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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밀은 위험하다", 화학물질 알권리 필요한 이유

[평화와인권연대 소식지 칼럼] 주민이 나서야 지역이 안전하다

현재순(일과 건강 기획국장)( jbchamsori@gmail.com) 2016.11.28 09:34

점점 증가하는 화학물질사고


2012년 9월 27일은 노동자 5명 사망, 소방관 18명 부상, 주민 1만 2천명 병원검진, 212헥타르의 농작물 고사, 가축 4천여 마리 폐사, 주민보상액만도 380억원에 달했던 우리나라 화학물질사고 역사상 전무후무한 참사로 기록된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났던 날이다. 이 엄청난 피해는 사고사업장과 불산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 관계기관과 불산과 같은 사고대비물질에 대한 대응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일어났다.


당시 공중파 3사를 비롯한 언론을 통해 이슈화된 화학물질관리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2013년 1월에 터진 삼성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는 사고지역인 경기도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화학물질관리 지방조례’가 통과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같은 해인 2013년 상반기에는 사고발생 사업장에 매출액 5%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수십 년간 개정안 내용을 준비한 전문가는 ‘내가 죽을 때까지 만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평가를 할 정도였다. 이처럼 여론에 밀려 급히 통과된 개정안은 당연히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구미불산 누출사고 4년이 지난 지금, 화학물질사고는 안타깝게도 계속 증가추세다. 2013년 한해에만 총 87건이 발생하여 예년 평균 12건에 비해 7배 이상 급증한 이래, 2014년 103건, 2015년 115건의 사고가 전국 도처에서 발생했다. 정부는 2013년 한해에만 주요사고가 터질 때마다 중대재해 및 화학사고 예방대책 등을 수차례에 내놓았지만 임시방편이다.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은 준비부족으로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지역사회알권리 보장을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했다.


구미불산 누출사고 이후 시민사회단체는 1년간의 조사사업과 정책개발 워크샵을 통해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 2014년 3월, 27개 시민사회단체로 발족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 감시네트워크(이하 감시네트워크)’를 발족, 지난 3년간 지역주민 알권리와 참여가 보장된 지역통합적 관리대응체계인 ‘화학물질관리 및 지역사회알권리법(이하 알권리법) 제정운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족하게나마 주민의 참여와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지자체장의 의무를 규정하는 조항이 추가된 개정안이 올해 19대 국회 마지막날 어렵게 통과되었다.


화학물질, 지역사회 알권리가 중요한 이유


전 세계 화학물질사고예방은 주민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의회가 1986년 제정한 ‘응급계획과 지역사회 알권리법’이나 캘리포니아의 주민발의 65호, 캐나다 토론토의 지역사회알권리 조례안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주민이 화학물질정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어느 정도 지역사회에 참여하느냐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대로 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고 공개된 물질도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사고시 대응체계도 체계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때문에 사고는 반복되는 것이다.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국사례처럼 법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알권리법의 주요내용은 우리주변 인근 공장에서 지역사회로 배출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주민들이 알고, 주민이 참여하고 동의하는 화학물질 관리 및 비상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이와 관련된 제반 정보가 주민들에게 단순히 통보되는 것이 아닌 지역별위원회라는 체계를 통해 소통되고 관리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현행제도는 화학물질 관리계획수립을 중앙환경부에서만 세우게 되어있는데 이 권한을 지자체에 줘서 도나 시차원의 주민대표를 포함한 민관이 참여하는 화학물질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이 위원회에서 제대로된 화학물질 정보공개와 사고시 비상대응계획을 수립, 시행하자는 것이다.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에는 제7조 2에 “화학물질의 관리에 관한 조례의 제정”이 신설됨으로써 지자체장의 주민의 알권리보장을 위한 각종 의무사항을 규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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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네트워크는 1년간 알권리법 제정운동과 더불어 화학물질관리법을 상위법으로 하는 지자체별 화학물질 지역사회알권리조례 제정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15년 인천시(5월)를 시작으로 2016년 영주시(10월) 조례까지 광역 6곳, 기초 7곳으로 전체 13개 지자체가 제정하였고 울산, 파주, 안산, 시시 등이 추진 중이다.


주민이 나서야 기업이 바뀌고 지역이 안전하다


전북은 지난해 군산OCI 가스누출사고를 계기로 10월에 전라북도와 군산시 조례가 통과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례제정지역이 그러하듯 아직까지 조례운영의 기본인 시행규칙을 포함한 화학물질관리위원회 위원선정을 위한 실무회의도 진행되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화학물질사고예방과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참여이다. 정부나 기업만의 주도로는 화학물질로부터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전국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지역단체로 전주, 익산, 군산지역의 화학물질 감시활동을 책임질 “전북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안전사회를 위한 모임(전북안전모)”이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있다. 제대로된 조례운영을 위한 민간단체가 할 일을 수행하고 항시적인 사업장 모니터링, 환경부가 공개하는 각종 화학물질정보를 주민들에게 손쉽게 알리기 위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칼럼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소식지 '평화와 인권'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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