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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북교육청은 진단평가 결과가 학교 담장을 넘지 않게 하라"

[금요일의 참소리] "전북도와 인재육성재단의 비교육적인 학생 모집을 규탄하며"

김영진(전교조 전북지부 군산중등지회장)( jbchamsori@gmail.com) 2017.03.24 15:02

지난 21일 전북 도내 중학교 1, 2,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진단평가가 실시되었다. 5개 교과(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각 22문항, 총 110개 문항을 풀게 하는 시험이었다. 전북교육청에서는 이 시험 응시 여부를 단위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도내 209개 중학교 가운데 202개교가 이 시험을 치르겠다고 신청하였고 그 시험을 이날 보게 된 것이다. 일제고사를 치른 꼴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학생은 접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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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와 전북인재육성재단의 글로벌 체험 해외 연수 장학생 선발 공고문 <사진 제공 - 전교조 군산중등지회>

전라북도(청)와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이 글로벌 체험 해외 연수 장학생을 선발하겠다며 내민 공고에 이 문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재단이 올해 선발하기로 한 장학생 700명 가운데 중학생은 335명이다. 이 공고에 중학교 신입생의 경우 선발 요건으로 “중학생 학력진단평가(2017.3.21. 실시) 평균 점수 60점 이상”을 적시해 놓았고, 그 바로 아래 파란색 고딕 큰 글씨로 저 문구까지 더하여 놓은 것이다.

전라북도(청)와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이 학교에 보낸 <2017년도 글로벌 체험 해외 연수 장학생 선발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에도 이날 보는 진단평가의 결과를 글로벌 해외 체험 학습 장학생 선발 필수 요건으로 명시하였고, 이에 응시할 의사가 있는 학생들이나 (그 학생들의) 학부모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학교들이 이 시험을 일제히 치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가 결과 채점 및 성적 처리는 학교 자율적으로 실시하며, 결과 자료는 교수학습 개선 자료로만 활용하여 주시고”

전북교육청의 이런 의도와는 다르게 오늘 시험이 일제고사가 되고 만 저간의 사정이다. 시험 응시 여부도 선택 사항이었고 성적 처리도 학교 자율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이런 시험의 결과를 전라북도(청)와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은 어떻게 저런 데 써먹겠다는 계획을 세웠을까. 선택 사항을 필수 요건으로 강제하면서 이 시험을 보지 않은 학생은 장학생 선발 프로그램에 접수조차 하지 말라니. 참으로 발칙하지 않은가.

전라북도(청)와 전라북도인재육성재단은 이런 비교육적이고 파렴치한 짓 그만두길 바란다. 이런 짓 당장 그만두고 자체 선발 기준과 자체 선발 기제를 마련하여 해당 업무를 수행하면 될 일이다. 이 시험 결과는 전북교육청이 단위 학교들과 약속한 대로 교수 학습 개선 자료로만 쓰여야 한다. 시험 응시 여부도 학교 선택사항이었으니 이 시험 미응시한 학생이나 학교에게 이로 인한 어떠한 불이익도 가해져서는 안 된다.

전북교육청에 당부한다. 전북교육청은 이 시험 결과가 학교 담장을 넘어가지 않게 하라. 이 시험 결과가 단위 학교에서 교수 학습 개선 자료 외에 달리 쓰이지 않도록 단단히 조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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