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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당신이 세상 전부인 나이든 개

박정희( icomn@icomn.net) 2021.02.15 08:31

코로나로 이전과는 다른 설날을 보냈다. 가족이 모이지 않으니 설날 아침은 다른 평일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아침식사로 열었다. 조금은 서운했으나 한편으로는 솔직히 편안하기도 하였다. 2021년 설날 아침, 나를 위한 것은 심플했으나 동물 가족을 위한 일은 어느 해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올해로 나의 첫 강아지 루나는 13살이다.

2020년5월_루나.jpg

강아지의 시간은 인간과 다르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강아지의 나이를 사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많이들 사람의 1년은 개에게는 7년이라고 알고 있다. 크게 틀리지는 않으나 개의 품종이나 크기에 따라 조금 다르다.

 

반려견 나이 계산

 

강아지는 사람보다 빠르게 나이를 먹기 때문에 태어나서 1년이 되면 다 자란다. 강아지가 태어나서 1년은 사람으로 치면 사춘기까지의 시간이다. 따라서 강아지들이 1년을 어떤 사람과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개들 간에 사회성이 좋고 사람이나 다른 동물도 좋아하는 개가 되기도 하고, 사람에게 곁을 안주고 심지어는 공격성을 나타내는 사나운 개가 되기도 한다. 2년이 지나면 강아지들은 사람나이로 24세 청년이다. 강아지 3살부터는 소형견의 경우 1년당 4살, 중형견의 경우 1년당 5살, 중대형견의 경우 1년당 6살, 대형견의 경우 1년당 7살 정도로 계산하면 된다.

물론 반려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신의 개를 키워왔는지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루나는 보더콜리(양몰이견) 종이라 중대형견이다. 2009년 2월생이니 만12살이다. 사람나이로 계산하니 84세. 2년 전부터 루나는 당뇨와 백내장이 나타났고 작년 11월부터는 앞을 잘 보지 못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2번 당뇨주사와 식이조절을 하고 있지만 올 1월부터는 앞을 거의 못 본다. 나이와 당뇨 때문에 백내장 수술이 위험할 수 있지만 다음 주에 두 눈 중 컨디션이 좋은 눈을 수술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루나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이다. 수술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

 

가까이 온 이별,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13년을 같이한 강아지의 갑작스런 노쇠에 무척 당혹스럽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이별이 가까울 수 있다는 자각에 솔직히 겁이 난다. 산책을 시키다보면 루나의 나이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13살 이라고 하면 ‘와 나이가 많네, 오래 살았네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그러나 나에겐 13년은 아직 이별 준비가 되지 않는 시간이기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싫다.

 

내가 싫어해도 아무리 피하려 해도 루나와 이별의 순간은 올 것이다. 어떻게 이별을 해야하나 늙어서 약해진 루나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루나에게 많은 행복과 즐거움을 받았기에 그 고마움을, 사랑하는 마음을 제대로 전하는 이별을 준비하고 싶다. 머릿속으로는 이것저것 생각해보지만 자신 없다. 이별의 순간에 난 무너져버릴지도 모른다. 그저 마음속으로 바라고 기도할 뿐이다. ‘루나야 많이 아프지 말고 편히 가렴’

 

평생을 함께 있어주는 반려인은 고작 12%

 

우리나라에서 반려인과 평생을 같이하는 강아지들은 대략 12% 뿐이다. 나머지 88%는 주인으로부터 버림받는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유실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 대부분 늙고 아프거나, 더 이상 작고 귀엽지 않기 시작하면 유기한다. 우리사회 대부분 반려인들의 민낯이다. 말로만 가족이지 사람들의 삶에서 그들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싫증나면 버려도 되는 물건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동물권 활동을 하다보면 가끔 내게 자신의 개를 다른 집에 입양보낼 방법을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분노하며 소리친다. ‘당신 머리에다 이고라도 키우세요. 당신에게 당신 개는 남을 줘도 되는 물건일지 몰라도, 그 개에게 당신은 세상 전부예요. 알고나 있나요? 세상 전부라고요.’

2021년2월_루나.jpg

 

 

더 인간적인 우리가 되기를

 

1년 넘는 코로나 상황은 우리들에게 매우 고통스런 시간을 만들고 있다. 그 상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런 상황에 놓인 생명들이 있다. 2020년 유기동물수는 증가했다. 코로나 상황과 무관하지 않는다.

어렵고 고통스런 상황에 우리는 더 공감하고, 더 따스함을 나누고, 온정을 베풀고, 더 생명의 소중하게 마주해야한다.

 

세상의 전부인 인간으로부터 버림받는 늙은 개가 없기를 바라기에 우리는 더 인간적이 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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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완산여고 교장

동물권활동가

강아지 7, 고양이 8, 딸1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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