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교육부와 교육청은 허무한 칼춤을 멈춰라"

[금요일의 참소리]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

이동백(정읍 왕신여중 교사, 전 전교조 전북지부장)( jbchamsori@gmail.com) 2017.06.30 12:12

<편집자 주 - 지난 6월 26일 전북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북지역 교사 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은 해당 교육지원청과 사학법인에 보냈다. 이동백 교사는 전교조 전북지부 지부장으로 당시 시국선언 등에 함께했다. 참소리는 이동백 교사의 글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3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국회앞에서 전교조 지부장들은 자사고 폐지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갑작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 들 가슴 철렁해 했으나 잠시 후 전원 구조되었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그러나 오후에 다시 들려 온 뉴스에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장 등 선원들은 자기들만 빠져나오기 바빴고, 해경은 구조를 회피했으며 다른 선박 등의 구조를 오히려 가로막았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304명의 실종자들이 배의 벽을 손톱이 패이도록 긁으며 죽어가는 동안 대통령의 행방은 오리무중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악은 분노로 분노는 울분으로 바뀌었다.


수학여행을 가던 제자들과 이 학생들의 곁을 지키던 교사가 함께 수장되었다. 전교조는 이 참사를 두고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하는 교사시국선언을 2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일부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청와대 게시판에 대통령이 책임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차 시국선언문 중에서
세월호 참사는 우발적인 재난이 아닙니다. (중략)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무한 권력자가 아니라 무한 책임자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의지도 능력도 없는 대통령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1차 시국선언에 비하여 2차 시국선언은 박근혜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했고, 그즈음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 부친 처분을 함께 비판했다.

2차 시국선언문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합니다.
참교육 25년, 전교조를 지키겠습니다.
세월호 침몰로 수많은 목숨들이 희생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들은 절망했습니다.

이 두 차례의 시국선언과 6/27 조퇴투쟁, 7/12 전국 교사 대회 주동 등을 빌미삼아 교육부는 전교조 위원장과 지부장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유는 정치적 중립위반과 집단행위 위반에 따른 국가공무원법 위반이었다.

서울 종로경찰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라는 곳에도 처음으로 불려갔다.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을 내세워 위원장 1년 6월 징역형, 지부장들 벌금 400만원을 구형하였다. 판사는 여러 상황을 참작한다고 하면서도 위원장 400만원, 각 지부장 2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우리가 박근혜 퇴진 시국사건 등으로 기나긴 재판을 받는 사이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세간에 터졌다. 세상이 발칵 뒤집힐 사안이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박근혜는 즉시 쫓겨나야할 판이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론의 눈치만 살폈다.
 

광화문 광장에 촛불이 모이기 시작했다. 100만, 200만 촛불은 매 주 광화문 광장과 전국 주요도시 거점들을 가득 메우며 박근혜의 퇴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정치권이 움직였고, 결국 2017년 3월 10일 박근혜는 파면, 구속되었다.

역사의 흐름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박근혜의 퇴진을 처음으로 세상에 외친, 전교조의 2014년 시국선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아직 2심 재판 중에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재판에 대하여 교육부가 당장 소를 취하해도 모자랄 판에,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1심의 벌금형을 이유로 최근 위원장과 지부장들에게 징계를 하라는 공문을 시군 교육청과 사립학교에 내려 보냈다. 재단으로부터 나에게도 징계출석 요구서가 날아왔다.

우리가 물러나라고 외쳤던 당사자는 역사적 심판을 거쳐 지금 감옥에 구속되어 있는데, 그것을 주장했던 우리 교사들 더러 징계를 받으란다. 이런 황당하고 형용모순 되는 경우가 있나?

우리가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박근혜 퇴진을 주장했던 1700만의 촛불도 징계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정말 욕지기가 치민다.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 낸 부정한 권력과 그 추종자들이 모두 감옥에 있는데 그들이 저지른 패악을 누구보다도 먼저 지적하고 소리친 사람들더러 벌을 받으라니~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는 1700만 촛불혁명에 대한 모독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역사에 오욕으로 기록될 허무한 칼춤을 멈추어라.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무죄이다.
 

그대들은 우리를 벌할 수 없다.
그대들이 아무리 우리에게 징계를 준다한들 우리는 징계되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의 명(命)이고, 우리는 역사의 명을 따를 뿐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