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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국시] 겨울왕국, 끝 - 끝내 우리는 혁명을

김정훈(전교조 전 위원장)( jbchamsori@gmail.com) 2016.11.21 17:30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지들끼리 알았던 겨울왕국의 추악한 몰골 앞에서
왜 내가 부끄러운 것인가
왜 노동자 농민 빈민 이 땅의 민중이 부끄러워야 하는 것인가
국민이어서 참담해야 하는가
 
얼음공주의 유신 왕정복고를 명한
하나도 준엄하지 않은 제사장의 썬그라스를 보면서
그 부역자들을 보면서
명박산성 거쳐 근혜차벽에 통곡의 바다를 만든
우리가 왜 참혹해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참담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참혹한 것은
세월호의 넋이 백남기의 넋이 차마 떠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숨줄을 걸고 살아야 하는 이 땅 사람들의 신음이 진동하기 때문이다.
 
피 흘리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겨눈
여왕의 입이 총구다, 부역 언론의 입이 총구다
정치 검찰과 사법부가 총구다, 재벌의 아가리가 총구다
여왕의 제사장과 총리대신과 각료들의 주둥아리가 총구다
국민을 향해 총질한 자들을 어쩌지 못한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
 
그러나 보라! 사람들이 왔다.
10월, 부풀어 오르던 혁명은 시작되었고 그 새벽이 밝았다
타오르는 가을을 온 몸에 걸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노랗고 빠알간 잎새들이 불꽃으로 일렁이며
들녘을 채우고 숲으로 번지는 불길이여, 아름다워라 외침이여
 
우리는 결코 너의 백성인 적이 없다
헌법은 민중의 가슴 속에 있는 것
너는 민중의 가슴을 찢는 것도 모자라
활자로 박아놓은 헌법조차 유린했다
너는 여왕이 아니다, 너는 또한 대통령도 아니다
 
백만의 함성이다 천만의 불길이다 오천만의 명령이다
너희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
부일매국 독재의 망령과 부역자들은
그 씻을 수 없는 죄과에 대해 참회하라
너희가 진실로 참회한다면 법의 심판만은 받게 해주리라
 
헌법을 유린한 근혜차벽은 철옹성이 아니다
겨울이 왔다하여 겨울왕국이 아니다
귀태 역사교과서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며
터져나오는 분노의 활화산은 천지 사방을 불길로 덮을 것이다
너희의 총구를 녹이고 뜨거운 숨들이 새세상을 열 것이다
 
가을을 건너 겨울 속으로 간다
억새꽃 부벼대며 으악 으악 내지르며
겨울 혁명의 광장으로 간다
우리가 벼려온 죽창은 미완의 혁명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욕의 역사를 잘라내고 민주공화국부터 세우기 위함이다
 
끝났다. 겨울왕국은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이재용 안광한 황교안 이준식 한민구 윤병세 이정현
불러낼 이름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끝났다. 너희들은
박근혜는 아무 것도 하지마라
우리가 끌어내릴 때까지
 
간다
걸어서 버스도 타고 지하철 타고 철길도 걸어서 비행기도 타고 배도 타고
학생이 아줌마가 노인이 노동자가 자영업자가 빈민이
노인이 농민이 숨어 있던 청년들이 몰려나와 차벽을 넘어서 간다
나라를 바꾸고 우리들의 나라를 세울 때까지, 간다
 
겨울을 건너간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의 혁명이다  
눈은 내려 쌓일지라도 동학혁명 농민군의 짚신이 되어
눈은 내려 쌓일지라도 4.19혁명 국민학생의 목숨이 되어
눈은 내려 쌓일지라고 5.18민중항쟁의 꿈길이 되어 
 
겨울을 건너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
눈 밟고 오는 혁명의 소리를 우리는 만들고 있다
한 몸 한 몸 혁명의 깃발이 되어
 
우리는 와하고 웃어야 한다
우리는 혁명을! 아름다운 혁명을!
 
<편집자 주 - 김정훈 전교조 전 위원장은 현재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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