하게 저질러지는 미군범죄를 넘어선 만행은 어떠한 것도 감당해야 된 단 말인가? 있어서도 안될,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행정협정은 1953년 제정된 주한미군의 법적인 지위를 규정한 것이며,
1991년과 2001년 두 차례 개정이 있긴 했지만, 우리나라에게 매우 불평등하게 되어 있어 그 피해와 고통은 그대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당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군이 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1차 형사재판권이 미국에게 있고, 특별한 경우에는 미국에게 우리 정부가 재판권 포기를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그것도 미국이 거절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은 어떻게 하면 개정할 수 있는가?
우리들이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지금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상태이고, 늘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둔 국가의 "반미여론" 따위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이 바로 우리국민들의 "반미여론"임은 분명하다.
미국이 힘(강대국의 힘)을 내세워 쌀도 개방하라! 무기도 사가라! 범죄는 모른다! 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 하는 것에 대하여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관심을 갖고 할 소리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정말 바쁘다.
집안살림 하랴,아이들 교육 하랴,직장 다니랴... 그 밖에 신경써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다면 우리는 물론이고 우리의 후손들도 미군범죄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아직도 미국이라는 국가가 우리의 우방인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글 : 조명선
조명선님은 광명만남의 집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있으며, 세살된 아들과 함게 단란한 가정을 일구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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