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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북의 한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강사 K님에게 보내는 편지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3.8 세계 여성의 날 논평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jbchamsori@gmail.com) 2017.03.08 14:51

꽃샘추위가 가는 겨울 아쉬어 하는군요. 길가에 녹지 않고 쌓인 눈을 보며 오늘 3.8여성대회를 생각합니다. 매년 이맘 때 3월8일에는 세계여성의 날이라고 해서 행사가 전국에서 열리지요.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이번 3.8여성대회와 관련해서 어떤 내용으로 시민들과 만날까 고민해봤습니다. 비정규직과 여성을 고민하면서 떠오르는 건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강사 선생님들이더군요. 2년 전에 센터를 방문하셨죠. 그리고 많이 억울해 하셨죠.


15시간 미만으로 계약을 해서 4대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고,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근로계약서를 학교에서 들이 밀면서 15시간 미만으로 계약하라고 했다고 하셨죠. 교육청에서 공문이 와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억지로 하루 3시간 꿰어 맞춰서 계약서를 만들고 초단시간노동자이니 연차도 없고, 퇴직금도 없으니... 하지만 하루 3시간으로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어렵다고 선생님들은 말씀하셨죠. 말도 안된다고....


초등학생들 돌보는게 오후 2시부터 정확하게 시작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후5시 되면 바로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학부모는 밤늦게 자녀 안부를 묻기도 하는데...


근무시간 앞뒤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 모두 무시하고 억지로 하루 3시간 꿰어 맞춰서 계약서를 만들고 초단시간노동자이니 연차도 없고, 퇴직금도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학교에서 하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죠.

 

많이 화나고 답답했습니다.


정부에서 취업률이니 고용율이니 높인다고 주로 여성들을 상대로 초단시간이나 단시간 직장을 만들어 놓고, 급여는 줄이고 권리는 없애는 질 나쁜 직장만 만들어냈습니다. 


저소득층이나 자녀학비가 많이 들어가는 가정에 여성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초단시간노동을 한다고 합니다. 2015년 기준 40만명의 여성이 초단시간으로 일한다고 하네요. 40대 여성 기준 평균 급여는 40만 원 정도입니다.


젊은 여성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일단 생계비를 벌기 위해 초단시간으로 일하며 공부한다고 하네요. 모두들 안정된 직장은 아니고 말합니다. 생계비를 마련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자발적인 초단시간노동자는 전체 초단시간 근무여성 중 절반 정도입니다. 국가인권위가 2016년 조사한 내용입니다.

 

더 큰 문제는 초단시간노동이 정말로 15시만 미만을 하면 되는 그런 직업이냐면 그렇지 않다는 거죠


억지로 계약서에 맞추기 위해 10분단위로 계약을 하고 30분단위로 계약을 합니다. 2시10분부터 일해서 5시에 일을 끝내라는데 실제 직장에서 그렇게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당시 발표장에 오신 학부모님들도 그동안 몰라서 미안했다고 죄송하다고 하셨죠. 센터에서는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강사님들과 함께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발표를 했습니다. 당시 발표장에 오신 학부모님들도 그동안 몰라서 미안했다고 죄송하다고 하셨죠.


벌써 2년 전 일입니다. 그동안 전북지역 초등학교 돌봄강사선생님들은 실태조사 당시보다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였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위탁으로 바뀌어서 불안한 비정규직의 처지인데 여기에 근무시간을 늘었고 시간당 급여는 줄어서 계속 일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하셨죠.


상담을 오셨던 분 중  한분은 그만두셨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몇 년을 외로이 힘겹게 싸워 오신 분에게 큰 힘이 못되어 죄송했습니다.

 

오늘 3.8 여성대회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초단시간노동자에 관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합니다. 


시간이 되면 다시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이 편지 받으시면 센터 찾아주십시오 따뜻한 차와 과자 마련해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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