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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성껏 살기

김현규( icomn@icomn.net) 2021.01.04 01:20

이번 글이 참소리 지면으로 만나는 마지막 글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제게 지면을 허락해 주신 참소리 관계자분들과 서툰 글인데도 기꺼워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로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떻게 사는지 최대한 보여드리고자 했으나 제 능력이 부족하여 그러지 못한 점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기간제 교사로서 느낀 점을 전달할 기회가 없었던 점이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그렇더라도 정성껏 쓰려고 했습니다. 

  참소리에 글을 쓰는 동안 훌륭하신 선생님들과 함께 두 권의 책을 공저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교육분야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참소리 지면을 빌어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책에 담아 두었습니다. 실천교육교사모임과 그곳에서 만든 책에 관심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성에 대해 학생과 나눈 짧은 이야기로 아쉽고 감사한 마음을 대신하려 합니다. 코로나에 휩쓸린 우리의 일상이, 특히 학생들의 일상이 머지않아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하느님과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이 세상이 희년의 정신처럼 제 자리로 돌아가 다시금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사로서, 민주 시민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정성껏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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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반드시 꼭 해야하는 건 별로 없어. 꼭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사람을 괴롭히거든. 유연할수록 생명에 가깝고 경직될수록 죽음에 가깝다는 말 들어 봤어? 어, 못 들어 봤구나. 선생님이 방금 만든 말이라 그래.

- 그럼 대충대충해도 돼요? 전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살건데요.

  그럼. 대충대충해도 되지. 대충대충 살면 대충대충 산 인생이 되겠고 대충대충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 되겠지만 뭐 어때. 니 인생인데. 아니, 생각을 좀 해 봐라. 니가 니 인생을 대충대충 사는데 너를 정성껏 대해 줄 사람이 있겠냐?

- 전 쉬운 사람 아닌데요.

  반드시 꼭 해야 하는 건 별로 없지만 정성껏 해야 하는 건 생각보다 많어. 정성껏 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오기 때문이 아니라 정성껏 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야. 

- 성장을 꼭 해야 돼요?

  다섯 살 때는 다섯 살만큼 해도 괜찮은데 열일곱 살 때에도 다섯 살만큼 하면 온갖 비난과 무시와 소외를 견뎌야 돼. 그거는 엄청 속상하고 힘들거든.

- 모르겠어요.

  그게 뭐든지 처음부터 알았던 사람은 없고 얼마를 살았든지 인생 모르는 건 다 마찬가지야. 다들 잘 몰라. 나도 잘 모르고. 그래도 어른들은 뭔가 열심히 정성껏 했던 경험들이 조금씩은 다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또 정성껏 살지. 정성껏 하다보면 망한 경험에서도 배울 게 있고 정성껏 하다보면 내가 정성스러운 사람이 돼. 부모는 자식을 정성껏 돌보고, 일하는 사람은 일을 정성껏 하겠지? 훌륭하게 사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야. 정성껏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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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규 : 오늘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지고 볶으며 가르치고 또 배우며 사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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