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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03년, 노동자들이 기다리는 것

평화와인권( 1) 2003.01.12 13:51

2003년이 되었다. 보수진영에 대한 개혁진영과 진보진영의 연합이 승리했다고 혹자가 평론한 바로 그 대선이 끝나고 1달도 채 지나지 않은 년말년시에 두산 중공업의 노조원인 배달호(50)씨가 분신자살하고 말았다.

배달호씨의 시신은 경찰들이 부검을 실시해야한다며 만약 배달호씨의 시신에 손을 대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처리하겠다는 통보를 보내오면서 지금도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이 집회를 하던 민주광장 언저리에 그대로 방치되어있다.

손배, 가압류 - 그 참혹한 결과

2002년 6월 말 현재 집계한 손해배상 가압류 현황이 산하 39개 사업장에서 1천 2백 64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통계에서도 2000년 이후 2002년 10월까지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해 청구된 손해배상 가압류 액수는 무려 1천6백12억 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몇 년전부터 행해졌지만 한 늙은 노동자의 죽음이 있고서야 언론들이 '신종노동탄압'이 증장했다고 말하는 손배 가압류가 한 가장의 분신자살이라는 가장 참혹한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배달호씨는 유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출근을 해도 재미가 없다. 해고자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해지고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말살 악랄한 정책으로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얼마전 징계자들이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하였지만 무슨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 이제 이틀후면 급여 받는날이다 약 6개월이상 급여 받은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 나는 매일같이 고민을 해본다 두산의 노동조합 말살정책 분명히 드러나 있다.

얼마전 구속자 선고재판 어처구니 없이 실형 2년이라니 두산은 사법부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공정해야 할 재판부가 절차를 거쳐 쟁의행위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불법이라니 가진 자의 법이 아닌가.

더러운 세상 악랄한 두산 내가 먼저 평온한 하늘나라에서 지켜볼 것이다 동지들이여 끝가지 투쟁해서 승리해주기 바란다. 불쌍한 해고자들 꼭 복직바란다.
나는 항상 우리 민주광장에서 지켜볼 것이다 내가 없더라도 우리 가족 보살펴주기 바란다. 미안합니다"


왜 노동자가 죽어야하는가?

박용성 두산그룹회장은 정말 지독한 사람이다. 이윤의 화신이고 자본의 악마다. 다물단 교육으로 노동조합운동 박살내는 두산그룹 참 무섭다. 손배 가압류 모질게 때려 결국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

그런 사람을 자본가들이 모인 대한상공회의소는 존경스럽다며 회장을 시켜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악마동맹"인가? 더한 놈들도 있다. 노동부의 국정감사 보고자료에 따르면 98년 이후 4년 9개월 동안 접수된 사용주들이 부당노동행위는 무려 3천334건에 이른다.

이들의 기소율은 3분의 1 수준이고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주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계에 따르면 98년 이후 5년 동안 노동쟁의 등과 관련해 구속된 노동자는 무려 892명으로 이틀에 한 명 꼴로 구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였을까? 공정하게 전체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정부고 국가다. 재판부고 검찰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 하는 짓은 바로 노동자들은 때려잡고 자본가들에게는 헤헤거리는 것이었다.

노동3권! 있으나마나한 제도이다. 돈이 없어 노조를 만들고 권리가 없어 노조활동을 하는데 노조도 못만들고 노조활동도 못하게 하면 뭐하나. 절차를 모두 밟아 쟁의를 해도 불법이란다. 참으로 우스운 법률이다. 법원 자체의 존립의 정당성이 의심스럽다.

노동자를 기다리는 것이 죽음이라면 노동자가 기다리는 것은 희망

자본가들과 모든 국가기구들이 공모하여 이윤과 권력을 위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있을 때 노동자들은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우리의 노동자 배달호씨가 꿈꾸는 세상은 '노동자가 시민으로 대접받는 세상'이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고 자본에 종속된 부품도 아니다. 우리도 인간답게 대접받는 세상에 살고싶다. 손배가압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아이들하고 아내하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그런 세상에서 진정으로 살고싶다.

출근할 재미가 있는 공장이면 얼마나 좋을까? 파업을 안해도 대화가 되고, 파업을 해도 권리가 보장되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그런 사소한 희망을 가져본다.

우리의 동지 배달호 동지의 명복을 빈다. 과제들은 항상 살아있는 자의 몫이다. 희망을 만들겠다.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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