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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베와 극우에게 빼앗긴 MBC를 찾아와야 할 때"

[금요일의 참소리]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차원(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전주지부장)( jbchamsori@gmail.com) 2017.03.17 13:07

90년대 MBC는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뉴스 시청률은 30%를 넘어 경쟁 매체를 멀찌감치 따돌렸고 예능과 드라마 역시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지금 MBC는 뉴스 시청률이나 영향력에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원칙대로 뉴스 보도를 하는데도 경쟁매체들이 워낙 분발해서 상황이 역전된 게 아니라 스스로 제대로 된 보도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빚어진 결과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MBC는 시청자들이 원하고 지극히 상식적인 보도원칙을 따르지 않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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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중에서

MBC의 이런 추락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BC 사장 선임권을 쥐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는 김재철씨를 사장에 선임한다.  그리고 당시 김우룡 이사장은 김재철씨의 사장 선임이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실토했다. 그러면서 MBC내 인적 물갈이를 시작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즉, 그때부터 청와대가 MBC를 자기들의 매체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 MBC는 핵심 취재, 제작인력 200여명이 제자리를 떠나 무관한 일에 강제 배치됐다. 무더기 징계와 해고도 끊이질 않고 있으며, 게다가 이들을 대신할 인력을 사내에서 구하는 게 아니라 철저한 사상검증을 거친 뒤 뽑은 경력직들로 대체했다.

그렇다면 왜 MBC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른 방송사들도 많은데 유독 MBC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궁금해진다. MBC 주식의 70%를 갖고 있는 방문진의 이사는 모두 9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은 대통령과 여당 추천 몫이다. 즉 과반이 친여 성향 인사로 채워진다. (이점은 KBS도 유사하다. 이사 11인 가운데 7명이 사실상 여당 추천이다) 그렇다보니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조와 성향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닌다. 그런데 유독 공영방송 MBC가 파탄난 것은 이명박, 박근혜 시기 선임된 김재철, 안광한 사장이 오로지 청와대의 뜻에 따라 철저하게 부역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같은 시기 KBS 사장은 부역의 길을 걸으면서도 내부 구성원들을 모멸차게 대량 징계하거나 해직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후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하지만 MBC의 사장과 임원들은 오로지 이명박, 박근혜의 의중만을 살피며 눈에 들기 위해 후배와 동료를 철저히 배신하고 나락으로 밀어내는 것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MBC 소유구조가 언급될 수도 있다. MBC 주식 30%는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다. 알다시피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쿠데타 직후 강압적으로 헌납받은 부일장학회를 개명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고 주로 박정희, 박근혜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이사를 맡아왔다는 점은 MBC가 KBS에 비해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드러낸다.

MBC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쉽게 제자리를 찾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 방문진 이사 임기가 내년 8월까지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인위적으로 사장을 바꿀 수 없다. 유일한 대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일명 언론장악 방지법 개정안의 통과이다. 언론장악방지법 가운데 MBC와 밀접한 방문진법 개정안은 이사 수를 9인에서 13인으로 늘리고 여야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 추천 구성을 7대 6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특정 정치세력 입맛에 맞는 인물을 사장에 앉히는 것을 막기 위해 사장 선임의 경우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찬성을 얻도록 하고 있다. 최소한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이 MBC 사장에 선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방문진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결사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 9명, 야당 15명으로 구성됐지만 상임위원장은 자유 한국당 신상진 의원이 맡고 있다.

MBC 안팎에서는 극우세력들이 MBC를 자신들의 최후의 보루로 삼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와 공세를 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권을 뺏기더라도 MBC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취재현장에서 비아냥거림과 조롱을 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인터뷰 거부 사례도 빈번하다. 시민들의 저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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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MBC노조가 파업 복귀를 결정하면서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하지만 극우세력이 MBC를 장악하도록 놔두면 그로인한 피해는 우리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우리사회 퇴행을 방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일베 성향의 매체로 진행하는 MBC를 바로잡지 않으면 일베들에게 지상파 방송국 하나를 내주는 것과 같다. MBC 구성원이 안쓰러워서, 예쁜 구석이 많아서가 아니라 국민의, 사회의 자산인 지상파이자 공영방송이기에 MBC를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는 MBC 구성원들의 치열하고 끈질긴 투쟁을 전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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